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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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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쉽게 닿을 수 있는 겨울 항구, 안산 탄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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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바다가 그리워진다. 탁 트인 시원함과 두려움을 주기까지 하는 망망함을 동시에 지닌 바다. 삶 속의 무거움을 그 푸름 속에 용해시키고 싶을 때 바다가 그리워진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면. 그래서 가기로 했다.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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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푸름을 보고 싶다 하니 그는 푸름에 붉음을 더해 보자고 한다. 바다의 낙조를 보러, 겨울 해의 기울기를 따라 서쪽으로 가기로 하였다. 겨울에 어울릴 법한 노래를 들으며 갔다. 떠나버렸음을 알면서도 '마음껏' 기다리겠다는 가사를 귀 기울여 들었다. 듣지 않아도 흥얼댈 즈음 분홍빛이 푸름과 맞닿을 때, 도착했다.

안산 대부도는 서울에서 자동차든 지하철이든 1~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경기도 안산역-대부도까지는 123번 버스로 시화방조제-탄도항까지 닿을 수 있다.

* 대부도 교통 노선 : http://www.okwest.co.kr/way/html/01traffic03.html

1. 겨울바다 낭만의 진수, 탄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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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는 그 도시의 '경'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안산에는 <안산9경>이 있다. 야생화가 피어나는 풍도, 탄도항 낙조와 누에섬 전망대가 일품인 탄도바닷길, 서해낙조의 꽃인 구봉도 낙조, 소나무와 함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산책로 대부해솔길, 1953년부터 재래방식의 소금채취방법을 고수하는 동주염전,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인 안산 시화호조력발전소, 국내 최대 인공습지로 운치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안산갈대습지 공원, 그리고 인공폭포로 주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는 노적봉 폭포와 다채로운 아시아 음식을 가득 맛볼 수 있는 안산 다문화거리가 9경이다.

<안산9경> 중 하나인 탄도바닷길.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이라 볼 것이 있으랴 싶지만 서해 바다와 풍력발전기, 낙조는 명불허전으로 멋진 겨울 풍경을 자랑하여 출사지로 적격이다. 탄도 바닷길과 함께 시화호조력발전소와 동주염전을 함께 들러 사진 찍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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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에 있는 항구, 탄도항. 예로부터 참나무가 울창하였으며 그 나무로 숯을 만들어 탄도(炭島)이름 붙은 곳이다. 탄도항 인근에는 서해안 천해의 갯벌이 형성되어있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그래서 바다낚시 및 갯벌체험 등 해양생태 학습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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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겨울 탄도항은 외롭지 않았다. 얼음가루가 바스락거리는 바람이 부는 곳에 온 사람들. 겨울 바다, 겨울 항구를 찾은 이는 의외로 많다. 많은 이가 고운 마법의 풍경을 박제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연인과, 누군가는 홀로. 많은 이유들을 가진 제각각의 사람들은 탄도항의 바다를-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2. 마법적 색이 물드는 겨울 탄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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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태양을 바라보니 바람개비가 보인다. 크다. 거대한 풍력 발전기다. 산곡풍은 낮밤바람의 방향이 바뀌나 바다의 바람은 방향이 일정하여 양질의 바람자원이다. 그 바람이 거대한 날개를 휘휘 돌리고 있다. 시간도 그 날개에 감겨 돌아가는 듯하다. 지금 날개에는 마법의 시간이 깃들고 있다.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인데 탄도항에서 바라보는 태양은, 각별하다. 눈을 뗄 수 없다. 붉은 실크 장막을 거두어들이는 수평선. 그 뒤로 연한 분홍색이 그리고 부드러운 하늘색이. 끝은 청록과 보라.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이 바로 마법의 시간, 매직아워다. 대척점에서 마주 보고 있을 붉음과 푸름이 한데 엉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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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태양은 겨울 바다의 모든 온기를 거두어들이면서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산란하는 붉은빛 가운데 황금빛 태양은, 이내 얼굴을 감춘다. 조금 일렀거나 아주 조금만 늦었어도 저 태양을 만나지 못했을 텐데. 만날 인연이었던 듯 정말 멋진 마법적 순간에 딱, 만났구나. 눈을 감으니 붉은 잔상이 어룽거린다.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사람이든 어느 장면이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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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진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남아 있다. 해는 삼켜졌지만 한동안 바라보았다. 작지만 오롯한 인공 불빛들이 켜지고 저 하늘의 붉음과 푸름은 명징하게 짙어지며 자리 바꿈한다. 누에섬이며 탄도항 인근의 섬들이 단단한 검은 형체를 보이고 있다. 밋밋했을 풍경이 우뚝 선 풍력 발전기 덕에 외롭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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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빌딩 숲 사이로 빼꼼하게 빛갈음 하던 하늘. 여기서 오래간만에 가리어지지 않는 하늘, 바다를 본다. 바다가 그어 놓은 평안하고 푸른 수평선을 경계로 이렇게 날마다 고운 해가 자맥질하고 있었구나, 새삼 본다. 곁에서는 해송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무엇인가 답답했던 것들이 바다의 솔바람에 비워지는 기분. 바다 풍경의 힘이다.

3. 쉼이 찾아드는 겨울 탄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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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가 길게 바다로 뻗어 있다. 밀려드는 거센 파도를 막고 있다. 자연은 위대하고도 무섭다. 인간의 깜냥으로 가늠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야수의 이면이 있다. 파도가 진노하여 야수의 얼굴로 일어설 때, 방파제는 긴 팔을 뻗어 막는다. 팔 안쪽 잔잔한 물결 위에 배들이 모여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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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수평선 아래 깊숙하게 들어갈 무렵 방파제 안쪽 깊숙한 곳으로 모여드는 배들. 어서 오라는 손짓인 듯 반짝이는 빛들을 따라 오늘의 수고로움을 접으러 온다. 흔들리는 몸뚱이를 묶어두고 밤의 고요함에 몸을 맡기러 배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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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물결을 가르며 들어오는 배들은 속도를 줄이며 제 자리에 나란하게 열을 짓는다. 그르렁거리는 엔진이 멈춘다. 겨울 바다와 겨울 바람을 상대하느라 노곤해진 몸의 사내들이 내린다. 짠물 젖은 장화를 벗고 마른 신발을 꺼내 신는다. 오늘 거두어들인 바다의 선물들을 내리면서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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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랩탑의 파워를 끄고 구두를 고쳐 신고 퇴근하듯 어부들도 매일 저녁 이렇게 일과를 마무리한다. 두 시간 전만 해도 단단한 검은 아스팔트 위로 회색 빌딩, 밀려드는 자동차가 눈앞에 있었는데. 휘황한 도시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전형적인 항구의 일과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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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내려 돌아가면서 어부는 동료와 한잔하러 갈까 하기도 하고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야지 하며 주전부리를 살지도 모른다. 삶의 큰 틀은 다를 바가 없다 싶다. 뜨는 태양과 함께 움직거리다가 세 끼 먹고, 지는 태양과 함께 멈추어든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공간에서도 다르면서 같은 삶의 모습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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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삶뿐만 아니라 일출과 일몰 자체도 매일의 반복이다. 어디 가나 삶의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고 매일의 순환 고리는 반복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여긴다. 연결이 유순하게 이루어지기를, 오늘의 성실로 단단하게 연결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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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한 짠내를 풍기는 고기잡이 도구들 위로 새끼손톱 같은 하얀 달이 돋는다.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과 달이라도 매일 이렇게 곱다. 나의 매일도 곱기를 바란다. 바다에 올 때면 너무나 식상하여 잊었던 것들을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바다 풍경의 힘이다.

4. 탄도항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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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항에는 칼국수며 회를 맛볼 수 있는 센터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바다 곁에 딱 붙은 작은 포장마차로 들어가기로 한다. 바닷바람에 위태로운 듯 하나 불빛이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마주 앉은 사람, 둘의 사이에는 어묵 국물이 놓여 있다. 사실 저 어묵 국물통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훈김에 들어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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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물 온기가 전해지는 종이컵을 두 손으로 쥐고 싶다. 언 손을 대번에 녹여 줄 것만 같다. 목구멍으로 짭짤하고 뜨신 국물을 넘긴다. 후후 불어서 국물 마시곤 어묵 한 꼬치를 먹는다. 참 오랜만에 포장마차에 앉아 본다. 허기를 채운다. 따뜻함을 채운다. 안경알이 뿌옇게 변하고 있음에 아랑곳 않고 국물을 마신다. 아, 바로 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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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포장마차에 서서 뜨끈한 어묵 국물 훌훌 넘기며 떡볶이 먹는 맛. 다른 계절도 아니고 진짜 딱, 겨울이어야 제맛이다. 슬쩍 퍼진 어묵과 매콤 달콤한 떡볶이. 어묵 국물에 물엿과 고추장 풀어서 쫀득쫀득한 떡을 바그르르 끓인 떡볶이. 세상 부러울 것 없다.

5. 밤으로 차오르는 탄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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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포만감을 안자 추위가 누그러진다. 그 사이 밤은 짙어졌다. 군청빛 하늘이 내려앉자 그 사이 와인빛 하늘이 더 돋보인다. 해가 사라졌지만 좀더 이렇게 탄도항에 머물기를 잘 했다. 탄도항의 겨울 풍경은 단조로울 것 같지만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해넘이 이후에마저 낙조 때의 색의 향연이 끝나지 않는다. 본편은 지금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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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렇게 바다의 삶에 필요한 것들의 형체들이 있어 풍경은, 말 걸어오는 듯하다. 추위를 대면하고 한참 서 있을 만 하다. 다시 나도 모르게 렌즈를 들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렌즈 너머 바다 위로 움직임들이 보인다. 어두워짐으로써 오늘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다. 어둠이 시작점이기도 하다. 해의 넘이와 함께 하루를 접는 배도 있지만 달의 오름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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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항은 성실하게 끊임없이 매일을 이렇게 이어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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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들도 어깨를 대고 이 어둠의 시작점을 보고 있었다. 달이 지구 곁에서 바닷물을 밀고 당기는 순간을 응시하고 있을까. 나와 같은 것을 느낄까, 아니면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적어도 둘이 함께이니 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바다를 찾아왔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밤바다를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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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전한 밤이다. 시선을 거두고 탄도항 안산 어촌민속박물관 앞 가로등을 따라 돌아간다. 무엇인가 답답했던 것들이 바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기분. 차고 맑은 숨을 쉰다. 돌아가는 길 밝혀주는 등이 유난히 밝고 예뻐 보인다. 이곳 바다 풍경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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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170
- 탄도와 누에섬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잘 알려져 있다.
- 만조와 간조 사이, 간조 때에는 탄도와 누에섬이 이어지기에 걸어서 닿을 수 있다.
- 섬 앞에 풍력발전기가 움직이고 있어 다른 섬들과 달리 독특한 풍광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하나투어와 안산시청으로부터 협찬 받아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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