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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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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한 끼

서교동, 문턱 없는 밥집 

 

 

 거룩한 식사 

                                             황지우作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이야 말로, 한 사람에게 전인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룩한 일'이다. 먹어야 일을 하고 먹어야 생각하고, 먹어야 삶이 이어진다. 어떤 방법과 묘수를 써서라도  '대박 맛집'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을 내는 요즘의 식당들에게는 이 거룩한 일에 대한 사명감이 보이지 않는다. 남의 몸에 들어가는 이 음식이 어떤 영향을 끼치든 말든 그저 내 지갑만 두텁게 하면 된다는 식의 양심 불감, 음식 자체보다는 마케팅이나 외관에 신경을 쓰는 본질 왜곡, 원재료에 비해 심히 부풀려진 가격 등... 밖에서 한 끼 먹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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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태 속에서 오래 전부터 여러 이웃들에게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 끼, 지갑에 있는 돈과 상관없이 가격 면에서도 열려있는 한 끼를 제공하고 있는 밥집이 있다. 바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밥상 나눔 공동체 '문턱없는밥집' 이 그 곳. 그야말로 몸에 한 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을 알고 있는  밥집이다. 이곳은 한 끼 혼자서 조용히 해결하고 가고 싶은 이들부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건강한 밥상을 즐기러오는 사람들, 그리고 끼니의 소중함을 배우러 단체로 온 학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문턱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 식당의 취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 될 수 있는데, 첫째는 형편이 되는대로 밥값을 내고, 둘째는 식재료는 모두 친환경 식자재만을 이용하며 화학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는 땅을 살리면서 농사를 짓는 소농들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이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모두 같이 살자는 '공생'의 개념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속이 편안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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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 'No 화학 조미료'.... 이제는 이런 것들이 그저 하나의 마케팅적인 단어들로 퇴색되어버린 요즘이다. 너나할 것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문구를 사용하니, 오히려 식상하다 생각될 정도로 내성이 생겨버렸다.

문턱없는밥집은 농림수산식품부 후원, 친환경 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시행하는 사업인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하는 우수 식당이다. 이런 인증 마크나 등급은 차치하더라도, 먹어보면 몸이 안다. 다들 아는 사실이겠지만 몸은 정직하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되고, 먹고나서 물을 연거푸 들이키지 않아도 되는 밥상. 집에서 먹었을 때와 몸의 변화가 크게 다르지 않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직접 담아와서, 쓱쓱 비벼먹는 유기농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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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없는 밥집에 왔으면, 일단 Self-Sefvice다. 자연식 뷔페상이라고 해두자. 자리를 잡고,  음식이 놓여져있는 곳으로 온다. 쟁반 하나를 들고,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고, 커다란 스뎅(!) 대접에 밥부터 넣는다. 그리고 그 위로 김치와 야채 등의 반찬을 소담하게 담는다. 그 위에 계란 후라이는, 다른 이를 생각해서 '하나'만 얹는다. 된장과 고추장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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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각자 스타일로 쓱쓱 비벼먹을 차례. 그날 그날 반찬이 바뀌지만, 일정한 틀은 비빔밥에 어울리는 반찬과 국이다. 재료들은 껍질째 사용하기 때문에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 한마디로, 마크로비오틱 자연식인 셈이다. 직접 담근 된장에 거친 야채들이 잘 끊여진 된장국은 쌉쌀하면서 구수하다. 간은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하면서 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맛도 있다!  아이에게 먹여도 전혀 미심쩍지 않는 반찬과 국들...  외식할 때, 이만한 건강한 성찬이 또 있으랴!

  

 

마지막 미션 : 빈 그릇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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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철저히 소비적이고, 파괴적인 동물이다. 자기 몸 하나 배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자연들이 희생을 당한다. 식물과 고기의 소비는 물론이고, 먹고 난 후의 잔재들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사람 몸에만 좋다고 친환경일까? 우리가 신세지고 있는 환경은? 결국 그 이후도 중요한 것이다.

고로 한 끼 잘 먹고 내 뱃속을 잘 채웠다면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까지 완수해야 한다. 이른 바 '빈그릇 운동'. 쌀 한톨, 고추가루 한 알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비워야한다. 그래야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고, 세제 사용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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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일어나서 음식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간다. 가장 왼쪽에 숭늉과 절인 무가 있다. 이들을 퍼온다. 그리고 다시 앉아 숭늉을 마시면서,  무로 싹싹 닦아가며 먹는것이다. 마치 템플스테이의 발우공양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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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과 같이 설거지를 한 수준의 비주얼이 나온다면,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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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을 두는 곳에 심사 아닌 '심사'가 있다. 합격하면 빈 그릇을 두고 지갑을 가지러 간다.

  

 

자율적인 가격, 그러나 착한 부담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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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문턱없는밥집은 자율가격제이다. 모금함같이 생긴 상자에 각자의 형편과 만족도에 따라 매긴 가격을 지불하면 되는 것. 그런데 인간의 '연약함'은 이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형편'껏 내라는 문구가 오히려 애매하다.   

안타깝게도 이 자율성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혹은 '내가 셀프로 갖다 먹었으니까' 라며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고 한다. 문턱없는밥집의 식재료의 질은 비교를 할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데 비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3천원 씩을 낸다고 한다. 이 곳에서의 대략 한 그릇의 원가는 5천원 정도인데 말이다. 아마  그들의 대부분은 식당 근처 홍대부근에서 1만원이 넘는 브런치를 즐기기도 할테고,  5천원이 넘는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먹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갑자기 자신의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덕분에 문턱없는밥상은 적자에 시달리다가 작년 가을에 폐업의 위기까지 갔었다.   

요즘, 보통 서울에서 보리비빔밥이나 돌솥비빔밥 한 그릇이 얼마인가? 7~8천원 내외이다. 그런데 그들의 재료는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수입산 야채와 그마저도 공장에서 찍어낸 나물과 반찬을 얹어놓고, 혹은 재활용한 반찬들 위에 고추장 한덩어리 올려놓고 그 정도 받기 일쑤이다.  그걸 참고한다면 이 애매한 자율가격제가 더이상 애매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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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려운 사람들이 문턱없이 밥을 먹기 위해서는, 조금은 숨쉬고 살만한 사람들이 더 내주어야 진정한 공생이 실현되고, 건강한 공동체가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런건 둘째치고, 밖에서 한끼를 먹는데도 속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착한 부담감을 갖고,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조금 더 내는 것은 어떨까? 먼 아프리카 아이들의 끼니도 걱정해줘야하지만, 우리 주변의 식사 한 끼 하지 못하는 이웃들도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누구나, 거룩한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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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무조건 비빔밥이지만, 저녁 식사는 개별 메뉴도 준비되고 있다. 저녁에는 푸짐한 밥상으로 수익을 위해 운영되다보니,  가격은서울의 여느 밥집과 비슷한 수준이다.  점심의 문턱없는 비빔밥으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이렇게 운영이 되어야 한단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여정,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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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없는밥집은  당연히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아니다. 변산공동체 설립자인 농부 철학자 윤구병이 독일의 '경계없는 식당' 이야기에서 착안하여  2007년 5월에 개점하였다고 한다.  초기에는 (재)민족의학연구원에 소속되어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다가 뜻하지 않게 법률상의 문제를 안게 되었고, 아울러 '수익'도 나지 않는 지라 재단에서는 지난연말 폐업을 결정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여러 시민과 단체 중심의 여러 노력이 있어왔고,  여러 논의와 과정을 거쳐 재단에서독립하여 최근에 '사회적협동조합' 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운영의 형식은 변하고, 여러 도움으로 다시 운영이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는게 사실이라고 한다. 

나는 사회운동가도 아니고, 개념이 충만한 시민도 아니다. 착하지도 않다. 내 가족 밥 한끼 해먹이기에만 급급한 평범한 주부이고, 엄마일뿐이다.  이 밥집은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하던 약 3년 전 부터 찾아왔었다.  사실, 아이와 함께 믿고 먹을 만한 곳을 알아보다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는 한 끼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조금 더 내면, 다른 사람이 조금 더 거룩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런 밥집. 그래도 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INFORMATION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1층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도보로 5분 내외)

- 전화번호 : 02)324-4190

- 온라인카페 :  http://cafe.daum.net/bobjibngage

- 운영시간  : 점심(비빔밥) 12시-13:30,  저녁(단품 메뉴) 17: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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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턱없는 밥집 조합원 되기 : 조합비 3만원만 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문의는 위의 전화번호 및 메일주소  moontuksarang@daum.net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지란지교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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