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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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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들의 성지, 캄티벳 야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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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중국의 티벳침공 이후 수 많은 사원들은 파괴되고 승려들은 쫓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1959년을 기점으로 달라이 라마를 위시한 불교 지도자들이 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한 후에 문화대혁명마저 겪으며 그나마 남겨진 사원마저 철저하게 잿더미로 변하게 되었다.

야칭스(티벳명 아츄가르)는 중국 쓰촨성(사천성)의 3개 자치주 중 하나인 간쯔장족(藏族)자치주의 바이위(白玉)현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간쯔장족자치주는 캄(Kham)이라 불리던 동티벳에 속하는 지역으로, 1956년 중국 쓰촨성에 편입된 곳이다. 해발고도 4,100m의 황량한 오지에 덩그러니 들어 선 야칭스. 주로 이렇게 설명 되어지지만  중국에서 발간되는 지도책이나 구글맵 어디에도 표시가 안 되는 지역이다.

가는 길 역시 험난했다. 배를 타고 천진까지 24시간. 간신히 표를 얻어 베이징으로 간 후에 청두까지 기차 좌석으로 30시간을  간 후에 여행이 시작 되었다. 그 후로 꼬박 이틀을 차로 달린 후에야 금단의 땅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 전에 관문인 간쯔부터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었지만 일단은 비슷한 용모를 무기로 무작정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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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싼 가격에 흥정을 해서 출발은 산뜻했으나 가는 도중 몇 번의 설산을 넘으며 뭔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산증이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은 뭐 이 정도야 했다가 큰 코를 다치기도 한다. 이번 경우에는 티벳이 초행길도 아니고 히말라야나 파미르 고원도 넘으며 많이 겪어 봤기에 미리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커다란 두통이 시작되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질 때쯤 야칭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청두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구름은 계속 길을 따라 다녔고 몸과 마음이 지쳐 간신히 누울 곳을 얻어 고통속에 첫날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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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어김없이 아침은 마니차 행렬로 시작되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이곳 저곳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보이는 얼굴들은 비구니들이다. 바로 야칭스를 비롯한 바이위지역이 승려의 결혼과 여성들의 출가를 허락하는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오래된 종파인 '닝마파'의 본산지이기  때문이다. 

닝마파는 9세기 티벳으로 밀교를 전해준 파드마삼바바가 종조(宗祖)로, 4대 종파 중 가장 오래되었다. 닝마파 승려들은 붉은 모자를 많이 써서 '홍모파'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현재 티벳 불교의 최대 종파는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겔룩파(황모파라고 불림)이다. 14세기 대학승 총카파가 창시해 티벳 4대 종파 중 가장 늦게 성립했지만,  1642년 달라이 라마 5세가 등극한 뒤 겔룩파는 티벳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로 자리매김해왔다. 근래에 특이하게도 중국이 캄지역에서 닝마파의 성장을 가만히 놔둔 이유는 겔룩파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

1980년대 라마야추라는 린포체(활불)이 이곳에 사원을 세우자 그의 명성과 지혜를 찾아 수행자들이 모여들면서부터 집단촌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수 많은 닝마파 수행자들이 이 곳에 몰려들었고 중국 정부는 두 종파의 반목을 바랬지만 그들이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달라이 라마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가시밭길과 꽃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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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칭스의 생활도 종교가 생활의 전부인 티벳의 여타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야칭스에선 그들만의 수행법들도 발전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통렌'이 있다.  남의 고통과 나의 행복을 맞바꾸는 호흡 명상으로  타인의 고통을 검은 연기로 만들어 들이마시고 자신의 안락을 흰 연기로 만들어 내쉬며 보내주는 방식으로 자신을 핍박하는 적들을 위해서까지 기도를 드린다.  자신의 마지막 육신마저 공양하는 조장까지 이들은 부처님과 닮은 궁극의 자비심을 보여 준다.

성소로 향하는 길엔 조화였지만 어김없이 꽃길이 드리워져 있었고  부처님의 자비로 가시밭길을 걷는 그녀들을 감싸주려는 것 같았다.  잠깐을 어슬렁 돌아다녔을 뿐인데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해 한참을 누워 있다가 간신히 체력을 회복해 다시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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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곳곳에는 판자와 천으로 최소한의 공간을 만든 수련장소들이 널려 있는데 이곳에서 수도승들은 명상을 하고 기도를 드린다.  독립을 꿈꾸기 힘든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수행자들은 마음의 수행을 통해 진정한 자비와 평화를 깨닫기 위해 정진한다. 넓은 들판에서는 대법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계속 비가 내려서인지 아쉽게도 대법회는 볼 수가 없었다.

 

 

 

야칭스 - 모두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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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칭스는 수행자들의 거주지를 둘러싸고 야룽강이 흐르고 있어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외로운 섬을 잇는 곳엔 오색의 타르초와 룽다가 펼쳐져 있었다.  티벳인들은 불경을 넣은 마니차를 돌리면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여기는 것 같이 타르초와 룽다에 적힌 불경을 바람이 읽으면 그 바람을 맞은 사람은 불경을 읽은 것과 같다고 여긴다. 그리고 바람이 불때마다 경전의 진리가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길 기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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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도 추운 지역이지만 간만에 보는 햇살을 맞아 소풍 나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얼마 뒤 공안이 들이 닥쳤다. 카메라를 빼앗기진 않았지만 외지인 출입금지라는걸 알리고 빨리 야칭스를 떠날 것을 종용했다. 생각해보니 행색이 초라하고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아서 몇 일동안 공안들 눈에 안 띄었던 것 같았다. 공안들의 감시는 수행자들에게도 향해 있었는데 고난과 억압속에서도 자비심과 연민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로 감시의 눈초리가 심해져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아야 했다. 마지막엔 고산증에 시달리며 이틀을 더 보낸후에 야칭스를 떠나게 되었다.

사실 이 때 학교 친구와 동행하였는데 친구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것이었다. 특이한 건 야칭스엔 대한 다큐가 아니라 바로 사람들이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주인공은 나였고 처음엔 열심히 피사체가 되어 주었지만 나중엔 배낭여행이 처음인 녀석의 존재까지 짐으로 느껴질 정도로 여행환 경이 좋지 못했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완성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뒤로도 여행은 계속 되었고 이제와 돌이켜보면 기분 좋은 추억들만  남았다.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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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망라하고 현자들은 물질적 가치보단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신적 가치만 추구하기에 야칭스의 환경은 처참할 정도이다. 외부와 단절되다시피 한 환경속에서 쓰레기는 넘치고 생활상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 곳에서 지내다 보니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과 공간은 '지금과 여기'이며, 이것을 깨닫지 못한 이들은 항상 다른 곳, 과거나 미래에서만 의미를 찾기 때문에 결국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도 정신적 가치만이 우월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허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행자들은 죽음 이후의 삶을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지금의 삶을 수행처럼 살아간다.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고통끝에 삶이 꽃 피워진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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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는 술자리 친구에게조차 쉽게 던져 볼 주제가 아니다. 그리고 종교와 타인의 삶을 논한다는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리처드 도킨스교수나 셸리 케이건 교수의 종교와 죽음에 관한 명쾌한 논리에 동의하다가도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종교의 품에 안겨 안온함을 느낄때가 많다. 

비록 티벳인들의 종교관에 동의를 하진 않지만 고통과 어려움을 성장을 위한  하나의 수업으로 받아들이며 극단적으로 헌신하는 모습들은 분명 인생의 작은 고통에 쉽게 좌절하는 나 자신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한번 더 퀴블러 로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배움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더 행복해 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더 평화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이다."

벌써 1년이 지났고 다시 한량의 삶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가끔씩 그녀들의 미소가 담긴 사진첩을 꺼내어 본다. 그리곤 그 순간에 순수하게 살아있었음을 되새겨 본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이교 이교

유쾌하고도 진중한 여행을 꿈꾸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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