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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팁] 꽃 좀 보소, 밀양에서 이미지 포함
더트래블러 2017.03.14 11:22 조회 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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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좀 보소, 밀양에서

이른 봄날의 밀양강은 겨울 철새를 못다 보냈지만 마른 매화 가지는 꽃망울을 팝콘처럼 부풀리고 있었다. 
날 좀 보소, 귓전에 속삭이듯이.


위량지에서 아직 떠나지 못한 철새를 봤다.

월연대에서 만난 봄. 매화가 한창이다.

으레 봄 맞으러 가는 도시가 있다. 산수유 흐드러진 구례, 동백 꽃잎이 뚝뚝 떨어진다는 거제, 벚꽃 몰이를 앞둔 진해. 꽃도 좋지만, 볕이 한봄처럼 따뜻한 곳은 없을까. 지도를 펴고 남쪽을 봤다. 대구, 창원, 울산, 부산. 볼드체로 쓰인 경남의 대도시들 틈바구니서 빼꼼 고개 든 글자가 눈에 밟힌다. 밀양. 동명의 영화를 좋아해서 마음이 끌렸다. “밀양이 무슨 뜻인 줄 아세요? 비밀 밀密, 볕양陽, 비밀의 햇빛이래요. 좋죠?” 비밀스럽게 스미는 햇빛. 극 중 종찬(송강호분)의 대사는 밀양이라는 작은 도시에 새로운 이야깃거리 하나를 덧댔지만 실제론 ‘밀’이 빽빽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경상 분지의 남부에 자리한 이곳은 대구처럼 빛이 모여드는 지형적 특징을 갖는다. 현재 기온을 체크해보니 꽃샘추위로 칼바람이 불어대는 서울보다 무려 5도나 높다. 상춘곡을 불러 젖힐 때다. 당장 남하하기로 한다. 떠나기 전에 교통편을 찾다 새로 안 사실. 서울에서 밀양까지 가는 직행버스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터미널, 남부터미널, 강변터미널 모두 밀양행이 없다. 대신 KTX 경부선이 밀양을 지난다. 철로는 조선시대 한양과 부산을 잇던 영남대로와 거의 겹친다. 버스가 없을 뿐이지 기차를 타면 KTX 2시간 30분, 새마을호 3시간 30분이면 밀양역에 닿는다. 그리하여 오전 7시, 서울역에서 부산 가는 열차를 타고 달렸다. 잠깐 정차할 때 내려야 하니까 잠이 들지 않도록 창밖 풍경에 시선을 붙박았다. 그새 여우비가 내렸다. 노랗게 내리쬐는 아침 햇살 아래 땅이 젖는다. 동대구역을 지난 후부터는 산이며 들에 푸른 기가 돌기 시작한다. 밀양역에 당도했을 땐 멀리 개나리 움튼 게 보였다. 올 들어 처음 만난 들꽃이다. 열차가 다시 출발하느라 바람이 일었는데 서울 것과 달리 부드러웠다.

밀양 누정 따라 거닐기
따뜻한 밀양 분지를 가로지르는 물줄기는 밀양강, 옛 이름은 남천강이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강 옆으로 난 밀양아리랑길을 따라 첫 행선지인 영남루로 향한다. “왜 밀양아리랑이 흥겨운 줄 압니꺼.” 이곳 토박이라는 택시 기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묻는다. “일조량이 많아 농작물이 잘되는 땅이라. 미나리, 대추, 딸기, 얼음골 사과. 밀양 출신이라면 몸값이 높다 아이가. 먹을 게 넘치니 신명 넘칠 수밖에 없는 기라.” 구성진 고향 자랑을 듣고 있으니 덩달아 신이 났다. 차가 밀양아리랑 노래비 앞에 섰다. 눈앞에 고래등 같은 누각이 펼쳐진다.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 있네. /밀양의 아랑각은 아랑넋을 위
로코 진주의 의암은 논개충절 빛내네.”-<밀양아리랑> 중


밀양아리랑은 영남지방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리랑이다. 잘 알려진 “날 좀 보소” 하는 가사의 중·후반부에 들어가면 영남루와 아리랑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조선시대 밀양 부사에게는 아끼는 딸 아랑이 있었는데 그녀를 짝사랑하던 관노의 꾀에 넘어가 영남루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전설이다. 아름다운 열녀의 충절과 풍류가 한데 깃든 영남루는 이 고장의 번듯한 얼굴이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마중꾼이자 배웅자’. 밀양에서 나고 자란 작가 이문열의 말이다. 과연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로 꼽힐 만한 풍채다. 좌우로 길게 뻗어 늠름한 누각은 해방 직후까지 국보였으나 문화재 개정법 이후 보물로 지정됐다. 능파당과 침류각을 잇는 장쾌한미감, 건물 사이 계단의 지붕을 층층각(월랑)으로 처리하는 건축적 독창성 등을 이유로 다시 국보로 돌려달라는 밀양 사람들의 청은 꽤나 일리 있게 느껴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엔 신라시대의 사찰 영남사가 자리했다. 영남루는 이 절의 부속 건물이었다. 오래도록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건 171년 전이다. 조선 말 이곳에 내려온 부사의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각각 현판을 적어 넣었다. 누각에 오르면 ‘영남제일루’라는 또박또박 잘 쓴 글씨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밀양 강변 절벽 끄트머리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영남루의 전망이 기가 막힌다. 강의 퇴적이 만든 하중도 마을 삼문동과 바깥 마을 내일동을 연결하는 밀양교와 그 아래로 굽이치는 밀양아리 랑길의 모습은 도시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신라시대 이두 문자로 밀양의 ‘밀’ 자를 ‘미르’라 표기했는데, 이는 용과 물을 상징하는 중의적 단어다. 그러고 보면 밀양에는 우리 건축의 멋을 엿볼 수 있는 누정이 산재한다. 강이 흐르고 한편으로 단애가 펼쳐지니 그 위에 와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던 우리 조상님들이 그림 같은 누각과 정자를 곳곳에 지어 올리셨던 게다. 밀양의 누정만 따라 여행하는 코스를 만들어도 될 만큼 아름다운 누정들이 많은데 영남루 다음으로 꼽는 것이 바로 월연정이다. 이름 가운데 자의 ‘연’은 연못 연淵을 쓴다. 밀양강 지류가 연못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렇다. 은어가 살 만큼 깨끗한 물이었으나 댐 건설 때문에 가끔 치어를 방류할 정도의 수질만 유지한다. 중종 때 문신 이태는 여기로 귀향해 속세와 정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미로 발을 씻었다고 전해진다. 절벽 아래쪽 물가의 바위에 탁족암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가장 아름다운 전망은 월연대에 있다. 여기서 바라보면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공 정원처럼 조붓하다. 뒤꼍에 자란 매화 가지에는 꽃망울이 반쯤 벌어져 있었다. 밀양에서 세도가 높았던 여주 이씨 문중의 또 다른 지체가 짓고 살았던 금시당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이곳엔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그림 하나가 있는데, 밀양의 아름다운 풍경 12폭을 담은 <밀양십이경도>가 그 주인공이다. 병상에 누운 부모를 위해 아들이 그린 그림이라는 점을 높이 사 경남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한편 뒤뜰엔 금시당보다 더 널리 이름이 알려진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자란다. 아직 잎이 덜 돋아나서인지 고목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뜰을 내려다본다. 임진왜란 때 불탈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더해진 건물 백곡당에는 귀신처럼 봄기운을 알아차린 매화나무가 가지를 뻗는다. 뒷짐 지고 점잖은 체하며 마당을 거니는데 옛 시구 한 자락이 떠오른다.

“사립문 유유자적 거닐며 /시를 읊고 산속에서 적적한 생활 하니 /한가한 삶의 참된
맛 아는 이 없이 혼자로다.”-정극인의 <상춘곡> 중




1 금시당의 매화는 반만 피어 더 멋스럽다.


2 영남루의 독특한 건축 양식, 층층각 내부의 골조가 이루는 모양이 달 ‘월月’자를 닮아서 ‘월랑’이라고 불린다.


3 밀양아리랑의 고장에 우뚝 선 노래비.


4 빛바랜 영남루 단청에 세월이 묻었다.


5 밀양교와 밀양강을 바라보는 영남루. 도시를 수호하는 장군처럼 기개가 수려하다.

밀양 사람들, 어제와 오늘
밀양을 둘러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위량지다. 버드나무, 백일홍, 배롱나무등 온갖 나무들이 물가를 둘러쌌는데 그 반영이 거울보다 투명할 정도다. 귀한 풍경을 찾아 헤매는 예술가들, 특히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양민들의 농사를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라는 뜻에서 위량지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정작 이곳을 즐긴 건 선비들이다. 밀양은 안동과 더불어 영남의 2대 선비 고장으로 꼽혀왔다. 저수지에 5개의 인공 섬을 만들고 그중 하나에 먹고 마시며 쉴자리 완재정을 지은 건 지극히 선비다운 소행이다. 안동 권씨 문중에서 관리중인 이곳은 원칙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때가 더 많다. 찾아갔을 때도 문이 잠겨 있었다. 운이 좋아 간택된 이들만이 정자에 들어 선비 놀음을 할 수 있다. 사실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5월이란다. 꽃잎이 양반네들 쌀밥(이李씨의 밥)처럼 생겼다 해서 이름 붙은 이팝나무가 그 시기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왕버드나무의 연둣빛 머리칼이 못에 잠기고, 이팝나무가 밥알 불리듯 몽우리를 틔우기 시작하면 신기루처럼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그걸 보러 한 번 더 이곳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여기서 차로 10분을 더 올라가면 손가락을 제 병든 부모에게 바쳤다는 효자를 기리는 ‘효자길’이 나오고 머잖아 밀양에서 젊은이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이 될 밀양연극촌이 등장한다. 시내 각지의 누정들이 이 고장의 과거 사람들을 설명한다면 이곳은 밀양의 가장 현재적인, 역동적인 모습을 만드는 청년들로 가득하다. 대학로의 연희단거리패가 1999년 이곳으로 내려와 월산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극장을 만든 것이 밀양연극촌의 작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15년 넘는 시간동안 연출가 이윤택 감독 휘하 80여 명의 고정 단원들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로 주도의 연극판에서 탈피해 밀양의 연극이 서울로, 부산으로, 포항으로 역수출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 7~8월 개최하는 연극제를 보러 매년 몇십만 명의 여행객이 밀양을 다녀가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외지로 빠져나가 인구가 줄고 있다는 고장 어르신들의 푸념이 밀양연극촌 앞에선 무색하게 느껴진다. 연극촌을 더 알고 싶어서 단원들의 연습 현장을 몰래 엿봤다. 6월에 막이 오를 <당신 뜻대로 하세요>의 리딩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앳된 얼굴의 배우가 외친다. “당신은 너무 무모해요. 전 어차피 잃을 게 없어요, 아름다운 아가씨. 부디 저를 지켜봐 주세요.” 그러자 연출가가 제동을 건다. “잠깐만. 그런데 뒤통수만 보고 사랑에 빠지는 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날카로운 비평. “자, 다시해보자.” 이어지는 독려. 이곳 단원들은 대부분 연극촌 성벽극장의 2층에서 숙식을 하며 극단 생활을 이어간다. 이들의 하루는 절간의 수양과 습의에 가까운 촘촘한 일정으로 이뤄진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체력 단련을 하고 10시부터 팀을 나눠 한 팀은 연습을, 다른 한 팀은 세트와 소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도맡는다. 식후마다 팀을 바꿔 연습과 작업을 반복한다. 그러고 오후 11시께나 잠자리에 든다. 이들이 오매불망하는 건 무대뿐이다. “배우들이 밀양연극촌을 찾는 이유는 오직 무대 기회 때문입니다.” 김철영 사무국장의 말이다.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일단 모든 단원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자는 게 밀양연극촌의 원칙이다. 오디션 역시 배우의 조건을 가리기보다 오래 성실히 연기할 수 있는마음가짐을 살핀다. 합격점을 받은 이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4월 라인업 <안데르센>, <산넘어 개똥아>와 같은 가족극에서 확인해보라.


1 위량지의 왕버드나무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물그림자. 늦봄에 이르면 이팝나무 꽃이 만개해 아름다움을 더한다.


2 밀양연극촌 소품실에 놓인 다채로운 마스크들. 인간군상의 희노애락을 이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밀양의 맛, 뜨끈한 고깃국과 알싸한 나물
교통편에 얽힌 사실 말고도 밀양에 오면서 알게 된 게 하나 더 있다. 돼지국밥의 원조가 바로 밀양이라는 것. 부산 외의 지방에서 먹어본 적이 없기에 당연히 그곳 토속 음식인 줄 알았는데, 밀양 무안의 우시장에서 유래됐다고 보는 “정작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음을 사로잡은 건 비석 위의 물기보다도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였다. 이 산수유야말로 밀양의 ‘숨은 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게 정설이란다. 오래전 무안리 우시장에서는 소뿐 아니라 가축의 내장을 싸게 사고파는 시장이 함께 열렸다. 그때 곤궁한 서민들이 그걸 사서 국물을 내고 밥을 말아 먹었다. 돼지뼈로 육수를 내고 살점과 부속을 잔뜩 집어 넣어 구수하고 담백한 보양식으로 사랑받았다. 이것이 오늘날 돼지국밥의 시초다. 밀양 돼지국밥은 파를 잔뜩 채 썰어서 국수사리 얹듯 올리는 점, 다른 지방보다 국물을 뽀얗고 말갛게 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내에서 유명한 국밥집으로는 4곳을 꼽는다. 개성국밥, 밀양돼지국밥, 할머니 인심이 후하다는 시장돼지국밥, 그리고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설봉돼지국밥. 찾아간 곳은 마지막 집 설봉인데 이곳에선 부추와 겨울사리(겨울에 나는 나물)를 맵게 버무린 무침을 곁들여 먹는다. 뜨끈한 고깃국에 알싸한 향이 맴도니 감칠맛이 더하다. 국밥집 골목에서 나와 큰길로 접어들면 밀양관아가 보인다. 이곳은 선조 25년 임진왜란 당시 불타 없어진 것을 재건한 건물이다. 매년 3월 13일이면 이곳에서 영남지역 최초의 독립만세운동이 펼쳐진 것을 기리는 재현 행사가 열린다. 그 맞은편에 밀양전통시장이 자리한다. 조선 성종 때 밀양읍성을 축조하면서 백성들이 살림을 꾸릴 수 있도록 조성된 이래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끝자리 2일, 7일마다 5일장이 열리는데 미나리를 비롯한 산나물이 매우 싱싱한 상태로 좌판에 오른다. 새벽 시간에 가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찾는 손이 많다. 밀양 평야에서 나는 곡물도 맛 좋기로 유명해 몇 되씩 사가는 외지 사람들이 허다하다. 손이 작아서 죄다 사 들고 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밀양강 따라 굽이치는 이야기들 밀양엔 3대 미스터리가 있다. 2만 9752제곱미터(9000여 평)의 대형 냉장고라 불리는 얼음골, 법당을 향해 기립한 만어사 바위들, 그리고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땀 흘리는 것으로 유명한 표충비각이다.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들에겐 밀양8경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특히 소원을 빌면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표충비각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사명대사의 영험한 기운이 서렸다기에 기대를 안고 갔는데, 정작 그곳에 도착했을때 마음을 사로잡은 건 비석 위의 물기보다도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였다. 이 산수유야말로 밀양의 ‘숨은 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표충비각에 들른 이유는 꽃새미마을에 가기 위해서다. 종남산 자락에 조성한 체험 농원 마을로 야생화를 관찰하거나 미꾸라지를 잡거나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다. 봄에는 허브 꽃을 넣은 비빔밥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을 바깥보다 먼저 봄을 맞을 수 있어서 좋다. 비밀의 화원처럼 마을 깊숙이 자리한 온실에서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과시하듯 암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흰 재스민 꽃에서 풍겨나는 냄새엔 정신이 아득할 정도다. 이 향은 이곳에서 차로 즐길수도 있다. 재스민을 비롯해 페퍼민트, 베르가모트 등 16종에 달하는 허브티를 파는 카페가 온실 한편에 마련돼 있다. 볕 구경도 모자라 꽃까지 실컷 보느라 해 지는 줄도 모른다. 다시 영남루로 돌아간다. 밀양 사람들이 8경 중 최고로 꼽는 것이 바로 영남루의 야경이다. 에 본 영남루는 서글서글한 쾌남 같았는데, 어둠이 내리고 나니 절벽부터 산등성이까지 전부가 드넓게 펼친 여인의 치마폭을 닮았다. 누각을 에워싼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면서 푸른 치마폭에 꽃수가 놓인다.

“남천강 구비쳐서 영남루를 감돌고 중천에 뜨는 달은 아랑각을 밝히네. /밀양아 남천강 돛단배 떴고 큰아기 술잔에 금붕어 떴다.”-<밀양아리랑> 중

이제 영남루의 배웅을 받는다. 밀양강에 비친 물그림자가 일렁이며 가는 길 을 재촉한다. 굽이치는 도시의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북상하는 봄의 길을 따라.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1 밀양연극촌의 단원들은 연기 연습과 세트 작업으로 24시간이 모자라다. 


2 표충비각 옆 산수유 꽃.


3 꽃새미마을의 다정한 풍경. 


4 밀양8경의 하나인 영남루 야경.


5 밀양돼지국밥은 원조의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밀양 여행자를 위한 정보


가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기차를 타는 게 가장 빠르다. 서울발 밀양행 KTX는 2시간 20분이 소요되며 하루 15회 운행한다. 시외버스는 부산, 마산, 울산, 포항 등지의 인근 대도시에 직행편이 있다. 항공편은 김포공항에서 부산을 오가는 비행기가 하루 36회 운항한다.

TEL 밀양 관광 안내소 055-359-5582, 055-356-1355


아리랑길
밀양의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둘레길로 총 3가지 코스가 있다. 우선 밀양읍성에서 시작하는 1코스는 오리배 선착장, 조각공원, 삼문송림, 야외 공연장, 밀양교, 아랑각, 무봉사, 박시춘생가, 천진궁, 영남루를 잇는 도심형 루트다. 2코스는 향교에서 시작해 손씨고가, 봉수대, 추화산성, 현충탑, 대공원, 박물관을 둘러보는 산지형 길이다. 3코스는 용두목에서 출발해 금시당 수변길, 금시당, 월연정, 추화산성을 보는 선비길이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풍류를 즐겼을 선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코스다.

호박소
화강암이 오랜 세월 폭포수에 침식돼 움푹한 못을 이뤘다. 그 모양이 절구의 호박(‘확’의 경상도 방언)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별명은 ‘구연’이다. 해발 885미터의 백운산 자락 계곡에 위치한다.
LOCATION 산내면 얼음골로 334-1

사자평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 가장 넓은 억새 군락지를 자랑한다. 표충사의 남쪽 등산로를 오르면 흑룡폭포와 층층폭포가 나타나는데 그 8부 능선에 이 사자평이 드넓게 펼쳐진다. 밀양8경의 하나다.
LOCATION 단장면 시전3길 20-11

표충사
밀양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재약산에 자리한 표충사는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워 밀양8경으로 꼽는 곳이다. 표충사 삼층석탑, 표충사 청동은입사향완을 비롯한 문화재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LOCATION 단장면 표충로 1338
TEL 종무소 055-352-1150


체험마을
화악산 아래 자리한 전통한옥을 활용해 농촌 마을과 한옥 민박을 체험할 수 있는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은 가족적인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밀양치즈스쿨은 임실 치즈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맛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평리녹색체험마을은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곳으로 농촌 체험, 주말농장을 함께 운영한다. 종남산의 호위를 받는 밀양꽃 새미마을은 다양한 농장, 온실, 다원 등으로 이뤄진 복합체험마을이다.
TEL 퇴로고가농촌체험마을 070-7313-7022 평리녹색체험마을 055-353-5244 밀양꽃새미마을 055-391-3825

얼음골
3월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처서 즈음엔 얼음이 녹는 미기후 지역이다. 주변을 기암괴벽이 둘러싸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가 있다.
LOCATION 산내면 남명리 산95-1, 2
TEL 관리사무소 055-356-5640


할매홍릉불고기
얇게 저민 고기를 특제양념에 재운 뒤 불판에 굽고 파채를 얹어 먹는 요리. 마지막에 밥을 볶아 먹는 건 필수다. 소주 안주로도 제격.
LOCATION
 해천길 44-1
TEL 055-354-7115


<2015년 4월호>
 
에디터 강은주
포토그래퍼 유영진
취재 협조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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