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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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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시간이 존재하는 곳, 인도 라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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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라다크와 나의 첫 접점은 강렬했다. 야자수가 있는 바다, 뾰족거리며 서 있는 중세 교회와 박물관은 이제 지겨운 찰나였다.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을 뒤로 제대로 된 칠 하나 없이 네모지게 서 있는 곰파(라마교 절)와 바람에 찢어질 듯 흩날리는 오색 경전 룽타의 선명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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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너무나도 무심히 어우러져 자연 속의 또 다른 자연 같았다. 단 한 번에 뇌리에 꽂이는 이곳을 꼭 가보리라 다짐했다.

델리에서 라다크의 중심 도시인 레(Leh)까지 육로로 50시간이 걸리지만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만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해발 3,500m의 도시에 곧장 올라온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극심한 고산증에 시달린다. 호흡이 가쁘고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지속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예방할 수도 없으며, 치료는 오직 낮은 고도로 내려가는 것뿐이라는 이 족쇄에서 다행히 난 예외! 라다크는 나에게 첫 만남부터 큰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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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는 곳 중 가장 높은 도시인 레를 둘러싼 거대한 산맥에는 여름에도 풀 한 포기 없다. 그래서 어디에서든지 투박한 산줄기를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시대의 천재 건축가들도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자연의 당당하고 장엄한 모습. 히말라야의 척박한 무채색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고개를 조금만 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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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야생화와 초록 미루나무 숲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영하 20도를 웃도는 8개월간의 긴 겨울에는 이 역할을 포근한 빛의 눈이 대신하여 준다고 하니, 자연의 조화는 기가 막히도록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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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주변의 고성과 곰파를 돌아본 다음날은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 출입이 가능해졌다는 누브라 밸리(Nubra Valley)로 향했다. 자연의 품 그 자체라는 라다크에서도 더 깊숙이, 아무도 손 대지 않은 나만의 순수한 오지를 만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연의 욕망인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 부여하는 자연의 대가는 정말 혹독했다. 해발 3,000~4,000m의 히말라야 고개 굽이굽이 대충 돌멩이만 골라낸 비포장길을 지프를 타고 9시간을 가야지 닿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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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라는 타이틀이 붙은 까르둥 라(Kardung La) 고개는 해발 고도가 무려 5,606m로 한 여름에도 레 시내에 비가 내리면 여기는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언다.
자칫 차가 미끄러지면 까마득한 히말라야 고개 사이로 떨어지는 것이다. 군데군데 절벽 아래로 떨어져 있는 지프를 볼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는 안전하니 걱정 말라며 연신 이 아찔한 도로에서 엑셀을 밟는다.

날이 어둑해질 즈음 숙소가 있는 뚜르둑(Turtuk) 마을에 도착했다. 계곡 중간중간 신비로운 자태로 조그마한 마을들이 들어서 있는데 뚜르둑은 파키스탄과 접경한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곳이다. 1970년대 전쟁 이후 파키스탄에서 인도령으로 바뀐 곳이기 때문에 히잡을 입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모습은 파키스탄에 더 가깝다.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게스트하우스이긴 하나, 스텝들과 주인은 영어를 못 한다. 너무 유창하게 원 달라를 외치며 물건을 팔던 관광지의 아이들을 떠올리니 오히려 이 불편함이 반갑다. 제대로 왔구나! 밤 8시가 되니 마을의 전기가 모두 꺼졌다. 대신 하늘이 더 큰 빛을 선사해 준다. 가까운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촘촘한 은하수에 때때로 떨어지는 별똥별이 화려함을 더한다. 고즈넉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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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동네 구경에 나섰다. 마을은 보리타작이 한 창이었다. 직접 낫을 들어 보리를 베고 탈곡기를 돌린다. 뽀얗게 올라오는 먼지 뒤로 집집마다 쌓아둔 황금색 보리들이 넘실거린다. 지긋한 마을 노인들이 둘러앉아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돋우며 풀무질하는 광경도 보인다. 그 모습이 너무도 진지하여 호기심에 찬 나의 시선을 얼른 거두고 발길을 옮긴다.

이 여행으로 무엇을 얻었냐고 물어보면, 자연의 아름다움, 순수함에 대한 가치 그리고 평생 두고 먹을 만큼 먹은 살구이다. 살구나무의 계곡에 사람들이 잠시 머물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살구나무가 빼곡하다. 내가 갔던 7월은 마침 살구가 주렁주렁 열려 있을 때였는데 눈만 마주치면 살구부터 권하는 마을 사람들 덕분에 원 없이 따 먹을 수 있었다. 등처럼 환한 주홍빛 살구 열매들이 너무 예뻐 하얀 살구꽃이 피는 봄에 꼭 한 번 다시 와 보고 싶다.   

라다크 어디에서든지 마을 전체를 구경하고 싶으면 곰파에 올라가면 된다. 종교에 대한 그들의 고귀하고 간절한 마음을 반영하듯 가장 높고 척박한 언덕에 곰파가 위치해 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서니 사막을 닮은 황량한 골짜기 사이로 회색 석회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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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쓸쓸해 지려는 찰나 고산의 푸른 하늘과 잡힐 듯 가까운 구름, 그리고 꽃과 보리, 살구나무가 총천연색의 향연을 선사한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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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는 지구 상에서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순수와 소박함이다. 생장 한계를 넘어선 척박한 산맥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아 인류 이전의 자연 그 자체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라다크에는 이를 닮은 인류가 살고 있다. 19세기까지 왕족이 거주했던 레 궁전의 충격적인 소박함은 이곳에서 어쩌면 가장 지혜로운 삶의 모습이다.

일 년 중 단 4개월만 따스함을 허락하는 이 적막한 곳에서 자연을 닮고 이에 동화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니까. 낯선 여행자에게 줄레(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진심이 담긴 미소에서 마음속 상처와 미움들이 말끔히 치유되는 기분이다. 라다크, 오직 이 곳이기 때문에.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고고씽 고고씽

국문학을 전공하며 글쓰는 재미를 알게되었다. 이후 조선일보 공연리뷰어와 대학내일 국제팀 리포터로 활동하였다. 현재 중동, 남미, 인도 등 쉽지 않은 오지를 여행하는 쏠쏠한 재미에 푹 빠져있다. 평생을 두고 좋아할 수 있는 여행이 있어, 그리고 그 여행을 함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행복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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