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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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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을 찾아 떠나다

봉황 그리고 장가계

 

 

서로 다른 매력, 봉황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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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난성의 성도, 장사를 출발한 버스는 봉황을 향해 쉼 없이 대여섯 시간을 달렸다. 짓궂은 빗방울이 부딪치는 차창으로 토굴 작업에 분주한 포크레인의 요란한 움직임이 스쳐 지나고, 꽉 막힌 도로의 교통체증이 펼쳐졌다. 개발에 힘을 쏟는 중국의 현주소를 짐작케 하는 풍경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니 머리속에 그리던 중국스러운 풍경이 조금씩 나타났다. 거칠고 투박하긴 하지만 제법 산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이 다다른 봉황은 묘족 삶의 터전이자 그들의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55개에 달하는 중국 수민족 중 하나인 묘족은 원래 넓은 들판에서 벼농사를 짓던 민족으로 한때 한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한족의 세력이 강해짐에 따라 묘족은 땅과 재산을 모두 뺏기고 점차 깊은 산중으로 숨어 들었고, 그들이 최후의 방어기지로 삼은 곳이 봉황이다. 봉황에 발을 딛자마자 마주한 것은 유유히 흐르는 타강의 물줄기. 이끼 낀 초록의 강은 수천 년의 역사를 품에 안고 평화로운 마을을 에워싸듯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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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묘족의 흥망성쇠를 품은 도시였지만 이제는 한족, 묘족 등 18개가 넘는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봉황의 속내를 찾아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미로처럼 이어진 돌길은 기계로 자른 듯 똑 고르게 아귀맞춤이 돼 있고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넘쳐나는 우리의 인사동을 닮은 골목을 한참 구경하다 타강변으로 가니 신천지가 펼쳐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봉황 거리는 좀 전의 모습과는 달라져 있었다. 타강을 중심으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황금빛 조명이 켜지고 고성의 고색창연함 위에 화려함이 덧칠해졌다. 게다가 멀리 봉황산에서 쏘아올리는 레이저 쇼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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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야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 풍남문 앞 남화교로 갔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요란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진다. 카메라로 담기에는 역부족인 멋스러운 밤 풍경을 눈으로라도 담아가고자 한참을 그렇게 망부석처럼 서 있던 내게 가이드가 여행 팁을 전해 주었다. “타강을 가로지르는 여남은 개의 크고 작은 다리 어디에서든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만 차 한잔의 여유와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치형 교각이 인상적인 홍교예술로를 추천해드립니다. 일몰과 함께 밤의 봉황을 감상하기에 제대로인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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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봉황은 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화장을 곱게 지운 순박한 여인네의 낯빛 같다고나 할까. 나무와 돌로 지은 가옥은 밤의 화려함 대신 오랜 시간의 더께를 입고 있었다. 이끼마저도 신선한 고성의 참모습을 만나기 위해 전통 나룻배에 올랐다. 지붕이 있는 나룻배를 타고 타강의 수상가옥을 바라보노라니 수천 년을 거슬러 묘족을 만나러 가는 듯 설레기까지 했다. 그때 노래 잘하기로 소문 난 묘족 뱃사공이 구성지게 산가(山歌)를 부르는데 타강에 파문이 일 듯 마음속에 공명이 일었다. 베네치아에서 듣는 로맨틱한 뱃노래와는 또 다른 울림에 놀라는 순간이었다. 갓 따온 야채와 민물새우 등을 이고 지고 가는 봉황 사람들의 분주한 아침을 마주하며 어머니와 같은 타강에 몸을 싣고 있자니 봉황이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봉황은 중국의 대표 정치인과 문화인을 배출해낸 곳으로도 유명한데, 그 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고성박물관심종문 생가다. 고성박물관은 중국 근대 정치혁명가 진보잠 삼대가 생활하던 가택으로 가족역사문화유산이자 고택과 정원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또 심종문 생가는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루쉰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작가 심종문이 나고 자란 곳이다. 심종문의 대표작인 <변성>은 선주의 두 아들 천보, 나송과 취취의 얽히고설킨 삼각관계를 다룬 소설인데 봉황을 대표하는 ‘연우봉황쇼’에서 극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 거장 장예모 감독의 <인상, 여강> 팀이 3년 동안 공들인 이 작품은 유유히 흐르는 타강과 별처럼 반짝이는 수상가옥을 배경으로 극이 펼쳐진다. 화려한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의상, 분장, 무대 배경이나 연출, 배우들의 안무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흥미로운 쇼를 보며 섬세하면서도 장대한 스케일의 대륙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기대 없이 찾아간 소수민족 마을에서 또 다른 중국을 만나는 경험,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신의 손길로 빚은 웅장한 공중 정원,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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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에서 동북쪽으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장가계.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으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인 사이에서 장가계는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꼽힌다.

“이곳은 ‘무릉원자연경관역사지구’에 속하는데 무릉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선경을 의미하지요. 그만큼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 장가계입니다”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장가계는 유명한 경승지 사이에 도로를 만들고 셔틀버스를 운행해 짧은 시간에 대표 여행지를 돌아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케이블카, 리프트 등의 시설이 설치돼 있어 힘들게 산행하지 않고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행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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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장가계의 자연을 만나기 위해 맨 처음 찾은 곳은 천문산. 산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는데 산은 보이지 않고 마을을 지나고 기차역을 지난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고 나서야 천문산 초입에 닿을 수 있었다. 7,455m, 세계 최장 길이의 케이블카를 만들기 위해 시내 중심가부터 케이블카를 연결했다. “이곳은 1,000불을 더 내고 관광해야 하는 산입니다. 운해도를 보는 비용은 입장료에 포함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하는 가이드의 우스갯소리가 괜한 말은 아닌 것이 산세보다 더 멋스러운 것은 운해가 그려내는 풍광이다. 한때 천문산을 ‘항상 구름이 감돌아 꿈속을 걷는 듯하다’ 하여 ‘운몽산’으로 부른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행이 간 날도 어김없이 운해가 가득해 잔도(험한 벼랑에 만든 길)를 걷는 내내 바로 앞 사람의 자취도 찾기 어려웠다. 천문산의 귀곡잔도는 귀신이 나올 듯한 골짜기 길로 해발 1,400m 높이에 위치해 있는데 특히 천길 낭떠러지를 투명 강화유리로 내려다볼 수 있는 유리잔도는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발 딛기 힘든 곳이다. 불과 60m밖에 안되는 길을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조심조심 걷다 보니 천길 낭떠러지가 발아래로 펼쳐진다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운무와 안개가 가득해서 아찔한 풍경을 실제로 볼 수 없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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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를 걷듯 잔도를 돌아 다음으로 찾은 곳은 천문동. 버스를 타고 아흔아홉 구비 ‘통천대로’를 구불구불 돌아 드디어 하늘로 통하는 구멍을 만나는가 했더니, 아뿔싸! 999개의 계단이 떡 버티고 있었다.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만이 구멍 안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상서로운 공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천문산을 가슴에 품고 장가계삼림공원을 찾았다. 장가계의 남쪽에는 천문산이, 북쪽에는 장가계삼림공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두 곳 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산의 입구에서 올려다보니 천문산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 가이드에게 두 산의 차이점을 물었다. “천문산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어서 흑회색 바위 형태를 띠고 있지만 장가계삼림공원은 석영, 사암에 철분이 함유돼 있어 불그스레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또 원가계·양가계·십리하·금편계곡 등이 위치한 장가계삼림공원은 천문산에 비해 산세가 더 좋고 다양한 것이 특징이지요. 장가계삼림공원의 입장료가 다른 곳에 비해 세 배 이상 비싸지만 신비한 산수와 공중 정원을 풀어내 보여주기에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라는 기대감 높이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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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였던 곳이 지각운동으로 융기한 것이 약 6,000만 년전.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져 지금의 절경이 만들어졌다 생각하니 자연이라는 예술가가 빚은 걸작에 저절로 숙연함마저 들었다. 데크가 끝나는 곳에서 버스와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고 오른 원가계는 장가계 여행의 백미였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지였던 곳에 서니 천하를 호령할 만한 기개가 절로 생기는 듯했다. 특히 절벽과 절벽을 잇는 천하제일교는 높이가 300m나 되는 허공에 커다란 두 개의 바위가 이어져 자연이 선물한 기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천하제일교 아래의 구멍 사이로 내비치는 원가계의 수직 봉우리들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보고 또 보게 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닌 듯했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은 수직의 봉우리가 똑같은 높이로 펼쳐져 평원을 이룬 평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산하는 길, 높이 335m나 되는 세계 제일의 관광 전용 엘리베이터를 1분 58초 만에 타고 내려오며 유난히 아쉬워했던 것은 장가계와의 이별 때문이었다. 좀 더 많은 풍경을 가슴에 담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자 가이드는 “10년 넘게 장가계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지만 며칠이라도 이 풍경을 보지 못하면 곧 그리워지곤 합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풍광을 만날 수 있기에 장가계를 떠나지 못하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유난히 경치를 가까이 두고 보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장가계만큼 매혹적인 곳이 또 있을까. 가이드의 말처럼 만날 때마다 다른 풍경과 지모로 찾는 이를 잡아 끄는 신비로움, 선계를 훔쳐보는 듯한 특별함이 있기에 여행객들은 장가계를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는 것이리라.

 

자료제공

하나투어 ZEUSworld  (zeus.hanatour.com)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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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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