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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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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경주의 숨은 명소 칠불암에 취하다 

 

 

산 전체가 박물관, 경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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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적이 가득하여 누구나 한 번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발걸음을 했을 경주. 20년이 지난 어느 가을날, 다시 찾은 경주는 수학여행에서 느꼈던 그곳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때는 그저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에 마냥 즐거웠다면, 이번에는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경주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첨성대나 불국사, 석굴암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왕릉이 13개, 탑 96개, 불상이 118개나 자리하고 있는 경주의 남산은 이곳의 숨은 보석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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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산으로 가는 길, 가을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

        
산 전체에 문화재가 얼마나 많은지 야외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인데,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숨은 불상들이 있을거라고 한다.
경주 남산의 동쪽으로 따라가면, 다양한 문화재들을 볼 수 있어서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산 위로 올라가는 칠불암 코스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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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시작 장소는 남산동 동서 삼층 석탑.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처럼 두 탑의 모양이 다르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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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산 둘레길은 꽤나 볼거리가 많아서 최소 2일 정도를 추천하는데, 첫째 날은 오른쪽 끝의 월성부터 노란길(동남산 둘레길)을 따라 서출지까지 걷고, 둘째 날은 서출지 다음에 있는 남산동 동서 삼층석탑부터 계속 왼쪽으로 향해 칠불암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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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머지않아 염불사지에 도착하게 된다. 염불사지에도 두 개의 탑이 있었는데, 모두 깨어지고 현재의 탑은 잔해를 모아 복원작업을 거쳐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사찰은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원래는 피리사라 불렸던 곳인데, 삼국시대의 한 스님이 이곳에서 언제나 염불을 외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리가 워낙 맑고 청량하여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 사찰의 이름을 피리사에서 염불사로 고쳐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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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염불소리는 들리지 않고, 파란 가을 하늘에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린다. 그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신이 몽롱했는데, 이곳에 가만히 서서 새소리를 들었더니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다.

 

 

칠불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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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사지에서 마을을 거쳐 칠불암으로 올라가는 산 아래 다다랐다. 그런데 입구에 요런 지게들이 놓여 있고, 칠불암으로 뭔가 가져다 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칠불암으로 소포 같은 것이 도착하면, 우체부 아저씨가 매번 한두 시간씩 등산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산 아래에 놓고 가는 모양이다. 그러면 절에 오르는 사람들이 하나씩 가져다주는 방식. 우리도 쌀가마니라면 좀 곤란하겠지만, 크게 무겁지 않은게 있으면 가져다주려고 둘러봤으나 아무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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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자율 매점도 있다. 꽁꽁 언 물이 그득 담긴 아이스박스가 있고, 가격이 써 있는 화이트보드 뒤에 돈을 넣는 통이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스템.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 되도록 모든 이들의 마음이 순수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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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에서 '어머나, 너무 예뻐~' 하는 소리가 들려와 다가가보니, 사찰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작은 사과 과수원이 있었는데, 빠알갛게 익은 사과가 어찌나 예쁜지 도무지 안사고는 베길 수 없게 생겼더라. 그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이미 다른 분들이 잔뜩 사서 한 개씩 나눠 주신다. 고놈 참 예쁘게도 생겼지. 사과 같은 내얼굴, 호박 같은 네얼굴~ 하던 노래가 그냥 나온게 아니구나. 사과가 진짜 예쁘긴 예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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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은 아직 멀었다는데, 산 아래부터 사람들의 소망을 쌓아놓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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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지 일주일이 채 안됐다던 칠불암 아래 쉼터. 여기서 한숨 고르면 위에 바로 사찰이 나오는 줄 알았더니, 어림없다. 좋은 풍경을 그리 쉽게 볼 수 있으리라고...

 

칠불암에 오르는 길은 아름답지만, 숨이 턱에 턱턱 차는 등산길이다. 가볍게 산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준비 안된 뼈마디가 삐걱 삐걱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일행들과 수다를 떨며, 한숨을 푹푹 쉬며 오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두들 조용해졌다. 그냥 열심히 산만 오른다. 깔딱 고개에 다다른 것이다. 어느 산엘 가나 정상 근처에 오면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깔딱 고개. 숨이 깔딱 넘어갈 것만큼 가파르다고 해서 깔딱고개다. 이제 정상에 거의 다 올라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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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 고개를 헉헉거리며 오르고, 새로 지어서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쉼터에 앉아 숨을 골랐다. 이제 바로 위가 칠불암이군. 이라고 확신했으나...

칠불암은 그렇게 호락 호락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쉼터 뒤쪽에 계단으로 이어진 죽녹원을 방불케하는 대나무 고개를 지나서야 비로소 그 멋들어진 자태를 드러낸다고 했다.

 

 

절벽위에 아슬 아슬 칠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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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이 칠불암이다. 절벽에 가로로 길을 내어 만든 사찰이라 공간이 무지 협소해서, 서로 보겠다고 밀치기라도 하면 다 굴러떨어질 것 같다. 평소엔 한적하다는데, 오늘은 일요일 설법이 있는 날이라 말씀을 들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고, 단체로 들이닥친 관광객들이 우리 말고도 몇 팀 더 있어서 좁은 사찰이 복작 복작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저 멀리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산과 더불어 환상적인 풍경은 그 자태를 한껏 여유롭게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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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법이 있는 날이라 염불을 외우고 계신 스님들. 그 뒤로는 기도하는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건히 기도를 하고 있는 이들을 구경한다고 방해할 수 없어서, 자세한 것은 조금 후에 구경하기로 하고, 일단 칠불암보다 더 위에 있는 신선암을 보기로 했다. 겨우 좀 쉬나 했더니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숨고를 틈도 없이 또 다시 등산이 시작되었다.

 

 

신선암, 힘들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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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불암에 오르며 막바지엔 꽤나 고난이도의 등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지껏은 귀여운 편에 속했다. 신선암은 그야말로 산 꼭대기에 있어서, 흙길도 아닌 바위길이 이어진다. 어떤 곳은 바위 폭이 넓어 그냥 네발로 기어 올라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거의 다 왔을 무렵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멋들어진 풍경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저어 멀리 경주시의 풍경과 황금빛 논 그리고 낮은 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단풍이 가득 들었더라면 조금 더 감동이었을 텐데, 사실 이것만으로 충분히 여지껏의 힘든 산행을 깨끗이 잊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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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가 웅장하게 섞여 있어 낮아도 위엄있는 경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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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어찌나 멋진지 혼자 왔더라면 또 하염없이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뻔 했다. 이 맛에 산에 오른다는 식상하지만 진리인 표현을 연신 내뱉어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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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선암은 사찰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이 절벽 위에 새겨진 마애보살반가상 때문에 유명하다. 이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어쩜 이렇게 온화하고 멋진 보살상을 새겨 놓았을까. 불상이 마치 절벽 위의 구름에 앉아 있는 듯 보인다. 그 위치가 아까 지나온 칠불암의 바로 위쪽에 있고, 그 눈은 칠불암을 온화하게 내려다보고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듣다 보니 그 옛날에 그런 걸 다 생각해서 만들었을 선조들의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설명하느라,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는 저 앞에까지 다가가 하나하나 짚어주시는 해설사 선생님의 열정에 또 한 번 놀란다. 그 옆은 천길 낭떨어진데, 우리가 설명하시는 부분을 잘 못 알아 듣자 목숨을 걸고 가까이 다가가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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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암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나니 조금 힘들어도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계단도 완성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이주 전까지만 해도 이 바위를 막 엉금 엉금 기어서 올라오곤 했다고. 날짜도 딱 맞춰 잘 왔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냥 맨몸으로도 올라오기 힘든데, 인부들은 대체 이 자제들을 어떻게 싣고 올라온 걸까.

 

 

칠불암의 꿀맛 비빔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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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암을 구경하고 다시 칠불암을 찬찬히 보기 위해 내려왔다. 이제 설법이 끝나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도란 도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을 보니 군침이 꼴딱 넘어갔지만, 일단 유명한 마매불상군을 감상하기로 했다. 불상이 커다란 바위 두 개에 2중으로 조각되어 있어 특이하다. 뒤쪽은 고개를 쭉 빼고 봐야 불상 3개가 다 보인다. 앞에는 사면에서 볼 수 있는 사방불로 조각되어 있다. 이것은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국보 제 312호로 지정도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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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상아래 돌틈에서 이름모를 다육식물들이 자라며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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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행복한 식사시간.

교회도 그렇지만 절도 식사시간에 가면 무료로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 딱 맞춰온 김에 우리도 자리를 잡고, 줄을 섰다. 메뉴는 비빔밥과 미역국. 고기 한 점 안 든 비빔밥과 미역국이 건만, 이렇게 꿀맛이 날 줄이야. 절터에 주저앉아 수다를 떨어가며 맛나게 밥을 먹었더니 뱃속가득 행복감이 몰려온다. ^^
그렇게 절 구경을 많이 다녔건만 밥을 얻어먹어보기는 사실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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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난 그릇은 이렇게 각자 씻어야 한다. 그런데 일행이 많아서 밥도 많이 얻어먹어 미안했던 우리는 아예 자리잡고 앉아 다른 사람들이 먹은 설거지도 해주기 시작했다. 공장 돌아가듯 한 명은 밥풀 떼고, 한 명은 비누 칠, 한 명은 헹굼 질, 한 명은 말리기, 한 명은 위 사찰 부엌으로 전달하기를 맡았다.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어 그 많던 설거지가 순식간에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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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은 경주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관광객 그득한 여느 여행지들과 달리 소박한 모습의 유적지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올가을 단풍놀이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경주 남산의 칠불암이 좋은 후보지가 아닐까 싶다. 단, 경주가 남쪽에 있고, 동남산이 그리 높지 않아 단풍이 늦게 드는 편이다. 예년으로 보면 약 10월 28일-30일쯤이 절정일 듯하니 참고하시기를.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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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히 세계를 구경하는 야채 부부. 한국 토종감자와 스위스 수입오이로 만든, 고소하고, 상큼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토종감자 수입오이의 세계여행' www.lucki.kr 이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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