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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나라얀, 짱구 박물관. 당신은 안녕한가요?

짱구 박물관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열 명 중 아홉 명은 이런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짱구는 못 말려의 그 짱구? 세상에 그런 박물관이 다 있어?" 하지만 제가 다녀온 곳은 그 짱구와는 전혀 상관 없는 곳, 네팔(Nepal)하고도 짱구나라얀(Changunarayan)에 위치한 짱구 박물관(Changu Museum)입니다. 박물관이 위치한 동네 이름을 딴 지역 박물관이지요. 여기까지 듣고 나면 사람들은 저에게 낚였다고 반응했지만, 오늘은 더 많은 여행자를 작정하고 '낚아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부디 더 많은 이들이 이 글에 낚이길,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짱구나라얀으로의 여행을 떠나길 소망하면서 말이지요.

 

 

우리가 짱구나라얀으로 간 까닭은 

네팔은 나라 전역이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재가 풍부한 나라입니다. 박물관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유물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지천인데, 가끔씩은 말 그대로 정말로 발에 채일 것처럼 소홀하게 관리가 되고 있어서 지나가는 여행자에 불과한 제 주제에 걱정이 다 될 정도였어요.

 

 

카트만두(Kathmandu), 파탄(Patan), 박타푸르(Bhaktapur)는 네팔의 카트만두 계곡에 위치한 3대 고도(古都)로 널리 알려진 도시들입니다.  이중에서도 박타푸르는 개발이 늦어져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고 하는데, 전화위복이라고,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중세의 분위기가 가장 많이 남아 있어 이제는 오히려 관광업에 크게 의지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타푸르 북쪽의 언덕 위에 오늘 우리가 방문할 짱구나라얀이 살포시 올라 앉아 있습니다. 네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가 참 많은데, 짱구나라얀의 짱구나라얀 사원(Changu Narayan Temple) 또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입니다. 리짜비 왕조(4세기~9세기) 때 만들어진 조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죠. 사실, 우리 일행을 짱구나라얀으로 이끈 것도 바로 이 사원이었습니다.

 

 

 

짱구나라얀 사원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박타푸르의 비현실적으로 허름한 숙소에서 전날 밤을 보낸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짱구나라얀으로 향했습니다. 사원이 높은 언덕 위에 있는 탓에 우리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털털거리는 낡은 버스를 타고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따라 언덕을 한동안 오른 후에도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길이 안 좋은 데다 경사까지 있어 속도를 낼 이유도 없었지만 속도를 내려고 해도 낼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박타푸르보다도 훨씬 더 쇠락해 보이는 짱구 마을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니 우리 일행의 눈에 마을의 이모저모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태우고 힘겹게 언덕길을 올라온 버스만큼, 아니 그보다 더 낡아 보이는 집들, 그 집의 문으로 그리고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 있게 바라 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무만 깎고 있는 장인들의 모습, 그들이 정성스레 깎아 햇살 아래 늘어 놓은 조각품들의 표정, 그리고 낯선 냄새를 풍기며 나타난 여행자가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몰려 다니다 문득 고개를 들고 우리를 바라보는 닭이며 염소떼까지.

 

 

 

그 길목, 짱구 박물관 

짱구나라얀 사원으로 가려면 언덕 위로 난 길을 계속 올라야했건만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끄는 대상은 좌우로 난 골목 곳곳에도 있어 저도 모르게 이곳저곳을 돌고 돌아 에움길로 언덕을 오르던 우리 일행 앞에 갑자기 박물관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짱구 박물관(Changu Museum)이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규모가 작지도 않은 이 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제 마음 속에서는 감탄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이 한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이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바로 그 박물관의 주인장이 직접 관람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규모와 전시품만으로도 관람객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박물관이 참 많습니다. 어디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살펴봐도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박물관이 수두룩하죠. 하지만 225년 되었다는 쌀알, 오래된 동전들, 그리고  나뭇잎으로 만든 우비나 농기구처럼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일상적인 물건들을 모아 놓은, 어찌 보면 참으로 소박해 보이는 전시품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설명을 하는 박물관장님의 모습이 저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건 다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셨어요?"라는 나의 질문에 대한 우문현답같은 박물관장님의 대답이 기억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길이 있지요."

 

 

 

당신은 안녕한가요?

지난 2015년 네팔을 강타한 지진에 짱구 나라얀 사원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짱구 박물관은 다행히도 큰 피해를 비켜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짱구 나라얀 사원의 복구는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우리 일행을 사원 앞까지 인도해줬던 강아지는 지금쯤 새끼를 낳았을까요? 잠시 방문했던 여행자의 마음에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안겨줬던 짱구 박물관과 관장님은 안녕할까요?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가서 제 두 눈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INFORMATION

짱구 박물관(Changu Museum)

주소: Mandir Walkway, Changunarayan 44600

운영시간: 9am - 5pm

입장료: 외국인 200루피(한화 약 2,200원)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상상 상상

책, 여행, 전시, 그림, 공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몽실몽실. 취미생활자, 상상입니다. ☺ http://blog.naver.com/seefahrt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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