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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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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제국의 흔적, 페루 쿠스코

Cuzco, Peru

 

 

잉카 하면 우리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결국 사실이 아니었던 2012년의 멸망의 달력? 아니다 그건 마야 문명이다.

맬 깁슨의 아포칼립스에서 나오던 그 무시무시하던 원주민? 그건 지금의 멕시코에 존재했던 아즈텍이다.

마추픽추로 상징되며 지금의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에 걸쳐 안데스 산맥에서 광대한 세력을 자랑했던 인디오 제국이 바로 잉카다. 그리고 그 수도였던 쿠스코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이 잉카 제국의 흔적과 사라지진 않았지만 과거 번영을 구가하던 스페인 제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쿠스코에서 존재와 번영을 잃어버린 두 제국의 흔적을 찾아보도록 하자.

 

 

잉카의 배꼽

 

 

잉카 문명 하면 보통 ‘고대 문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13세기에 시작하여 15세기 후반에 전성기를 이룬 제국이다. 비록 철기 문명은 없었으나 고도로 발달한 역법과 석조기술, 은 채광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 출신의 정복자(좋게 표현해서 정복자지 학살자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인 프란시스코 피사로에 의해 쿠스코가 점령 당한 것이 1532년임을 감안한다면 그 전성기가 극히 짧았으며 고대문명이란 생각과는 달리 중세의 끝자락에 위치했던 비교적 최근(?)의 문명이라 할 수 있다.

잉카인들은 이곳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라 불렀다. 그리고 이 도시는 잉카 제국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인구 30만이 좀 넘는 작은 소도시이자 주로 마추픽추를 관람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잉카와 스페인 두 제국의 흔적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어 그 어떤 남미 도시들보다 매력 있는 도시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다른 나라를 거쳐서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페루 리마를 통해 이곳으로 바로 왔을 경우 며칠 고생을 할 수도 있다.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지만 이곳은 해발 3300m에 위치해 있다(볼리비아를 거쳐 방문한 경우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볼리비아의 평균 해발고도는 4000m가 넘는다).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생활한 잉카인들 답게 수도도 아주 높은 곳에 건설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고산병으로 며칠 누워 고생할 수도 있다.

 

 

배꼽의 배꼽,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를 방문한 여행객은 쿠스코의 중앙광장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를 자주 찾게 된다.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자 광장을 중심으로한 주변지역에 주요 잉카-스페인 유적들이 위치해 있으며 많은 식당과 여행사, 호스텔 등도 이 주변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도 비교적 안전한 곳이 이 광장과 그 주변지역 들이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잉카제국의 수도를 쿠스코로 정한 황제, 망코 카팍이 분수대 위에서 광장과 그 주변을 내려다 보고 있다. 하지만 망코 카팍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잉카의 유적이 아닌 그 흔적 위에 세워진 스페인 식민지 양식의 건물과 성당들이다. 망코 카팍이 무덤에서 일어나 이걸 봤다면 아주 통탄했을 것이다.

 

 

 

망코카팍이 바라보는 쪽에는 쿠스코 대성당이, 그 우측 길 건너편엔 예수회의 성당이 위치해 있다. 잉카제국의 궁전이 있던 그 기반에 쌓아 올린 대성당은 17세기의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들이자 아메리카의 식민지 성당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다. 길을 가다 멈춰 이들 성당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아르마스 광장에는 꽃밭과 잔디밭, 벤치가 잘 어우러져 있다. 길을 걷다 지치면 벤치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며 옆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좋다. 남미 어느 나라의 공원들이 다 그렇듯이 연인들도 굉장히 많은 편인데 이쪽은 공공장소에서의 딥키스가 일상적인 곳이므로 너무 당황하거나 민망해 하지 말자. 그렇다고 뚫어져라 쳐다보란 얘기도 아니니 주의.

광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쿠스코의 건물들은 대단히 독특한 양식을 하고 있다. 그것은 건물의 기반과 상층부가 전혀 다른 양식으로 구성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잉카의 양식으로 된 기반부 위에 식민지 양식의 건물이 쌓아 올려져 세계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주는 곳이 이곳 쿠스코다.

 

 

쿠스코의 멸망과 재건

 

 

이곳의 건물들이 이러한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데에는 긴 이야기가 있다. 1532년에 피사로가 수백의 병사들과 도착했을 때, 당시 잉카 제국의 황제였던 아타왈파는 이들 무리에게 금을 하사한다. 즉 아타왈파는 이 무리들에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라는 마음으로 금을 줬고 그들이 별 문제 없이 떠나길 바랐던 것이다.

문제는 피사로의 무리들이 그 정도로 만족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고양이에게 생선창고를 열어준 셈이었다. 피사로와 그 부하들은 곧 아타왈파를 사로 잡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몸값으로 인질극을 벌인다. 여기에 아타왈파는 이들에게 자신이 갇힌 방 전체를 황금으로 가득 채워 줄 것을 약속하고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 약속대로 황금을 잔뜩 받았지만 피사로의 원정대는 적은 수에 불과하기에 아타왈파를 풀어줬다간 반대로 역습을 당할 것이라 생각해 아타왈파를 기독교로 강제 개종시키고 교수형에 처한다.

 

 

 

그리고 아타왈파의 동생을 허수아비 황제로 삼지만 이 동생은 쿠스코를 탈출하여 주변에서 병력을 긁어모아 피사로가 점령한 쿠스코를 공격한다. 이때 화공에 의해 쿠스코에 있던 대부분의 건물은 불타버린다. 결국 잉카군은 물리쳤지만 쿠스코는 이제 폐허만 남았고 그 잉카의 건물 기반 위에 스페인 사람들이 건물을 지어 재건했기에 이런 오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

 

 

이러한 잉카와 스페인의 조화가 특히 잘 남아있는 곳이 아르마스 광장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코리칸차(Qorikancha)다. 코리칸차는 태양의 신전이란 뜻으로 잉카군의 화공에도 파괴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비교적 잘 남은 건축물로 이 코리칸차 위에 스페인 사람들이 산토 도밍고 성당을 지었다.

 

 

 

그 때문인지 이 코리칸차는 정말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 극도로 치밀하고 잘 짜여진 잉카식 석벽 위에 스페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 자리잡은 것이다. 때문에 이 코리칸차는 잉카와 스페인 두 건축양식의 극명한 대비를 드러낸다. 특히 주목할 것은 잉카의 건축양식인 석벽이다.

 

 

 

가까이서 보면 이러한 잉카 양식의 위대함이 드러난다. 석벽이 그냥 돌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돌을 정교하게 잘라서 쌓아올렸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정교한지 틈 사이로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다. 모서리나 선 부분을 보면 거친 것 없이 아주 매끈해서 거대한 돌을 마치 두부를 잘라서 붙인 것 마냥 빈틈 없이 맞물려 있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잉카에는 철기 문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망치와 정으로 돌을 쪼개고 다듬는 일반적인 석재 연마 방식이 아니었단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잉카 석벽은 현대 기술로도 정교하게 재현하기 힘든데 이렇게 지어진 이 석벽이 얼마나 견고한지 페루에 대지진이 났을 때 스페인의 기술로 지어진 산토 도밍고 대성당은 완전히 붕괴해버렸지만 잉카의 석벽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이질적인 조화의 매력이 있는 곳

 

 

이처럼 쿠스코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컬러를 가진 곳이다. 전혀 다른 두 제국의 양식이 섞였는데도 오묘한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마추픽추도 마추픽추지만 이 도시가 주는 이질적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두 제국의 흔적이 남은 곳이란 점에서 쿠스코는 그 어떤 곳보다도 환상적인 느낌을 줄 것이다.

 

 

 

잃어버린 제국의 흔적, 페루 쿠스코

- END -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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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김바비 김바비

경제와 역사를 좋아하는 여행 초보자. 어디에 무엇이 있고 뭐가 좋다는 남의 감상보단 직접 부딪혀서 경험하고 얻는 내 감상이 더 낫다 생각하는 겁없는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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