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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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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소년 오이군과 한국 토종 소녀 감자양의 강원도 무박여행 이야기

월정사, 겨울 사찰의 낭만을 찾아서

 

 

오이 : 감자~ 우리 어디가? 콘서트 가는 줄 알았는데~

감자 : 자~ 우린 기차를 탈 거야. 한밤의 밀월 여행을 떠나는 거야. (^^)

오이 : 밀월을 왜 해. 우리 결혼했는데. (^^;) 진짜로 어디가?

감자 : 정동진. 크리스마스 아침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러~

오이 : 지, 진짜? 무슨 소리야... 휴일은 늦잠자라고 있는 건데... (T_T) 근데 정동진이 어디야?

 

올해 오이를 위한 감자의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은 바로 강원도 무박 2일 여행. 눈 내린 겨울 바닷가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고, 고즈넉한 겨울 사찰 '월정사'를 조용히 걷는 낭만 그득한 여행이다. 사실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자 했던 야심찬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서울은 이미 화이트 크리스마스. 덕분에 오이군이 '눈(雪)'에 감동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서울의 눈 내리는 풍경과 강원도의 설경은 그 스케일이 다르지 않은가!

  

 

정동진, 눈 내린 겨울 바다


 

 

크리스마스 야간특별 기차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사실 너무 일찍) 정동진 역에 떨어졌다. 그래서 코와 귀의 감각이 사라질 만큼 매서운 동해 바닷바람을 피해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 서기의 누드 사진이 여기저기 심드렁하게 붙어 있던 황태 북어국 집은, 우리가 그릇을 비우고 숟가락 놓기 무섭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나가달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따뜻한 식당에서 아침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자 했던 우리는 결국 쫓겨나고야 말았다. 억울한 마음이야 들었지만, 그래도 한철 장사일 그들의 입장을 너그럽게 헤아려주기로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크리스마스' 아닌가!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아침.

오이와 감자에게는 '만남 이후 최고로 일찍 일어난 날'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해가 대체 뜨기는 하는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이 정녕 해뜨는 걸 보겠다며 이 추운 날씨에 나와있는 거야?'

 

잠이 덜 깬 오이군에게서 중얼중얼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보통 '스위스 출신'이란 말을 들으면 추위에 강하리란 생각을 하기 쉽지만, 사실 스위스의 겨울은 한국만큼 매섭지 않다. 알프스의 만년설 부근을 제외하곤, 스위스의 겨울은 보통 영상 5℃ 전후이기 때문. 산간지역이 아닌 이상 한국처럼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심지어 내가 처음 이사 갔던 해의 겨울엔 영상 10℃의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정원의 장미가 잘못 피어버리는 사태도 벌어졌었다.


어쨌든 우리는 해도 안 뜬 바닷가에서, 바위에 붙은 굴처럼 서로 꼭 달라붙어 오매불망 일출을 기다렸다. 뼛속까지 시리도록 추웠지만, 적당히 맑은 하늘을 보니 오늘 일출 볼만하겠다는 기대가 부푼다. 눈 쌓인 해변과 바다가 새벽 푸른빛에 어슴푸레 빛나고... 수평선 가까이 피어있는 구름에 붉은 빛이 감돈다. 드디어 해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나 보다.

 

 

 

 

투덜거리는 가운데, 저 쪽에서 붉은 빛이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잠이 확 깬 오이군과 감자양. 분주히 카메라를 준비했다. 사람들도 일렁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낮은 감탄사와 카메라 설치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추위로 움츠렸던 정동진 바닷가에 활기가 샘솟는다.

 

 

크리스마스의 일출

 

그 무슨 말로 장엄한 일출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형용할 수 있을까?

노코멘트. 일단 감상하시라~

 

  

 

동영상은 해 뜨는 모습을 2배속으로 돌린 것이다. 실로, 지구의 자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평소에는 지구가 정말 돌고있는 것인지 느껴지지도 않고 시간은 그저 느릿느릿 흐르는 것만 같은데, 뜨는 해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불쑥 떠올라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세상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 이 빛이 없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라도 색을 잃고, 사랑하는 연인의 사랑스런 눈길과 사랑을 속삭이는 붉은 입술도 지금의 그것과 같지 않으리니.


갑자기 어둠 속에서 깨어나 반짝이며 제 색을 드러내는 주변을 보니 이 세상을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들어준 빛이라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옥상에 널린 가오리마저 주황빛 햇살에 연홍색으로 빛나서 예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해산물과 별로 친하지 않은 오이군은 옥상에 외계인이 널려있다며 눈이 커다래졌지만. (^^)

 


 

조금 전까지 움츠려있던 사람들도 멋진 일출과 푸른 바다,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덕에 추위를 잊은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야호도 외치며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다. 메아리가 없는 바다에서 야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도는 미스테리지만.

 


 

정동진은 경복궁(광화문) 기준으로 그 정 동쪽.

동쪽에 있어서 정동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광화문 기준인 줄은 몰랐다. 한때 폐광으로 인해 인구가 2000명도 안되는 작은 어촌 마을로 쇠퇴하였으나 드라마 '모래시계'로 인해 유명세를 타며 동해안 최고의 로맨틱한 장소로 변모한 정동진. 인기와 함께 개발이 이루어지며 사람 손이 닿다 보니, 이제는 완연한 관광지 모습이다.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낚시를 오곤 했던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 오이군의 인증샷


오이, 정동진에 가다!

 

 

* Travel Information


정동진역

http://www.jeongdongjin.co.kr/index.html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303

TEL : 1544-7788

정동진 역은 한국에서 바다가 제일 가까운 역입니다. 기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산채비빔밥 한 그릇의 행복

 


 

아침나절을 정동진 겨울바다에서 보내고 월정사로 이동했다. 절 앞에 왔으니 산채비빔밥은 필수 코스. 한국 음식 중에 비빔밥이 제일 좋다는 오이군도 매우 들떠 있다. 겨울이라 나물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깔끔한 산채비빔밥과 뜨끈한 된장국은 언제나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는 메뉴. 이렇게 밥 한 그릇에 그득히 행복해지는 것을 왜 아웅다웅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아가야되는 걸까? 추운 곳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따뜻한 곳에서 몸 녹이고 배 부르니 감자, 절로 철학자가 된다.

 

 

월정사, 겨울 사찰의 낭만

 

  

그러고 보니 우린 크리스마스에 교회가 아닌 절을 방문한 셈이다. 하지만 사찰이란, 종교적인 공간인 동시에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일부분 아닌가. 그래서일까, 문화재를 답사하듯 자연스레 찾아가게 되었다. '월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4교구 본사로, 명성황후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규모도 크고 깔끔한데다 옛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이 어우러져, 여느 절과는 다른 '부티'를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함과 가지런함이 공존하는 기와의 단청은 언제 봐도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월정사가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주변이 오대산으로 둘러싸여있는데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

 


 

사찰 뒤에 있던 생을 마감한 나무 한 그루. 식당개 삼 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던데... 이 나무, 해탈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찰 앞 돌바닥에 새겨진 무늬가 아름답다. 그 위로 걷기가 미안할 만큼.

 

 

 

사찰 뒤편을 둘러보니 나무색도 바래지 않은 새 한옥들이 보인다. 상주하는 스님들과 템플스테이를 위해 새로 지은 공간인 듯 하다. 입구의 분주함과는 달리 우리만 있는 듯한 고요함. 하얀 눈 위로 빛나는 햇살, 은은한 나무냄새로 가득한 새 집들... 마음 같아서는 며칠 묵으며 바쁜 삶과 흐트러진 마음을 평화롭게 가다듬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서 있던 넓은 마당은 사실 건물의 옥상이었다. 전통미 가득한 한옥 아래 세련되고 모던한 건물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무슨 용도로 지어진 건물일까? 어쩜 기숙사거나 회의실일까? 태권브이를 숨겨놓았대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오묘한 분위기였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

  

 

월정사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 오대산으로 난 전나무 숲길의 존재다.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잔뜩 보이던 관광객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넓고 조용한 숲에 오직 우리 둘과 할아버지 한 분뿐. 눈길을 조심스레 밟으시면서도 익숙하고 노련한 걸음걸이였던 할아버지에게 이 곳은 일상적인 공간이겠지만, 한낱 여행객인 우리에게 이 숲길은 '환상적인 풍경' 그 자체. 그러나 혹시라도 시끄러운 감탄으로 할아버지의 일상을 방해하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되도록 조용히, 사뿐히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러나 발걸음 닿는 곳마다 감탄사를 내뱉지 않고선 배길 수 없는 절경들이 펼쳐졌다.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붙은 시냇물을 마주하니 더욱 그러했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풍경이었다.

 


 

투명한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요란한' 모양새의 결정. 그 어떤 크리스탈 샹들리에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 오이군의 인증샷


오이, 월정사에 가다!

 


*Travel Information


월정사

http://www.woljeongsa.org/bbs/board.php?bo_table=04_3

주소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3

TEL : 033-339-6800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토종감자 토종감자

틈틈히 세계를 구경하는 야채 부부. 한국 토종감자와 스위스 수입오이로 만든, 고소하고, 상큼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www.lucki.kr 이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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