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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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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여정

- 청산도 목섬과 새모가지바위

 

 

느림의 섬 청산에 흐드러진 유채꽃은 4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느림의 섬 청산에 간만에 활기가 돋는다. 4월의 마지막, 6박7일의 일정으로 슬로우걷기 축제가 열리는 청산도를 찾았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풀등 (3)

▲ 슬로길 7코스, 풀등해변 ⓒ엄용선

 

8시30분, 평소의 생체리듬이 발목을 잡은 몸은 겨우 이불 속을 빠져 나온다. 숙소(느린섬 작가의 집) 인근 식당을 겸하는 펜션에 아침식사를 예약해 놓은 참이기에 서둘러 눈곱을 땐다. 문을 나서니 풀등 해변이 그 바닥을 드러내놓고 있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낮게 깔려 부분적으로 반짝임을 선사하는 그 모습은 자연이 건네는 '잘 잤냐?'는 아침인사다. 해변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물이 차 오르기 마련이니, 어떤 이는 겹겹이 쌓이는 풀등의 물층을 두고 '청산도는 바다에도 다랑논이 있다'고 하였다. 그 '바다 다랑논'을 마주하고 아까부터 어부의 끌질은 쉴 틈이 없다. '끄드득 끄드득' 한 끌질에 바다의 찌꺼기들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진다.

 

 

청산도슬로우걷기_섬이랑나랑 (1)

▲ 슬로길 7코스, 섬이랑 나랑 펜션 입구 ⓒ엄용선

 

예약해둔 아침 상차림을 향해 인근 펜션을 향한다. 풀등의 끝, 목섬의 초입에 위치한 그곳은 황토를 컨셉으로 청산의 느림을 담은 펜션 '섬이랑 나랑'이다. 초입의 열린 문틈, 그 안을 살짝 엿보니 제법 널찍한 목공 작업실이 보인다. ‘목공 작업을 해보고 싶다’, 생각으로만 반복했던 열망이 다시금 솟구친다. 그 앞을 지키는 강아지는 생긴 것 답지 않게 순하기 그지없다. 목공 작업실을 지나쳐 식당을 향한다. 그곳은 ​'엄마의 텃밭식당'이라 이름 지어진 곳이다. '가정식 카페 마르'라는 표지판도 보이던데 식사 후에는 그 곳도 가보기로 한다.

 

 

청산도슬로우걷기_섬이랑나랑 (4)

▲ 슬로길 7코스, 섬이랑 나랑 펜션 : 평상에 널린 미역줄기 너머 하얀 이불이 바람에 날린다. ⓒ엄용선

 

다소 길어진 식사 준비 덕분에 팬션을 둘러 볼 기회가 생겼다. 넓은 공간 구석구석 사람의 손길이 묻어난다. 각종 식량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는 텃밭은 이 집의 자랑이다. '엄마의 텃밭식당'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자급자족으로 해결하고 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청산도슬로우걷기_섬이랑나랑 (20)

▲ 슬로길 7코스, 섬이랑 나랑 펜션 : 카페 미르 ⓒ엄용선

 

식사는 화려하지 않지만 빠짐이 없고 정갈하다. 다소 심심한 양념간은 익히 먹어 온 전라도 정통의 맛은 아니었지만 그 자체로 담백하다. ​직접 키운 두릅과 곰치를 살짝 데쳐 주었는데 초장과 함께하니 그 향긋함이 일품이다. 식사를 마치고 입구에서 눈여겨 봐 두었던 '카페 미르'를 향한다. 주인언니의 안내를 받아 들어 간 곳은 공간으로 황토향이 가득했다. 가정식 카페라더니, 바닥 온돌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따끈하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가 나오는 동안 의자는 제쳐두고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다. 엉치뻐를 통해 척추를 타고 오는 온기는 나른하다.

 

 

청산도슬로우걷기_섬이랑나랑 (24)

▲ 슬로길 7코스, 섬이랑 나랑 펜션 : 카페 미르 ⓒ엄용선

 

파란색 도자기 컵에 담겨 나온 커피는 약간 진한 듯 했다. 포트에 담겨 나온 따뜻한 물을 적당히 부으니 그 농도가 딱 알맞다. 한 모금 입에 넣어 적당히 오물거리면 커피의 씁쓸한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렇게 시작할 수 있는 하루는 행운이다. 차분함을 넘어 괜히 설렘이 찾아든다. 들리는 음악도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꽤 좋은 선곡들이다. 분침은 초침을 앞지르고 시침을 위협하니, 우물쭈물 한 사이 벌써 해가 중천에 다다른다. 지금의 아쉬움을 그만 다음으로 기약하고 그곳을 나온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85)

▲ 슬로길 7코스, 목섬을 향하는 해안길 ⓒ엄용선

 

목섬을 향하는 길은 풀등을 빙 돈다. 어느 정도 물이 차오른 '바다의 다랑논'이 왼편으로 반짝이면 오른편으로 노오란 유채꽃이 들판을 이루고 있다. 저절로 멈춰서는 풍경에 발길은 한참을 그 곳에 묶인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42)

▲ 슬로길 7코스, 지척에 목섬이 보인다.​ ⓒ엄용선

 

산으로 접어든 해안길의 끝, 지척으로 목섬이 보이면 청산과 섬을 잇는 길은 잘 닦인 방파제길이다. '느림'을 잠시 접고 섬과 섬, 그 100미터의 길을 요이땅! 달려보는 것도 목섬입성의 또 다른 재밀 수도 있겠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44)

▲ 슬로길 7코스, 목섬의 깊은 곳으로 향해보자. ⓒ엄용선

 

바다를 옆에 두고 산으로 접어드는 길은 '스로길'안내 표지판이 없었다면 허투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겨우 한 사람 지날 폭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다라 섬의 숲으로 들어간다. 바다는 잠시만 안녕이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71)

▲ 슬로길 7코스, 목섬의 숲길 ⓒ엄용선

 

섬에 오니 등산은 필수던가! 평소 서먹했던 산과 친해지려니 숨이 턱으로 찬다. 눈앞으로 당면한 과제들이 저만치 밀려 있어 한참을 땅만 보고 걷는다. 구부정한 허리가 그대로 굳어질 찰나 하늘을 본다. 높게 솟은 나무, 하늘에 걸린 가지는 태양의 열매를 매달고 빛난다. 나뭇잎 사이,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눈부시다. 감나무 아래 입 벌린 사내 마냥 덩달아 빠진 넋이다. 한참을 걸어 '목섬 삼거리' 갈림길에 접어든다. ​목섬새끝길(0.4km)을 돌아가 슬로길(0.6km)로 돌아 나오기로 한다. 섬의 깊숙한 곳에 다다를수록 길은 더욱 험해진다. 우선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두 손을 보태본다. 부분 설치된 밧줄도 큰 도움이 되었다. 곳곳에 '추락위험' 안내판도 심장을 쪼인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57)

▲ 슬로길 7코스, 목섬에서 바라본 새모가지 바위 ⓒ엄용선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그 길의 끝, 마주한 풍경은 경이롭다. 사방으로 확 트인 바다, 너머의 새모가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바다 위의 바위 산, 푸른빛과 잿빛의 조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풍경을 마음에 담아본다.

 

 

청산도슬로우걷기축제_목섬 (63)

▲ 슬로길 7코스, 목섬의 끝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엄용선

 

그곳의 너른 바위에 우선 엉덩이를 놓아 본다. 익숙지 않은 길을 열심히 내달려 온 다리도 잠깐 휴식을 취하는데 사방으로 확 트인 바다가 막힌 지도 몰랐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멀리 김양식장이 보이면 일터를 향하는 어부의 배가 시원하게 물살을 가른다. 잔잔한 수면 위로 거친 한 획이 그어진다. 이런 풍경인 줄 알았다면 적당히 읽을 만한 시집 한 권 들고 오는 건데, 햇빛에게 보호되어 마땅한 여자의 피부는 챙이 넓은 모자라면 그런 대로 안심이다. 밀짚모자는 이럴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부재중 책 대신 핸드폰을 뒤적거려 음악을 튼다. '카페미르 음악리스트'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선견지명 이었나보다. 향긋한 차 한 잔, 아니 그보다도 살얼음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을 그런 시간들이 청산의 바다를 떠다닌다. 독기가 바짝 오른 신발도 벗어 던지고 한바탕 폼 나게 휴식도 취해본다. 참으로 살맛나는 세상이다.

 

 

 

TRAVEL TIP

서울에서 청산가기, 육지의 끝 완도에서 배를 타고(50분소요 편도 7,000원) 청산도에 입성한다.

- 서울센트럴시티(호남선) > 완도버스터미널

  하루4회 운행, 소요시간 5시간

  예매 : www.hticket.co.kr

 

- 기차

  서울 용산역 > 광주 또는 광주송정역(KTX) www.korail.com

 

- 광주/목포 버스터미널 > 완도버스터미널

  소요시간 2시간 / 1시간 30분

  광주버스터미널 062.360.8114

  목포터미널  1544-6886

 

- 슬로길 섬이랑 나랑 펜션

  http://www.sumirang.com/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엄턴구리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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