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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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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의 낭만은 서촌에 살아있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서촌 골목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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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골목길로 떠나는 시간여행 

골목하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통인동, 체부동,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효자동, 창성동, 청운동, 신교동, 궁정동 그 이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곳,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한다 하여 ‘서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곳은 정확하게 말하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효자동과 사직동을 포함하는 일대다.

거미줄처럼 얽혀진 골목의 미로를 해마다 보면 어느세 동과 동을 시시각각 넘나드니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음에 당황하지 말고 그저 지나가는 이 잠시 세워 길이나 물어봄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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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서촌의 골목길 여행, 그 시작은 자연히 초입의 시장을 향한다. 입구의 간판으로 [금촌시장]이라는 명칭이 보이지만 서촌을 사는 사람들에겐 [적선시장]으로 통용되는 곳, 위쪽의 [통인시장]과 함께 서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그리 길지 않은 시장길 양쪽으로 오밀조밀 가게들이 들어차 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과일들의 향연(청과점)을 시작으로 붉은 차양을 깊게 드리운 아름드리 꽃집, 이것저것 잡다함을 담은 철물점과 벌건 고무 다라이로 쌀이며 보리며 그득히 넘쳐나는 쌀집으로 시장 길은 이어진다. 쌀집 옆 오래된 방앗간에서는 아까부터 털썩털썩 불안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빼꼼히 들여다 딱 보기에도 연식이 있어뵈는 낡은 기계가 알토란같은 쌀알들을 한움큼 집어삼키면 그것은 이내 흩날리는 분가루가 되어 털털털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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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란한 소음을 뒤로하고 걷는 걸음에 출출함이 묻어난다. 그러면 부러 멈춰 국수 한 사발, 떡볶이 한 접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기 적당한 곳도 바로 이곳 시장터다. 저마다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간판과 빛바랜 차양, 그 위로 켜켜이 쌓인 먼지가 그 길의 풍경을 완성하는 시장 바닥.

그 길을 오가는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은 느릿하며, 마주하는 얼굴에는 서로를 향한 반가움이 묻어난다. 2014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중심의 시장골목은 참으로 예스럽기 그지없다. 

 

 

서촌골목길1

 

큰길은 접어두고 샛길로 향하니...  

시장을 벗어난 걸음은 또 다른 곁가지를 향하고 이어진 샛길은 더욱 좁다란 잔가지를 끼고 미로를 형성한다. 동과 동 사이를 수시로 넘나들며 아까부터 헤메는 길, 나는 또 어지러움 대신 그 길의 세월 속으로 적당히 빨려 들어간다. 시간을 머금은 담벼락의 빨간 벽돌, 그 농익은 붉은빛에 더해져 눈 앞의 하늘이 유독 푸르다. 골목의 집들은 기껏해야 2층을 넘기지 않는다. 좁다란 골목에 틈틈이 들어찬 집들은 대문도 담벼락도 모든 게 작고 낮기만 하다. 골목은 조용하니 정적으로 가득한데 저 멀리 '싹싹싹-' 소리가 들려온다.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아까부터 말없이 비질에 여념 없으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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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담벼락 위로 낡은 화분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화분에 담긴 흙은 그 속에서 싹을 틔우고 줄기를 내밀며 잎을 피운다. 그 푸르름을 완성하기 까지 그들은 무수히 많은 매일매일을 그곳에 녹아내렸겠지, 그 마음이 쌓이고 쌓아져 저마다의 공간을 완성하고 그 정성이 더해지고 더해져 집의 가치를 대변하니 '인간의 온기가 머무르는 이런 곳에 살고 싶다.' 그 길에 서서 나는 또 부러움의 탄식을 내뱉는다.  

 

 

시간이 공간에 중첩되는 거리, 그곳에서 시인 이상(김해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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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서울 시내에선 보기 드물게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해방직후, 산업화 시기, 최근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골목의 샛길을 빠져나와 자하문로 대로변에서 마주하게 되는 [우리은행] 건물은 그런 시대의 혼잡성을 잘 대변해준다.

일제 강점기의 건축양식이 잘 묻어난 살굿빛 건물은 정채모를 빛깔을 띠며 신고전주의적 냄새를 풍기고 있다. 은행을 지나 대각선으로 뻗은 길을 접어들면 그곳이 바로 ‘자하문로7길’ 이라 불리는 곳이다. 길의 시작부터 7~80년대 가옥의 형태들이 즐비하다. 건물의 중축이 시간의 중첩으로 이어지는 그 거리를 천천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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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통인동 154-10. 그곳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1910-1937, 본명=김해경)의 공간]이다. 통유리가 시원하게 뚫린 1층짜리 한옥은 그 형태가 비교적 잘 유지가 되어 있다. 이상의 집터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가 20년간 살았던 백부 김연필의 집터로 그곳의 낡은 한옥집이 80년간 보존될 수 있던 것도 그곳을 모두 이상의 집터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여 그 사실이 밝혀졌을 때 한옥을 허물고 새로 ‘이상 기념관’을 짓자는 측과 한옥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자는 측이 대립했다고 한다. 다행이 후자의 주장으로 보존이 이루어 졌고 그 결과 현재 [이상의 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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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건물 모형을 최대한 살려 최소한의 손댐으로 공간을 완성한다.  한옥의 멋이 고스란히 남아 그 낡음까지 그대로 드러내 동네 사랑방이 되어준다. 지나는 남녀노소 누구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으며 사람들은 이 곳에서 이야기를 꽃피우고 조용히 책을 읽다 더위를 식히고 추위를 달랜다. 이곳은 카페가 아니기에 그 흔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실 수 없다지만 대신 달달한 믹스커피와 적절한 성능을 자랑하는 냉, 온수 정수기가 있으니 간만에 마시는 믹스커피 한 잔에 이상의 또 다른 공간 [제비다방]을 떠올린다.

‘레몬향기를 맡고 싶소.’라는 그의 유언을 떠올리니 어딘지 스멀스멀 향긋한 레몬 향이 풍기는 듯도 싶은데 이거 금방이라도 저 문(화장실)을 열고 눈 앞으로 이상이 그 모습을 드러낼 태세다. 막 볼일을 마치고 풀어헤친 바지춤을 추스르고는 엉거주춤! 마주친 시선에 살짝 민망함도 묻어나겠지?

2014년 2월, 이상의 공간은 현재 공사중이다. 건축물 대장 상 불법 건축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일부 철거 후, 그 자리에 화장실과 계단 부분을 증축중이라고 한다. 계단으로 올라가 주변을 전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니 하루 빨리 완공된 이상의 공간을 만나고 싶다.

 

 

서촌골목길2

 

[이상의 집]을 나와 길을 따라 좀 더 걸어가다 보면, 그와 비슷한 형태의 가옥들이 즐비하다. 저마다 오래된 간판을 내걸고 여즉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마침 허기진 배를 채우러 들어간 곳은 떡볶이며 순대를 파는 분식집이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 앞에나 있음직한 정겨운 비주얼의 그곳에서 인상 좋아 뵈는 아주머니 한 분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떡복이 일인분을 주문했는데 그 양이 접시를 차고 넘친다.

‘동네가 참 이뻐요.’ 부러 칭찬을 하는데 아주머니는 동네의 이런 소소한 변화들이 그저 달갑지만은 않으신가 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야 욕심 없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이기에 나는 또 그 마음을 이해한다지만 변화도 세월 속에 묻어지면 그게 또 서촌의 역사이니 그만 너그러이 '변화'을 봐주십사 그렇게 외지인을 대변한다.

 

 

60여년의 외길 인생, 대오서점 & 영화루

 

대오서점

 

길을 걷다 마주치는 곳은 허름한 한옥에 그보다 더 허름한 간판을 달고 있는 [대오서점]이다. 전에 공중파 다큐에도 소개된 적이 있어 나름 유명한 곳이다. [대오서점]에는 하루에 책 한권만 팔아도 행복하다는 여든이 넘으신 ‘권오남’할머니가 주인으로 계신다. 이제는 몸이 편찮으셔서 더 이상 책방 운영이 어렵다는 할머니를 찾았을 당시 [대오서점]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그 창으로 흰 종이 한 장이 유리문에 나풀거렸다.

집 세 놓아요, 매매도 가능

 

다음에 찾아갔을때, 그곳은 빼꼼히 열려 있었다. 오래 묵은 책의 곰팡내가 코끝을 자극하면 좁은 현관 사방으로 빼곡히 책들로 가득하다. 종이는 당연히 누렇게 바랬고 그 옛날의 북 디자인이란 참으로 촌스럽기 그지없다. 안쪽으로 작은 마당이 얼핏 보인다. 그러면 그곳 주위로 단층짜리 한옥 건물이 둘러친다. 아무런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인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렇게 도둑마냥 힐끔 거리다 그곳을 나온다.

현재 이곳은 [대오까페]를 운영중이다. 화려한 메뉴는 없지만 오래된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곳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서점을 나와 얼마쯤 걸었을까? 금성 한의원을 지나 흰색 2층 건물이 보이는데 입구부터 화려한 그곳에 2대째(50년 넘게) 자장면을 팔아 온 [영화루]가 있다. 고추자장면이 별미라는 소문에 걸음은 자연히 문턱을 넘는다. 오래된 세월의 무게가 공간의 공기를 메운다. 한쪽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꾸부정히 자장면 한 그릇을 맛나게 비우신다. 그곳에서 맛본 짬뽕과 고추자장의 맛은 다른 곳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지만 그 ’맛‘은 그 곳에서 ’멋‘으로 탄생하니 진한 고추의 향내가 여전히 혀끝을 맴돈다.

 

 

[자하문로7길]을 지나 [옥인길]로 접어드니

 

누하우동초밥

  

눈 앞에 통인시장이 보이면 그 길은 배화부동산 간판을 따라 [옥인길]로 바뀐다. 목조로 된 일식가옥이 눈에 띈다. 한옥의 서까래가 남아있는 빨간 벽돌 건물은 한옥과 양옥의 오묘한 콤비를 보여준다.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조그만 개인공방, 밥집, 술집, 찻집 등 매력적인 공간들이 줄을 잇는다. 그 중에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일본식 선술집 [누하우동초밥]이야 말로 이 길의 숨은 보석이다. 따끈한 우동 한 사발에 샤케 한 잔 기우리니 저절로 이야기가 만개하는 편안한 동네술집이다.  

창에 박힌 노란색 귀여운 로고가 눈에 띄는 [바(Bar) 바르셀로나]는 간단히 맥주 한 잔 하기에 더 없이 좋다. 구수한 아메리카노를 직접 구운 쿠키와 서비스하는 카페 [옥인길26]은 주인 언니의 친절함이 기분이 좋다. 그 옆의 [옥인상점]은 예전에는 동네 오래된 오락실이 있던 곳으로 현재 서촌의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며 서촌의 문화와 예술을 홍보하는 마당으로 쓰이고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녹슨 철 간판이 인상적인 꽃집 [Do flower]가 있다. 카페를 겸한 이곳에서 따뜻한 꽃잎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쉬가기로한다. 이곳의 소품과 인테리어는 주인이 직접 스리랑카 현지 여행을 통해 구입한 물건들로 채워진다고 하니 그 이국적인 맛이 한국적 고즈넉함과 더해져 묘한 기품을 지닌다. 

  

2014. 도시의 낭만은 서촌에 살아있다.

높은 빌딩 숲, 회색의 아스팔트로 대변되는 서울 도심의 한 복판, 번잡함과 답답함으로 치부되는 THIS IS THE CITY LIFE!의 핵심에서 서촌과 마주한다. 낮은 구릉, 푸른 하늘 아래 사람 냄새 풍기는 정겨운 거리가 이어지는 이곳은 바로 2014년 현재를 사는 ‘도시의 낭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엄턴구리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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