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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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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 월드를 갔을 때, 4가지 테마 파크 중 가장 디즈니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매직킹덤"에 입성한 날이었다. (참고로 LA에 있는 것은 디즈니 랜드인데 플로리다에 있는 디즈니 월드가 더 규모가 크다)

페리를 타고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아준 건 거대한 디즈니의 성! 어릴적 즐겨 보던 디즈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이 영화는 디즈니 영화란다' 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늘 등장하던 로고 속 바로 그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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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에 파란색 고깔지붕. 막상 그 성을 실제로 보고 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옛 생각도 나고 해서 옆에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이 성을 보는 날이 다 오다니. 어릴 때 디즈니 성 한 번 가보는 게 꿈이었는데, 꿈이 이루어졌네?" 라고.

그런데 꿈과 상상력으로 만든 줄 알았던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되는 진짜 성이 독일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 그냥 아무 계획 없이 꿈처럼 보고 싶었던 디즈니 성도 이렇게 만났는데, 언젠가 살면서 오리지널인 독일의 그 성도 볼 날이 오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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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간은 부지런히도 흘렀고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그 날이 찾아왔다. 디즈니 성을 본지 3년 후 떠나게 된 유럽여행. 제일 처음 도착한 나라 독일에서, 이름도 어려운 그 성, 노인슈반슈타인을 보게 된 것이다. 노인슈반슈타인 성은 독일 퓌센의 슈방가우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큰 도시는 뮌헨이다. 뮌헨에 짐을 풀고 기차역에서 퓌센역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거기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슈방가우에 도착하는데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므로 퓌센 역에 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다 노인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기차역에 내려서 73번이나 78번 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 산으로 올라가면 노인슈반슈타인 성에 도착한다. 요금은 편도로 2유로 남짓.

*성 내부 관람은 한국어 오디오 서비스도 제공되는데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증거이기도) 직접 도착해서 표를 구입해도 되긴 하지만 성수기에는 당일날 도착하면 이미 표가 매진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적어도 이틀 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 온라인 예매를 추천한다.예약수수료도 2유로 정도로 많지 않으니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홈페이지 http://www.hohenschwangau.de/ticketcenter.0.html

 

 막상 성을 보는 것보다도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뮌헨에서 퓌센으로 가는 기차 여행이었는데 차창 밖 풍경이 너무 예뻐서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넋을 놓고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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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슈반슈타인을 보러 가는 길에서 찍은 호엔슈방가우 성. 계획을 잘 해서 예약을 하면 두 개의 성을 다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슈반슈타인이 훨씬 인기가 많다.)

 

도착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겠다고 또 한시간 반을 더 기다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성곽에 도착했다. 참고로 티켓센터에서 다시 성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굳이 등산을 하고 싶으면 걸어가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비교적 저렴하고 빠른 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하지만 성을 구경하러 왔으니 귀족이 됐다는 마음으로 낭만을 느껴보고 싶다면 마차 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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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차를 타면 올라가는 내내 말들이 쉴새없이 뀌어대는 방귀와 잠깐씩 멈춰서 용변을 보는 일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야 한다)

 

드디어 난생 처음 진짜 제대로 된 서양식 성을 눈앞에 마주한 순간, 그 세월과 역사와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계속 같은 질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니까, 이게, 몇 백전 사람들이 만든, 진.짜. 성이란 말이지? 이거 하나에 엄청 큰 이 벽돌, 고급스러운 화이트와 블루톤의 색깔, 정교하게 깎아진 각도 이런거 말이야, 이게 다 진짜라는거잖아! 

내부는 사진촬영이 불가해서 남겨진 사진이 없지만 노인슈반슈타인 성은 단순히 옛날식 성이 아니었다. 사실 유럽사람들에게 성이란 낯선 건축물이 아니다. 각국에 동네마다 하나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유독 노인슈반슈타인은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물에도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해서 대체 얼마나 대단한 성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막상 그 성을 마주한 순간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노인슈반슈타인은 로마네스크, 비잔틴, 고딕 등 유럽의 각종 건축 양식들의 아름답고 좋은 부분만을 가져다 만들어 놓은 듯한, 말 그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꿈의 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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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장소가 으레 그렇듯이 노인슈반슈타인 성에도 탄생 비화로 전해 내려오는 슬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간단하게 추리자면, 성이 속한 지방 바이예른의 왕자 루드비히 2세는 당시 가난에 허덕이던 음악가 바그너의 후원자이기도 했는데 바그너가 작곡한 오페라 <로엔그린> 중 백조 전설에 영감을 받아 백조의 성 이라는 뜻을 지닌 노인슈반슈타인을 만들었다. (그래서 노인슈반슈타인 성에는 바그너의 오페라를 테마로 한 조각상들이 많다.) 그렇게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국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죄명으로 왕에서 폐위되고 허울뿐인 왕족으로 살다가 노인슈반슈타인에서는 겨우 3개월 밖에 살지 못하고 호수에 익사해 죽었다는 뭐 그런 슬픈 이야기이다. 

노인슈반슈타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마리엔 다리에서 성의 전경을 바라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참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살지도 못하고 정신적인 고통속에 생을 마감했지만 어쨌든 그의 예술성은 저 성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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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다 구경하고 나오면서 건축은 종합 예술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성 안에 스토리도, 음악도, 조형의 아름다움도 다 있으니. 하지만 예술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성을 지을 수는 없을 거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기에 미치광이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도 그 성을 완공시킨 루드비히2세 왕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대신 현실에서도 작게나마 꿈을 꿔볼 수는 있다. 노인슈반슈타인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장롱 속에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어릴적에 잠시 가지고 놀다 만 레고 한 판을 꺼내 나만의 꿈의 별장을 만든다는지 하는.. 적어도 그런 유치한 취미생활을 시작해 볼 수 는 있으니까.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Lottie Lottie

여행과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기고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 but in having new eyes.(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이 여행의 모토이며 매일을 여행이라 생각하고 사는 생활여행자이다. 블로그: blog.naver.com/moon_rive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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