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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Jillian Murphy

l 이미지출저 www.flickr.com                    Photographer ⒸJillian Murphy

서울에서 북쪽으로 919km, 중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라 일컬어 지는 곳, 한겨울이면 기온이 영하 40℃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시내를 흐르는 송화강(松花江)이 3m 두께로 얼어붙고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가 한 치 앞을 어지럽히는 혹한의 겨울도시. 막연한 추위로 대변되는 '하얼빈[Harbin, 哈爾濱(합이빈),哈尔滨]을 간다하니 지인들은 하물며 두꺼운 파카라도 챙겨야지 않느냐며 호들갑을 떨었었다. 막 지난 한국의 여름이 지독해서였을까? 파카는 지나친걸 알면서도 행여나 눈보라가 몰아친대도 기꺼이 두 팔 벌릴 호기로움은 장전됐다. 긴 활주로의 끝,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동체는 하얼빈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익숙한 여름이 두고 낯선 가을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이다.

 

 

9월의 하얼빈역 주변, 중국 Photographer ⓒ 엄용선

9월의 하얼빈역 주변, 중국    ⓒ 엄용선 

9월, 하얼빈의 평균기온은 영상 15℃를 웃돈다. 우리로 치자면 청명한 가을 날이라 하겠다. 하늘은 드높고 햇살은 눈부시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볍기 그지 없고 더불어 활기찬 도시 풍경에 '지독한 혹한'은 소문만 무성한 듯했다. 신선한 바람이 분다. 가끔 스치는 서늘함은 여름내 달구어진 피부를 도리어 차분하게 달래줄 뿐이니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상쾌함이다.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성소피아성당 광장 (5)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주변 광장, 중국     ⓒ 엄용선

하얼빈은 '극동의 유럽'이라 불리는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문화가 조화롭게 혼재되어 도시에 만연한 이국적 풍경을 걷노라면 내가 선 이 곳이 과연 중국인지 유럽의 어느 곳인지 스스로 아리송하다. 더불어 고풍스런 세월의 흔적들은 시대마저 거스르니 1900년대 초입으로 시공간을 이동한 듯 타임 슬립(Time slip) 여행이 시작되었다.
 

 

 성소피아성당 (6)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중국      ⓒ 엄용선

 
 
성소피아성당 (8)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중국      ⓒ 엄용선
 
 
성소피아성당 (9)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중국      ⓒ 엄용선 
 
유난히 붐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광장 한 가운데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을 뽐내는 자태는 오늘날 하얼빈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인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이다. 촘촘히 쌓아 올린 벽돌들, 아치형의 기둥과 돔(dorm)모양의 지붕은 비잔틴 건축양식을 그대로 나타내며 당시 러시아의 영향을 보여준다.
 
 
 
성소피아성당 (12)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 내부,  중국     Photographer  ⓒ 엄용선
 
 
성소피아성당 (18)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내부 창문,  중국     Photographer  ⓒ 엄용선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은 아득하다. 벽체는 대부분 까져있고 공허한 어둠에서 아치형 창문만이 외부의 빛을 그대로 투영한다.  정수리 너머 거대한 샹들이에가 눈에 띈다. 바래고 묵힌 세월의 흔적들이 드러나니 불 꺼진 샹들리에는 오늘날 허공에 매달려 그자체로 과거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성소피아성당 (17)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내 '최후의 만찬',  중국   ⓒ 엄용선
 
멀리 정면으로 보이는 중세풍의 그림은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作 '최후의 만찬'이다. 원작이 아님이 분명한 그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쉬이 머물 틈은 없어보이지만 사실 '성 소피아 성당'에서 그곳이 '성당'임을 그나마 내보이는 것은 이 그림이 유일하지 싶다.
 
 

 

성소피아성당 (19)
하얼빈 성 소피아 성당 [Harbin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教堂]내 '하얼빈 역사전',  중국     Photographer  ⓒ 엄용선
 
성당 내부는 하얼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중국 헤이롱장성의 성도 하얼빈, 도시의 역사는 고작해야 100년 남짓이 전부다. 과거 인접한 유럽 국가 러시아를 통해 서구 문물이 유입되었고 이국적 풍경에 세련됨마저 가미된 도시는 중국을 넘어 동양의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드문 낯섦일 것이다.  벽체에 빼곡한 사진과 모형 자료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하얼빈 100년 타임슬립 여행, '극동의 유럽, 국제도시'하얼빈의 한때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하얼빈 최대 번화가 중앙대가(中央大街)
하얼빈중앙대가 (11)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중국   ⓒ 엄용선
 
 도시 내 가장 번화하다는 거리 '중앙대가(中央大街)'를 걷는다. 명성답게 거리는 사람들로 빼곡하니 아까부터 양쪽 어깨가 시도 때도 없이 치이는 까닭이다. 앞서 '성 소피아 성당' 전시에서 살펴본 사진 속 거리풍경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걸음걸음 역사적 건축물들이 발길에 차인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도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었지만 거듭된 변화에서 그 이국적인 풍경만은 여전했다.  
 
 
 
하얼빈중앙대가 (27)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러시아풍의 건축물들,  중국      ⓒ 엄용선
 
 
하얼빈중앙대가 (28)
                                                                                                              하
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러시아풍의 건축물들,  중국      ⓒ 엄용선
 
하얼빈은 어떻게 러시아의 영향을 받게 되었을까? 단지 지리적인 인접성 때문에? 하얼빈에 본격적으로 도시가 건설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10여년 전인 1898년 부터라고 한다. 당시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연장하는 동청철도(東淸鐵道) 건설에 한창이었는데 하얼빈을 거점삼아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후 러일전쟁(1904∼1905년)에서 러시아가 패하자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빈자리를 틈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열강들이 이곳 하얼빈에 모여들게 된다. 당시 하얼빈에 개설된 각국 영사관이 총 16개에 달했다니 국제도시 하얼빈의 시작은 이러하다. 이후 수백 개의 공장과 기업, 은행 등이 세워지면서 하얼빈은 국제도시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당시 하얼빈 도시 성장률이 중국 내 상하이 다음으로 두 번째였다고하니 그 변화의 광풍을 가늠할 수 있겠다.
 
 
 
중앙대가 러시아문화
 하얼빈 박물관 내 전시된 당시 러시아 신문과 하얼빈 시장의 소시지, 중국     ⓒ 엄용선
 
1918년 러시아에 내전이 일어난다. 이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 백군이 하얼빈으로 피난을 오게 되는데 이때부터 하얼빈에 본격적인 러시아 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한다. 당시 하얼빈은 러시아 국외 가장 큰 러시아 공동체 사회였다고 한다. 이곳에 터를 잡은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건축물을 짓고 러시아식 학교와 러시아어 신문을 발행하였으며 초콜릿을 제조하고 보드카를 즐겨 마셨다. 소시지가 유명한 것도 러시아식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1935년 동청철도(東淸鐵道)가 일본에게 팔린 후 하얼빈에 거주하던 러시아인들 대부분이 소비에트 연방으로 되돌아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얼빈 이곳에는 당시 뿌리내린 러시아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대가 먹을거리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노상의 먹을거리들,  중국     ⓒ 엄용선
 
 중앙대가의 먹자골목, 일명 맥주거리로 통하는 이곳은 실로 다양한 음식들이 노상에 즐비하다. 중국 음식이야 세계 3대 진미로 통하니 그 가짓수의 방대함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게다가 러시아 음식들까지 그 풍족함을 더하니 각종 꼬치에 돌아가는 눈이 어지럽다. 마리롱샤의 구수한 향이 거리를 가득 매운다. 마리롱샤는 손가락만한 민물가재를 맵게 조리한 중국식 가재 요리다. 다소 혐오감을 자극하는 각종 벌레 튀김들도 이곳 사람들에겐 최고의 간식거리다. 바싹한 식감과 튀김 특유의 고소함이 맥주 안주로 그만이라니 음식 앞에 호기로운 여행자라면 도전은 필수일 것이다. 신발 빼곤 모든 걸 다 튀긴다는 우스갯소리도 이곳에선 뼈있는 농담같다.
 
 
 
 
하얼빈중앙대가 (29)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러시아 상점 기념품,  중국     Photographer  ⓒ 엄용선
 
 
 
하얼빈노상꼬치 (6)
하얼빈 중앙대가(中央大街) 노상의 꼬치집,  중국    ⓒ 엄용선
 
그곳 러시아 상점에서 러시아풍 기념품들을 구경한다. 일명 알까기로 불리는 인형의 분신술이 마치 하얼빈 도시의 매력을 대변하는 듯 인형은 까도 끝이 없다. 그 밤 노상의 꼬치 집에서는 떠들썩한 수다가 이어졌다. 위풍당당 발밑으로 하얼빈 맥주가 짝으로 놓여있고 도시의 밤은 깊어간다. 내일이면 이곳 하얼빈에 또 어떤 이면이 기다리고 있을까? 알콜에 취해, 내일의 설렘이 두 뺨을 달구는 도시의 첫날이 저문다.
 
 
 
 
* 취재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엄턴구리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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