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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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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푸짐한 디우의 밥상

서인도 디우Diu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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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도 구자라트 지방의 카티아와르 반도 남단부에 있는 해변도시 디우는 남부의 고아와 더불어 인도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1960년대까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으며 지금은 인도 정부 직할지역으로 분류되어 근처의 다만과 함께 ‘다만,디우 연방직할주‘로 분리 관할되고있으니 엄밀히 말해 구자라트 주 소속은 아니다.

전체 면적 33㎢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아기자기한 마을과 곳곳의 포르투칼 풍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눈에 띄며 너른 해변에는 겨울철과 몬순기를 제외하고 언제나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금주의 전통이 강한 구자라트 주와 달리 음주가 자유롭고 주세마저 저렴하여 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고아가 유명세에 비례하여 다소 번잡하고 퇴폐스러운 것에 반해 아직까지 디우는 그 한적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디우(Diu)에 와서 신선한 해산물에 술 한 잔 기울이심이 어떤가?

 

 

그 길은 고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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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Diu)에 가면 팔뚝만한 새우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평소 해산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선 절로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술까지 지천에 널렸다니! 주세가 낮은 지역의 특성상 오버 조금 보태 술 값이 거의 물 값이라는 소리에 나는 또 당장에 디우(Diu)가는 차편을 알아본다. 

자이살메르에서 디우를 가려면 우선 구자라트 주 교통의 요지 아메다바드를 가야 한다. 아메다바드까지 가는 슬리핑 버스는 1, 2층으로 분리되어 양쪽으로 2인 1실, 1인 1실의 슬리핑 칸이 배치되어있다. 각 칸에는 있으나 마나한(그래도 필요한) 문이 달려 있거나 아님 그보다 더 허술한 커튼이 달려있다. 그러니 가끔 자리를 착각한(그렇게 믿고 싶다) 인도인들이 벌컥벌컥 문을 열거나 커튼을 젖히더라도 놀라거나 당황하진 말 것이다. 

도로도 도로지만 버스 또한 그 자체가 많이 낡은 터라 흔들림이 만만치 않다. 덜컹덜컹, 자리에 누우면 절로 몸이 요동친다. 여간하면 머리만 대면 기절하는 난데 쉬이 잠을 들 수가 없다. 시트에 배인 곰팡내는 그런대로 문을 열어 놓으면 견딜 수는 있다. 하지만 방광의 생리적 활동은 참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으니 아까부터 휴게소 생각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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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도착한 아메다바드에 대한 기억은 좋지 못하다. 순진한 척 하면서 등쳐먹으려는 오토릭샤와 대로 한복판에서 시비가 붙었고 경국 경찰까지 개입하는 촌극에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배고파서 들어간 로컬 식당의 이름 모를 커리는 빛깔부터 예사롭지 않은 최악의 커리였다. 커리만큼 최악이었던 화장실을 경험한 곳도 이곳 아메다바드. 쉴 곳 없는 방황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 진 곳도 이곳 아메다바드였다.

 

 

그 이름 디우 D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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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메다바르를 떠나 또 다른 슬리핑 버스를 타고 12시간 남짓 달려 드디어 디우(Diu)의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신선한 공기와 산뜻한 태양이 아메다바드의 악몽을 깨끗이 날려주는 듯하다. 찾아 간 숙소는 생각보다 아늑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연 이틀 구린내 나는 슬리핑버스에서의 노곤함을 달래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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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에서의 일정은 여유가 있기에 오늘은 하루 종일 느린 걸음으로 동네(구시가지)나 휘 둘러보고자 한다. 숙소 앞을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그곳은 바다다.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바다의 내음이 짜다. 

바다를 향하는 그 길 좌우로는 좌판들이 형성되어 있다. 옷이며 신발은 기본이고 요상한 그림이 그려진 공책이며 여자들 머리를 장식하는 액세서리에 허리띠, 손목시계 등의 소품까지, 저 멀리 한 가득 물건들을 머리에 이고 갈 길이 바쁜 여인들이 보인다. 색색의 사리를 늘어뜨린 그 화려함만 가신다면 우리네 여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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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페인팅이 눈에 띄는 이 물체는 오토릭샤라고 하기엔 그 크기가 다소 컸다. 그렇다고 트럭이라기엔 또 너무 작고... 겉은 화려하고 모양새는 애매한 그것은 바퀴는 세개가 달렸으며 언뜻 오토바이를 개조 한 듯 보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탈것의 좁은 공간으로 사람이며 짐들이 빼곡하다. 좌석이 다소 높게 위치한 것은 그 아래를 짐칸으로 쓰기 위함인데 변변한 이동수단이 없는 디우(Diu)에서는 그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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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하는 마지막 관문은 천장이 가로막힌 흰색의 시멘트 건물(디우시장)이다. 까지고 닳아 없어진 흰색의 칠은 그 밑의 시멘트를 그대로 드러내 흉물스럽게 자리한다. 그 곳에서 상인들은 별로 많지도 않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적잖이 무료해 보인다. 아까부터 늙은 상인은 몰려오는 졸음을 쫒을 길이 없다.

건물 밖을 나가면 바다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낭만하고는 참으로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낮은 방파제로 가로막힌 해변, 그 길을 따라 해산물 음식점이 늘어지고 군데군데 숙소들이 자리한다. 건물은 낡았고 인적은 드물었다.

길가로 자리를 깔고 있는 모자는 땅콩이며 호두 같은 견과류를 팔고 있었다. 마침 입이 좀 심심했던 차 아몬드 적당량을 구입해 본다. 저울의 한 쪽을 차지한 작은 추에 200g이라는 무게가 양각으로 깊이 새겨 있다. 상인은 적당히 구겨진 신문지 조각을 집어 들더니 아몬드를 그 위로 쏟아 붙는다. 앙증맞게 쌓아진 그것을 한 알 한 알 천천히 씹어볼 터이다.

 

 

시간이 멈춘 거리, 구 시가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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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바다구경은 그만 내일로 미루고 그 길을 돌아 나와 마을로 접어든다. 범위는 구 시가지로 한정지었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하여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에 별 무리가 없다. 골목은 갖가지 모습들을 선사한다. 이 골목을 벗어나면 또 다른 골목이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리한다. 오랜 세월 덕분에 건물은 낡고 담벼락은 헐었다. 그 길을 걷는 내내 시간을 걷는 듯한 착각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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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어디쯤 작은 문틈으로 훔쳐본 그곳은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드는 작은 공장이었다. 사실 공장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그곳에는 두 손이 밀가루로 허옇게 덮인 한 인도인이 한창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자파티나 로티를 주식으로 먹는 인도이니 아무래도 밀가루 소비량이 많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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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흰색의 오래된 건물. 어딘가 유럽풍의 낭만이 깃든 이곳은 [세인트 폴 성당]이다. 1607년 포루투칼 식민시절 건설되었으며 디우에 남아있는 3개의 성당 중 현재까지도 유일하게 그 기능을 지속하고 있는 곳이다.

예배당 문 앞에서 막 미사를 마치고 나온 카톨릭 신자를 마주한다. 가벼운 목례를 건네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면 성당 안의 모습은 내가 알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뵌다. 세인트 폴 성당을 마주보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흰색의 화려한 외관이 눈에 띄는 세인트 아시시의 프란시스 성당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디우 종합병원으로 그 역할을 달리하지만 과거 그곳을 드나들었을 수많은 카톨릭 신자들을 상상하면 건물은 그런대로 위엄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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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세인트 도머스 성당]은 디우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현재 [디우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는 이곳은 기다란 연못이 입구를 향해 뻗어있고 그 길을 따라 건물로 들어서면 포르투갈 지배시절의 기독교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설명도 부실하고 관리도 허술하여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아름다운 건물과 디우의 전망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찾을 가치는 충분하다.

그곳의 별도 건물에는 현재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설에 비해 다소 과한 가격이 책정된 듯하지만 오래된 성당 안에서의 낭만을 즐기고픈 여행자라면 한 번쯤 묵어 볼만 하다. 그곳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디우의 전망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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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마을에는 오래된 길이 뻗어 있고 그 오래된 길 위엔 오래된 집들이 자리한다.
그리고 오래된 집 구석구석 지나간 시간들이 투박하게 드러나니 그 거친 모습에서 나는 묘한 평온함을 느낀다.  

 

 

화려하지 않아도 푸짐한 해산물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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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오토바이를 타고 당도한 곳은 디우의 해산물 시장이다. 코를 찌르는 비릿함에 주위를 둘러보니 과연 지천에 해산물들이 가득하다. 어설프게 지어진 시멘트 건물 안으로 장이 서고, 좌판 위로 갓 잡은 생선들이 파닥거린다. 새우며 가재 같은 갑각류들도 널려있다. 아낙들은 보기에도 거추장스런 사리자락을 질질 끌며 매섭게 칼질을 해댄다. 그리곤 서로 자기 것이 제일 싸고 맛나다며 지나는 이를 억지로 잡아끈다. 이곳에선 발품과 흥정은 필수다. 적당히 상인과 씨름한 끝에 도미같이 생긴 생선을 한 마리 샀다. 살도 적당히 올라온 것이 삶거나 쪄먹으면 참으로 맛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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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을 하다 말고 그녀가 나를 본다. 인도인들의 깊고 부리부리한 눈매는 여전히 사람을 덜컹이게 한다. 혹시나 기분 나쁜 건 아닌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니 이내 그녀가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역시 사람은 웃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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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온 해산물을 해변의 식당에 가져간다. 무작정 들고 간 그곳의 솜씨 좋은 주방장은 자신의 요리철학을 고스란히 재료에 담아낸다. 탄생된 요리들은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고 입 안에서 예술로 활개 친다. 낮에 사온 술을 한 잔을 곁들이니 별천지가 따로 없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저녁만 되면 나는 이곳 해산물 시장을 찾았다. 이제는 제법 눈도장도 찍혔는지 덤도 얼추 얹어 주신다. 그렇게 공수해 온 해산물들을 거대한 찜통에 한 번에 넣고 그대로 쪄낸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제법 맛나다. 디우에 가면 팔뚝만한 새우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는 그 말은 맞다. 어디 새우 뿐이던가?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디우에서의 만찬... 다시 생각하니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인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엄턴구리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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