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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목장 넘어 대관령 옛길이 이어진다

강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바우길 2구간 대관령옛길

 

땅의 경계. 드넓은 초원 위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목장의 양들은 자신들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까? 어쩜 그곳의 양들을 보기 위해 찾아간 사람들도 양떼목장이라는 장소를 나타내는 단어를 통해 공간정 한정을 인지할 뿐이지 경계와 그 너머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관심 갖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을 통해 양떼목장의 경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걸어보자.

 

 

대관령을 넘는 길, 대관령 옛길

 

대관령옛길_002

 

보통 대관령 양떼목장을 찾으면 양떼목장 구경하고 돌아가기 바쁜데 양떼목장의 경계를 지나가는 대관령 옛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 길은 강릉 바우길 2구간으로 16KM 정도 걷는 길이다. 양떼목장과 함께 연계하는 하루 코스의 여행으로 좋은데 시종착점이 다른 관계로 자차여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양떼목장을 찾는 것이 좋다.

 

 

대관령옛길과 양떼목장 사이, 경계

 

대관령옛길_012

 

양떼목장에서 바로 길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출입구가 하나이고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다 보니 양떼목장 관람을 마치고 되돌아 나와 코스의 시작점을 찾아 걸어야 한다. 숲을 빠져나왔다 싶을 즘 철조망이 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데 이 철조망 넘어가 양떼목장이다. 양들이 몰려다니는 곳과 좀 먼 곳이다 보니 걷는 내내 양을 구경할 순 없었지만 운이 좋다면 길을 잃은 양과 대면할 수도 있다.

 

 

숲 속에서 조심해야 할 것, 뱀

 

대관령옛길_020

 

9월의 대관령 옛길엔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다. 꽃구경하느라 정신 팔려있다가 밟을뻔한 뱀. 길을 가로질러 숲풀 속으로 사라질때까지 기다린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는 건 아마 저 녀석도 마찬가지리라. 저 녀석을 발견했을 때 그 소란스러움은 사진에도 글에도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다. 

 

 

너희가 자라듯 나무들이 자란다, 대관령 탄생숲

 

대관령옛길_021

 

느닷없는 뱀의 출현으로 당황했던 곳은 대관령 탄생 숲. 이곳엔 아이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의 이름으로 심은 나무들이 자라는 곳이다. 내가 성장하듯 자라난 나무를 먼 훗날 바라본 같은 이름의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바램이 있다면 너의 곧고 올바른 성장을 위해 너의 부모가 그 기원을 이곳에 남겨놓았음에 감사하며 스스로 나무와 같이 성장하길 다짐했으면 한다.

 

 

소리에 이끌려 닿은 곳, 국사성황당

 

대관령옛길_026

 

탄생숲을 지나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가 정점을 찍을 무렵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굿소리는 나도 모르게 홀리는 그런 묘한 기분을 들게 하고 몇 번의 도리질로 소리를 쫓아낸다. 이곳저곳에서 제를 올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국사성황당. 이곳에 있는 성황사와 산신당은 유네스코에 지정된 문화재다. 단오제 때 이곳에서 제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내년엔 단오제에 맞춰 이곳을 찾아봐야겠다.

 

 

강릉을 내려다보자, 반정

 

대관령옛길_052

 

숲길을 빠져나와 도로와 맞닿으면 그곳이 반정이다. 산줄기를 눈으로 타고 내려가면 하얀 자갈들을 뿌려놓은 듯한 곳이 강릉이다. 북적이는 사람들도 고민에 빠지게 하는 그 무엇도 있는지 없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밖에. 어쩜 신이 공평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성인이라서가 아니라 한걸음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이곳에 있는 나에게 세상 속 이야기가 '그럴 수 있다'라 결론내듯이 말이다.

 

 

물이 하산한다, 계곡

 

대관령옛길_065

 

강릉시내를 보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숲 속으로 향한다. 언제부턴가 내 귀를 자극하는 움직임이 들린다. 물이다. 물은 나와는 달리 걸음 소리를 낸다. 느린 눈 깜박임에 물이 지나간 흔적을 카메라가 잡아낸다. 우렁차고 시원한 물의 하산을 지켜보는 건 이상형이 지나갈 때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뒷모습이 점이 될 때까지 지켜보는 것과 같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 바가지, 주막터

 

대관령옛길_072

 

걸음이 지칠 때쯤 집 한 채가 보인다. 물레 방아도 있다. 예전엔 이곳에도 사람이 살았었나 보다. 오래전엔 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을 테니 그런 사람들이 머물고 쉬고 했던 주막터. '잠시 쉬고 싶다' 생각이 드는 타이밍에 나오는 걸 보니 주막터로 적절하다. 시원한 약수로 목마름을 해결하니 낮잠이 밀려온다.

 

 

다시 만난 하산 동지, 계곡

 

대관령옛길_084

 

또다시 만난 계곡. 굽이굽이 흐르는 물의 흐름과 소리는 홀로 걷는 길을 운치 있게 만든다. 더 내려가면 아쉬울 것 같아 계곡 가까이 다가가 배낭도 내려놓고 발을 담가본다. 9월의 계곡물은 제법 차다. 이 기분 좋은 차가움은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발에게 청량함을 선사한다.

 

 

피로 회복제, 탁주 한잔 

 

대관령옛길_087

 

산행이 끝날 무렵 가게 하나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잔 막걸리 한 잔을 받아 데크에 걸터앉는다. 배낭에 행동식으로 넣어 두었던 밀크카라멜을 안주 삼아 들이키는 나만의 축제. 이런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사람과 함께 건배라도 기울였다면 좋으련만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다. 그래도 산행 후 즐기는 곡주의 톡톡히는 탄산은 행복이다.

 

 

징검다리 건너, 집으로 가는 길

 

대관령옛길_092

 

이 길도 끝이 보인다. 사실 잔 막걸리집이 길의 끝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 한참을 더 가야 해서 당황했지만 걷다 보니 길은 끝이 나고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양떼목장 구경도 하고 대관령 옛길도 넘었으니 오늘 하루 수고한 나의 두 발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얘들아, 다음엔 어딜 걸어볼까?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ROMY R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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