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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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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과 사랑에 빠지는 산책, 테주강 Rio Ta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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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란 예로부터 문명 혹은 도시의 탄생과 궤를 같이하기에, 대도시에는 어김없이 '강'이 흐른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Lisboa)'도 예외가 아니다. 리스본의 '한강'과도 같은  테주강(Rio Tajo)은  스페인의 중부 내륙에서 시작, 이베리아 반도를 관통하여 이 곳 리스본에서 대서양으로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발음상 스페인에서는 '타호강'이 되겠지만 왠지 포르투갈의 '테주강'이라는 단어가 더 와닿는다.

테주강은 오래 전부터 포르투갈의 역사 그리고 세계사의 중대적 사건을 조용히 지켜본 목격자와도 같다. 그리고, 현재는 우리네 한강처럼 리스본 시민들의 가족 나들이 장소이자 휴식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지나간 영광과 역사의 모순, 오늘의 평범한 삶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테주강으로 한번 떠나보자.

 

 

 

'테주강과의 첫 만남'

코메르시우 광장 Praca do Comer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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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가장 먼저 테주강을 만나게 되는 지점이 이 '코메르시우 광장'일 가능성이 크다. 리스본 구도심 번화가인 아우구스타(Rua Augusta) 길을 따라 테주강 쪽으로 직진하면 나오는, 리스본 최대의 광장이다. 주말이면 광장 주변으로 화가들과 거리 퍼포먼스 예술가, 벼룩 시장 등이 즐비하게 들어선다. 1755년의 리스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곳에 마누엘 1세 궁전이 있었기 때문에 '궁전 광장'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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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강 사이에는 돌 계단도 있고, 보트 선착장도 있다.  이 광장에서 동쪽으로 가면 알파마 지역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면 벨렘 지구를 비롯한 다양한 역사적 명소들을 하나씩 만날 수 있다.  이 곳이 '테주강따라 걷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현수교'

4월 25일 다리 Ponte 25 de Ab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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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리가 있다. 여기는 분명 리스본인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랑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문교의 시공을 맡았던 미국 건설회사가 역시 이 다리도 담당했다고 한다.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라 불리는 이 현수교는 바다와 만나면서 폭이 넓어진 테주강을 시원하게 가로 지르고 있는데, 그 길이는 2,278m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라 한다.  그 이름은 1974년 4월 25일에 일어난 포르투갈의 혁명 쿠데타를 기념하여 붙여졌다. 포르투갈의  현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테주강을 가로 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대항해사의 모순을 발견하다'

발견 기념비 Padrão dos Descobrimen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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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주강변에 우뚝 서 있는 이 '발견 기념비'는 강변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랜드마크이다. 지난날, 포르투갈을 해양 제국으로 일으킨 '엔리케' 왕자의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여 1960년에 세워진 범선 모양의 현대적인 기념비이다.  측면의 섬세한 조각상이 인상적인데, 포르투갈의 지난 역사에 대한 그리움과 자부심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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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다보면, 참 불편하게 만든다.  먼저는 그 이름부터가 영 씁쓸하다. 이들은 '발견'이라 말하지만, '발견'을 당한 쪽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발견'이라는 단어는 철저히 유럽적인 시각이며 그 이면에는 폭력과 차별이라는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역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포르투갈이 그리워 마지 않는 시대인 15-16세기의 '대항해 시기'란 다른 한 쪽의 '침략'과 '상처'의 시기와도 같다. 

탑에 세겨진 조각을 보면, 엔리케 왕자를 선두로 해양 활동을 수행했던 탐험가와 기사와 천문학자, 선원과 선교사 등이 줄지어 있다. 특히 마젤란, 바스코 다 가마, 콜럼부스 등 유럽 쪽에서는 '영웅'이라 칭송되는 이른바 '대항해 시대'의 인물들도 보인다. 그들 입장에서는 서구와 동양을 잇는 항로를 개척하고, 문명의 소통을 이루며, 동양과의 무역을 통해 유럽의 경제 발전에 수 많은 업적을 세운 영웅들일지 모르겠다.  항로 개척과 새로운 땅에서 건져온 수확물들은, 수 세기 굶주려온 유럽의 중세를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영광의 피해자 입장에서 이 기념비를 본다면 이것은 영웅들의 행렬이 아니라, 잔혹한 압제자들의 행렬로 보일 것이다. 바스코 다 가마와 그의 일행들이 인도를 비롯한 지금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실제로 행한 일들을 보자면,  그들은 잔혹한 폭력자였으며, 탐욕으로 가득찬 상인이며, 억압적인 자세의 가톨릭 신자였다. 

또한, 단순히 정복당한 땅의 선주민만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소수의 영웅들을 따라 나섰던 포르투갈의 평범한 선원들도 똑같은 희생자다. 극단적인 선상생활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다가 죽어다 하더라도, 그들의 죽음은 '대과업' 아래 소멸되었다. 허망하게 사라진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이요, 누군가의 아버지며, 누군가의 남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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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탑의 측면에는 검과 십자가를 동시에 상징하는 거대한 부조가 그려져있다. 당시, 오로지 '부'에 대한 열망을 안고 시작한 항해를 교묘하게 종교성과 결부하여 명분화하고 있는 점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함을 남겨준다.  역사의 모순을 자증하는 이 기념비 안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전망대와 리스본의 역사를 알려주는 비디오 상영관이 마련되어 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이 탑은 오늘도 테주강의 상징으로써,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굳건히 서있다.

  

 

  

'타국의 고통으로 채운, 잔혹한 화려함'

제로니무스 수도원 & 산타마리아 성당 
Moisteiro dos Jeronimos  & Igreja Sta. Maria Belé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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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기념비에서 강을 등지고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파스텔 드 나따(에그타르드)'로 유명한 벨렘 지역이 나온다. 사실 '파스텔 드 나따' 외에도 여러 역사적 명소들이 밀집되어 있어 이른바 '벨렘 문화 지구'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건물은 이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항로 발견을 기념으로 하여 세워진 것이며, 식민지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핏빛 재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1498년에 마누엘 1세가 지시하여  첫 삽을 뜬 후 약 170년에 걸쳐 지어져 완공되었다. 포르투갈의 야자수를 모티프로 형상화한 화려한 장식이 인상적인, 마누엘 양식의 대표작으로써 현재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수도원 내부와 산타마리아 성당에는 포르투갈의 자랑해 마지 않는 그들만의 영웅 '바스코 다 가마'와 포르투갈의 민족시인 카몽이스의 석관이 안치되어 있다.

  

*  마누엘 양식이란;

마누엘 1세의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16세기 초 포르투갈 고유의 화려한 건축 양식으로, 리스본을 비롯한 포르투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해양 시대를 의미하는 바다와 연관된 장식이 많다. 몰딩은 산호와 조개모양, 건물의 돌림띠는 로프나 밧줄 모양의 돌 조각, 창이나 문 위에는 문장을 새긴 방패, 십자가, 항해 도구, 부표 등의 장식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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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와 배경은 뒤로하고, 현재의 이 곳은 포르투갈의 젊은 커플들의 결혼식 장소로 가장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 당시 토요일이었던지라 수도원은 문을 닫아 내부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결혼식이 있었는지, 쫙 빼입은 축하객들이 성당 입구를 메우고 있었다. 이런 경사가 또 있겠나 싶어, 포르투갈의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 커플의 앞날을 함께 축하해보고자 그 인파 속으로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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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결혼식을 갓 끝내고 나오는 행복한 커플이 나온다.  신부 신랑의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도 화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환하게 웃는 커플과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지인들,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꽃잎들과 공기를 가르는 인파의 웃음소리가 합쳐져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시니컬해진 나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진심으로 이들의  경사를 축하했다.

   

 

 

'인도 항로의 시작 포인트'

벨렘탑  Torre de Belé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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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기념탑을 지나서 강을 따라 서쪽(대서양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강의 안쪽에 위치한 독특한 건축물이 보이는데, 벨렘 탑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기재된 이 탑은 '항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마누엘 양식의 건축물로, 1515년 마누엘 1세가 항구를 감시하기 위해 테주강변에 세운 요새였다. 바다와 강이 이어지는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 인도나 브라질 등으로 떠나는 배가 통관 절차를 밟기도 했던 곳이며, 해외 항해에서 돌아오는 배를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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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지어졌던 당시에는 탑의 1층은 물이 차올랐다 빠지기를 반복했었다고 한다. 이를 이용(?)하여 고문을 할 수 있기에, 1층은 감옥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테주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탑의 1층이 물에 잠기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이 탑이 우리에게 유명한 이유는, 이 곳에서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를 향해 출발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주관식 답변으로 종종 등장했던, 인도 항로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양반이다.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가 뜨거운 주제가 되고 있는데,  비단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시각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바스코 다가마가 인도항로 발견으로만 소개되어지고 있는 현재의 교과서는 철저히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생각된다. 

인도항로 발견 500주년의 해였다는 1998년, 포르투갈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엑스포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있었다. 한편, 같은 해 인도에서는 '바스코 다 가마가 열어놓은 항로를 따라 약탈과 살인, 파괴 등의 비인륜적인 행위들이 들어왔고, 끔찍한 식민지 시대 그리고 제국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며 그를 잔혹한 정복자로 평가하는 기사와 글들이 여론을 채웠다. 이런 아이러니는 우리가 배워온 역사 전반에 퍼져 있다.      

  

 
 

테주강의 오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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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내 비난을 이어 왔지만, 사실 나는 리스본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리고, 강변의 바람을 맞으며 걸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도시의 강변이 으레 그렇듯,  지금의 테주강은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을 자처하고 있다. 그들의 얼룩진 영광의 역사를 뒤로 한 채, 평범하고 한가로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 전쟁과 가난을 뒤로하고 풍요로운 오늘을 말해주고 있는 우리네 한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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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한강 공원과 유사한 모습은 또 있다. 강변 공원에서 가족 단위로 자전거도 타고, 조깅도 하고, 신체 단련 기구도 이용하는 평범한 모습 말이다. 익숙한 풍경에 웃음이 났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한국 아줌마의 현란한 신체 단련 동작을 유감없이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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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하면 카페도 빠질 수 없다. 
따사로운 토요일 오후, 리스보너(Lisboner)들은 모던한 강변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바람 한 모금을 마시며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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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영광스러운 과거와 제3자가 바라본 그 영광의 모순, 그리고 모두의 평범한 일상이 테주강을 따라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 테주강은 지금껏 그래왔듯, 오늘의 시간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오늘도 역사는 흐르니까. 

 

  

Information

 

* 발견 기념비

주소 _  Av de Brasilia 
운영시간 _ 10:00-18:00 월요일 휴무
입장료_  3유로 
홈페이지 _ www.padraodosdescobrimentos.egeac.pt/‎ 

 

* 벨렘 탑 

주소_ Avenida Brasília, 1400-038 Lisboa
운영시간 _ 10-4월 10:00-17:00/ 5-9월 10:00-18:30 월요일, 국경일 휴무.
입장료 _  4유로  

 

* 제로니무스 수도원(산타마리아 성당)

주소_ Largo Jerónimos 3, 1400-210 Lisboa (15번 트램을 타고 가다가 벨렘지구 제로니모스 수도원 앞에서 하차)
운영시간 : 10~4월 10:00-17:00/ 5~9월 10:00-18:00/ 월요일과 토요일은 휴무
입장료 _  7유로
홈페이지 : www.mosteirojeronimos.pt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지란지교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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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저도 리스본과 사랑에 빠지고 싶으요~~:D
    디아나 2013.10.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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