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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특집] 괴담....
옥민수 2014.07.22 12:46 조회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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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화장실괴담·빨간마스크 일본 것인 경우가 많아

수많은 괴담 이야기가 있지만 괴담은 돌고 돈다. 사진은 영화 <주온>의 이미지컷. <경향신문>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1970~1980년대에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 30~40대는 모두 기억하고 있는 괴담이다. 깊은 여름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으면 아래에서 손이 올라오면서 그렇게 협박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30~40대의 기억엔 이 이야기의 뒷부분이 없다. 대부분 놀래키는 데서 끝난다. 그런데 이야기의 원형은 엉뚱한 데서 발견된다.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어디에선가 ‘빨간 종이가 좋은가, 파란 종이가 좋은가, 노란 종이가 좋은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빨강이라고 대답하면 천장에서 피의 비가 내린다. 파랑이라고 대답하면 체내의 피가 빠져나가 파랗게 된다. 노랑이라고 대답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쓰네미쓰 도루, <일본의 도시괴담>) 일본 민속학자가 일본의 초등학교에서 채록한 이야기다.

그러나 ‘일’을 보고 그 위에 재를 뿌리며, 또 인분을 퇴비로 활용하는 한국 전통의 ‘화장실 문화’에서 이 이야기는 조금 이상하다.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이 ‘화장실 괴담’이 일본의 전통요괴인 ‘갓파(河童)’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래 일본의 화장실은 개울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물 속에 사는 요괴인 갓파가 와서 엉덩이를 만진다는 이야기가 근간에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빨간종이 파란종이’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되면서 퇴조한다. 괴담도 변형된다. ‘변기 안에서 나오는 손’ 대신 귀신은 화장실 천장에서 내려다본다.

김 교수는 이 이야기가 일제 식민시대에 한국으로 이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빨간마스크와 ‘입 찢어진 여자’
‘국경을 넘어선 전파’는 근래에도 일어났다. ‘빨간마스크’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빨간마스크’의 원래 이야기는 1979년 일본 기후현 일대에서 퍼진 입 찢어진 여자(口裂け女)다. 이야기 구조는 거의 같다. 하굣길에 마스크를 한 여자가 다가와 자신이 예쁘냐고 묻는다. ‘예쁘다’고 하면 마스크를 벗고 찢어진 입을 보여준다. ‘예쁘지 않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아이의 입을 찢는다. 도망을 가도 소용없다. 이 여자는 100m를 3초에 주파하는 능력(?)이 있다. 한국에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은 2004년 무렵. 주로 초등학생들 사이였다. 아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여러 권의 ‘빨간마스크’ 도서가 출간됐다. 진정되던 소문은 2006년에 다시 퍼진다. 한 가지 특이한 변형은 한국에서 이 이야기가 퍼지면서 파란마스크와 노란마스크 등도 등장한다는 점. 파란마스크는 ‘빨간마스크’의 남자친구다. 노란마스크를 한 남자의 ‘사연’은 입 냄새가 심해 왕따를 당한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유포된 ‘자유로 괴담’의 경우 빠른 속도로 차를 쫓아오는데, 이 역시 ‘빨간마스크’의 또 다른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입 찢어진 여자를 소재로 제작된 공포영화 <나고야 살인사건>(2007). 택시승객 괴담은 오래됐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돌아다니는 유명한 이야기다. 이 주제를 탐구한 민속학 책 ‘사라진 히치하이커’의 표지.

지난 2003년부터 도시괴담 사이트 ‘잠들지 못하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잠밤기) 사이트를 운영해 온 송준의씨(28)는 “독자투고로 들어오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이전에 유행했던 이야기가 반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인터뷰 참조)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된 직후부터 돈 유영철 이야기(“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가 윗층에서 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라든가 “여자친구와 택시를 타려는데 주인공이 타기도 전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택시가 떠났다(그후 여자친구가 실종됐거나 장기매매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심심찮게 약간의 변형을 더해 들어온다. ‘유영철 괴담’의 경우 유영철 사건이 나면서부터 유영철이라는 캐릭터가 덧붙여졌다.

알고 보면 수백년 ‘묵은’ 괴담도
심지어 몇몇 괴담은 국제적으로 꽤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는 경우도 있다. 단적인 예가 택시 여승객 괴담이다. 택시운전사가 공동묘지나 저수지 인근에서 한 여성을 태우는데 여성이 말한 도착지에 도달해 보니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도착지는 그녀의 생전 집이었으며, 그날은 마침 제삿날이었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일본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메이지시대에 일본 아이모리현·오키나와 등지에서 채록된 ‘가마를 탄 유령’, ‘인력거를 탄 유령’ 이야기가 거의 똑같은 패턴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도시괴담 연구가 잰 해럴드 브런밴드가 1981년에 낸 ‘사라진 히치하이커(The Vanishing Hitchhiker)’가 다루는 주제가 바로 이 괴담이다. 브런밴드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이야기의 첫 번째 버전은 무대가 자동차가 아니라 마차였다. 1960년대 한국 공포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권철휘 감독, 1967)에도 이 괴담이 변형된 형태로 인용돼 있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때때로 올라오는 ‘중국 신혼여행 실종괴담’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중국으로 신혼여행을 간 부부가 납치를 당했는데, 깨어나 보니 간이나 콩팥 등 장기가 적출된 채로 길거리에 버려져 있었더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다른 버전은 길거리에서 팔다리가 다 잘린 여자가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말로 ‘살려주세요’라는 말이었다. 신혼여행을 간 부부 중 남자는 죽고, 여자는 팔다리를 잘라 거리에서 구걸을 시켰다는 이야기다. 글을 올린 누리꾼에 따르면 일부 타블로이드판 주간지가 해당 사건을 보도했고, 또 실제로 신고에 따라경찰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 이야기도 원조가 있다. <일본의 도시괴담>에 따르면 이와 거의 비슷한 풍문이 1969년 프랑스의 오를레앙 지방을 근거로 퍼졌다. 유대인이 경영하는 의상실의 탈의실에 들어가면 마취주사를 놓아 여성을 유괴하는데, 유괴당한 여인들은 매춘가로 팔려나간다. 이야기는 ‘신체를 절단시켜 구경거리로 삼는다’는 것으로 발전하고, 주로 일본에서 관광온 여성들이 당한다.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서도 출간된 바 있다.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경험했다”는 전제를 달고 전개되는 ‘대학병원 시체닦기 아르바이트’ 괴담 역시 거의 같은 이야기 구조로 된 노벨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단편소설이 있다.

화장실 변기가 수세식으로 바뀌면서 귀신담도 ‘아래’가 아니라 위에서 나오는 것으로 변화됐다. 영화 <주온2>의 이미지 컷. <경향신문>


그렇다면 기업과 관련한 풍문은 어떨까. 1998년, L사의 유원지 놀이기구와 관련된 ‘자이로드롭 괴담’이 퍼졌다. 이 괴담은 당시 첫선을 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자이로드롭’에 탔던 승객이 그만 기계의 오작동으로 머리카락이 기구에 걸렸다가 머리가죽이 벗겨진 채 내려왔다는 내용이다. 당시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퍼진 이 괴담은 “해당 기업이 돈을 써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그럴 듯한 배경 설명과 함께 ‘머리가죽이 벗겨진 남자’의 것으로 주장되는 남자 사진까지 곁들여져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함께 돌아다니는 사진은 법의학 사례집에 실린 것으로, 자신의 얼굴 살을 유리조각으로 잘라내 기르던 개에게 먹이던 한 남자의 사진이었다. 사진은 법의학 설명을 삭제·편집한 채 유포됐다.

선풍기 괴담, 대표적인 한국발 괴담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거의 같은 내용의 풍문이 돌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도시전설사이트 스놉스닷컴(snopes.com)에 따르면 이 풍문은 사실로 판명났다. 미국 뉴저지주의 식스플랙이라고 하는 놀이기구공원에서 ‘자유낙하’ 기구를 타던 소녀에게 발생한 사건이다. L사는 지난 2006년에도 괴담에 시달렸다. 이른바 ‘아틀란티스 괴담’. 놀이기구 아틀란티스에서 실제 사고가 났는데, 그 내용을 두 달 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한 누리꾼이 질문으로 올렸다는 내용이다. L사 홍보실 관계자는 “자이로드롭 괴담의 경우 외국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따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라며 “아틀란티스의 경우도 실제 사고는 있었지만 이른바 괴담이라는 것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기 때문에 대응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발 괴담은 없을까. 김종대 교수는 “학교괴담의 경우 통통귀신(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여학생의 귀신이 머리로 ‘통’ ‘통’거리며 돌아다닌다는 내용의 괴담)은 아직 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돈에 조각난 시체가 암시돼 있다는 이른바 김민지 괴담 역시 고유한 내용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 한국발 괴담으로 유명한 사례도 있다. 이른바 ‘선풍기괴담(Fan death)’이다.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저체온증이나 저산소증으로 사망한다”는 내용이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도 ‘한국에서 나온 도시전설’로 등재돼 있다. 한국 내 관련 전문가들이 진위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반면에 외국의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폐색전증이나 뇌출혈·부정맥 등이 사인인데, 사인에 대해 비전문가인 일부 현장 감식자들이 사망 뒤에도 여전히 털털거리고 돌아가는 선풍기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출처 : 경향신문 - http://www.wkh.kr/khnm.html?mode=view&artid=200908061550071&cod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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