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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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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킬로미터의 여정, 마요르카를 헤매다!

 

 

처음에 마요르카로 신혼여행을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난, 그곳에선 11월에도 수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지중해에 둘러싸인 휴양지를 목적지로 잡았다면 적어도 해수욕은 가능해야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기저기를 검색해봐도 마땅한 답을 구할 수 없었는데,

직접 다녀온 지금, 이제 그 답을 내놓노라면

11월 마요르카는 그들에게도 이미 가을이라는 것.


꽤 많은 사람들이 두터운 외투와 스카프를 두르고 다닌다.

거리엔 낙엽이 지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동쪽 해변은 거센 파도로 일렁였다.

그러나 하루 정도 아주 햇살 가득한 날엔 운 좋게도 수영이 가능할테니,

우리처럼 놓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날씨 좋은 날 한낮의 태양은 지중해 섬 답게도 땀이 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럴 때면 만사를 제쳐두고 물로 뛰어 들어야한다.




 

HOTEL PORT ADRIANO, MALLORCA

 

 

 

마요르카에 도착하던 그 날, 뜨거운 햇살 아래서 호텔 직원이 그랬다.

 

"You are LUCKY today!"

 

그렇다.

11월에 그런 날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하는 것이었나보다.

정말로 나머지 날들엔 구름이 잔뜩 끼고 비까지 쏟아졌다.

여행책자에서도 사실은 마요르카의 11월은 가장 비수기라고 쓰여져 있었다.

 

 

 

BUNKER'S, PALMA, MALLORCA




뭐, 마요르카에서 헤매게 만든 건 여행책자도 일조하였다.

애써 찾아갔더니 아무리 둘러봐도 그 주소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있다거나,

바뀐 레스토랑마저도 시간대가 안맞아 굳게 닫혀있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팔마 대성당과는 다소 떨어진 곳이라 식사만 할 생각으로 찾아왔던 우리는 꽤 당황했고,

다행히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 괜찮은 평을 받는 식당이 바로 옆에 있었다.

맛집 순위 상위에 랭크된 작은 식당 'BUNKER'S'는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와  활기가 넘쳐 흘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원하던 스페인식이 아닌 퓨전음식 레스토랑이었고,

평균이상의 음식 맛이긴 했지만 우리가 먹었던 '오늘의 메뉴'는 마음에 쏙 들진 않았다.

 



HOTEL PORT ADRIANO, MALLORCA

 

 

 

MALLORCA

 

이렇게 쓰고선 '마요르카'라고 읽히는 이 곳은

제주도 2배쯤 되는 크기로, 지중해 서부 발레아레스 제도(Baleares Is.)의 가장 큰 섬이다.

발레아레스 제도는 최근 클럽파티의 메카 이비자(IBIZA)가 있는 바로 그 곳이다.


마요르카는 유럽에서는 꽤나 유명한 휴양지로 알려져 있어 연간 현지 인구보다 훨씬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헐리웃 스타들과 유럽 유명인사들 그리고 스페인 왕족들 역시 별장을 갖고있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 선생이 생을 마감한 곳으로 알려져 있고,

쇼팽이 작가 조르쥬 상드와 요양을 하면서 '빗방울 전주곡'을 탄생시킨 곳이 바로 이 마요르카였다.


마요르카를 여행지로서 부각시킨 것은 영국과 독일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어 이외에도 독일어가 꽤나 자주 들린다.

호텔 직원들을 포함한 관광에 관련된 사람들도 곧잘 독일어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해수욕과 휴양을 포기하니 섬을 둘러보는 일만 남았다.  '마요르카의 서부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고, 동부는 수려한 해변으로 유명하다'는 말만 믿고 길을 나섰다. 아직까진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결혼준비로 여행지 공부는 꿈도 못꿨던 상황이라 영어판 론리플래닛 딸랑 들고 갔으니 믿을 구석은 그것 밖에 없었다.


섬은 생각보다 꽤 커서 중심부인 팔마(Palma de Mallorca)에서부터 출발하여

서쪽이든 동쪽이든 끝을 향해 쉬지않고 달린다면 2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시내에 호텔을 잡아두었으니 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운전으로만 최소 4-5시간이 걸리니 여기저기 둘러보기 쉬운 일정은 아니다.

그러나 초행길인 여행자에게도 렌트카로 다니기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TORRE DE VERGER, MALLORCA

 

 

 

마요르카의 서쪽으로는 굽이치는 산맥을 따라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골짜기 골짜기를 넘을 때마다 작은 마을들이 나오고, 작은 항구가 나오기도 하고,

중간중간 전망대가 있기도 하다.

 

마요르카에서 반드시 해야할 것 중, 여행책이 단연 첫 번째로 꼽은 것은

팔마 대성당을 제치고 바로 이 서쪽 해안도로 드라이브였는데,

몇 해 전 SUV로 유명한 한국 C자동차의 시승회를 개최할 만큼 세계적인 드라이브 명소라는 소문에

첫날은 망설임없이 서쪽을 택했다.

혹시나 만날지도 모르는 불타는 태양과 멋진 해변을 위해, 수영복을 입고 나섰지만 아쉽게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VALLDEMOSSA, MALLORCA

 



서부 해안도로가 지나는 곳엔 쇼팽의 마을로 알려져 있는 발데모사(VALLDEMOSS)가 있다.

결핵에 걸린 쇼팽은 연인 상드와 따뜻한 지중해 지방으로 요양을 온다.

그리고 이 곳에서 '빗방울 전주곡'을 작곡한다.

정작 쇼팽이 머무를 당시에는 병 때문에 홀대를 하던 발데모사 사람들은

이제는 쇼팽 음악제까지 열면서 그를 기리고 있다.

 

꼭 쇼팽이 아니더라도 이 작은 마을은 꽤 가볼 만 하다.

골목 골목 돌아다니며 집 대문 옆 화분과 문패처럼 붙은 타일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 양옆으로 널린 빨래들은 계절을 말해주고 있었다. (수영할 수 없는 '그' 계절!)

 



Ca'n Molinas,VALLDEMOSSA, MALLORCA

 



속에 입은 수영복이 부끄럽게도, 쌀쌀함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따끈한 것이 간절하다.

잠시 차가운 손과 움츠러든 어깨를 녹일 겸, 발데모사의 대표 맛집 구경도 할 겸 카페에 들어선다.

1920년부터 이 동네에서 빵을 구운 집이라고 한다.

베이커리와 커피를 골라 들고 북적이는 여행자들을 피하다 보니 카페 뒷뜰로 나와버렸다.

고기로 속을 채운 파이 ENPANADS 와 피자빵 같은 COCA, 먹음직스레 보였지만 차디 찼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고 남은 것들은 뒷뜰에 놀러온 참새들에게 나눠 주었다.

 




DEIA, MALLORCA




발데모사를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달리면 데이아(DEIA) 라는 마을이 나온다.

30분정도 달렸을까 싶은데 발데모사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주는 마을이다.

알고보니 이 작은 마을 곳곳에 유명 맛집들이 송알송알 박혀 있는 곳이었다.

마요르카를 통틀어 일위에 등극한 카페테리아와 다년간 연속으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까지

이 곳 데이아에 모여 있었다.

30분 전 발데모사에서 먹은 빵 때문에 배가 부르기도 하고

다음 행선지에서 근사하고 거창한 점심을 먹기로 하면서 그 맛집들을 그저 스쳐지나갔다.


 



DEIA, MALLORCA

 



데이아를 떠나 20분 쯤 달렸을까. 문제가 생기고야 말았다.

흐린 하늘이 비를 흩뿌리기 시작해 와이퍼를 작동시켰는데,

와이퍼 끝에서 쪽지 하나가 달랑달랑 거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쪽지의 정체는 원래 요금의 40배에 달하는 주차 벌금 고지서.


아까 머물렀던 데이아에서 우리는 분명 주차비를 지불했는데,

영수증 처리하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에게 딱지를 끊어놨던 것이다.

만만찮은 요금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데이아로 돌아가 경찰을 찾아다니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오렌지와 라임 나무가 가득했던 이곳 주차장에서  서부해안 드라이브는 중단되었다.

주차비 해프닝과 계속되는 꼬부랑 편도 이차선 고갯길에 지쳐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미처 못가본 소예르(SOLLER)의 항구와 포옌사(POLLENCA) 해변은 또 어떤 곳이었을까...?

대신에 선택한 CAMPER 아울렛 쇼핑도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끝나버렸다.

 

 

 

CATEDRAL DE MALLORCA




PALMA DE MALLORCA

 




힘겹게 돌아온 팔마 시내는 이미 어둑하여 대성당만 불을 밝히고 있다.

렌트카 뒷자석에 쳐박혀 있던 삼각대를 메고선 야경을 찍을 만한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데려다 준 곳은 목적지가 물 건너에 보이는 대성당 앞마당이었다.

요트와 성당을 한 컷에 담으려했더니 우리가 그 중간에 떡하니 들어와 있는 셈이다.

우리 차는 방향을 잃고 도로인지 인도인지 광장인지 모를 곳을 왔다갔다 거렸다.

운전자야 식은 땀을 흘리지만 구석구석 자리잡은 커플들에겐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줬을지도 모르겠다.

이럴 땐 그냥 밥 먹고 자는 게 상책이다. 다음 날 동쪽 해안을 기약하며.

 




 



다시 아침이 밝고, 예정대로 동쪽을 가로질러 가 보기로 한다.

동쪽은 구불구불 능선을 따라 달리는 서부해안도로와는 다르게

쭉쭉 뻗은 고속도로 옆으로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있었다.

이따금 양떼 목장도 보이고, 넓은 초원 위에서 말이 뛰어노는 광경들이 스쳐지나갔다.

 



CALA AGULLA, MALLORCA



 

2시간을 넘게 달리고도  바다에 다다르지 못했을 무렵,

마지막 이정표를 보고서도 또 다시 30분 넘게 초원을 헤매다 이윽고 맞이한 바다는

상상과는 다르게 거친 파도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혹시나 해서 입고 나온 패팅 조끼를 더욱 꽉 여민다.

도대체 '가장 아름답다'는 바다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해변을 따라 자리잡은 수많은 리조트들은 '비수기'임을 강조하듯 문을 굳게 잠그고 있었고,

우리는 그를 통해 '성수기'에는 이곳이 꽤 유명한 해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


수려하다는 소문에 거리도 먼 이 해변을 고집했던 나는 슬쩍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방 안에 구겨져 있는 수영복만 애처롭다.

전날처럼 입고 나왔다면 사람마저 애처로룰 뻔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그랬거늘, 포장해온 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을 먹을 것으로나마 위로한다.

불평불만이 터져나오기 전에 남편 입에 한조각 쏙 넣어준다.

이 빵 마저도 없었으면 난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나를 한껏 위로해준 이 빵은 'ensaimada' 라고 불리는 마요르카 특산물로,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빵 안에 크림, 초코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어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팔마시내에서 출발할 때 기어이 먹어야만 한다고 한참을 찾아다녔는데

다행히! 생긴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헛된 수고는 아니었다.

 



 



입 안에 맴돌던 달콤함이 사라지자 말도 사라졌다.

하지만 아름다운 해변을 기대하며 또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빵 대신 늦은 오후의 태양빛이 찬 바닷바람에 얼어붙은 마음을 조용히 녹인다.


따뜻한 햇살을 마주보고 있자니 배도 부르겠다 나른한 기분이 들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제야, "이런 순간이라면 어딘들 어떠하랴"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명소들을 다 보고 돌아오는 것?

여행자들이 두 엄지 치켜뜨며 예찬한 음식을 다 먹어보는 것?


마요르카에서 헤매이면서 타인의 감상과 평가는 가이드일 뿐,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입소문 또는 쓰여진 것과 실제와의 괴리 사이에서,

여행의 진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 길 위.


실제로 평가순위는 뒤로 밀려있던 '발데모사'가

나에게 가장 인상깊은 곳으로 남았으니 말이다.


타인의 평가나 감상을 쫓아다니며 여행일정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헤매며 나만의 풍경을 찾게 되는 것이,

어쩌면 진짜 여행의 목적은 아닐런지.




CALA PI, MALLORCA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탓에, 이번 여행은 많은 것들이 어설프고 서툴렀다.

마치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처럼.

 

해변을 찾아 헤매이던 길의 마지막에

그렇게도 기대하던 백사장 대신, 우리는 엄청난 석양과 마주했다.


"서툴러도 괜찮아" 라고 토닥거려주는 듯한 그 시간.

어느 집 발코니에 석양을 향해 나란히 놓여있던 의자 두개가

어렴풋이 우리에게 답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렌트카를 반납하면서 보니 마요르카에서 머물렀던 3박4일 동안 천 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다.

준비가 미흡한 만큼 참으로 많이 헤매면서 귀중한 신혼여행의 반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냈다.

물론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귀중하지 않다거나 헛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천 킬로미터의 여정만큼 둘만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으니.

 

그저, 미처 몰랐거나 알면서도 놓치고 온 것들이 다녀온 후에야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되뇐다.

 


 

"여행은 항상 아쉽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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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휴가 붙이고 붙여 세계 일주를 꿈꾸는 보통 직딩. 여행 결정은 충동적으로, 여행 준비는 다소 꼼꼼하게, 여행 수습은 다녀와서...! http://louiejun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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