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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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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 너는 슬픈 자유다

Albayzin, Granada 

  

아름다운 하늘이 부르는 그라나다. 그녀의 멋진 추억이 담긴 그라나다. 빛나는 햇빛과 꽃, 그리고 노래가 넘치는 나라.

밤이 되면 별은 반짝이고, 많은 기타가 부드럽게 하바네라를 연주하네. 그라나다, 다시 한번 살고 싶어라.

오래된 영광과 로맨틱한 기쁨의 나라... - 어거스틴 라라 作  '그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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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작곡가 어거스틴 라라는 춤추는 집시와 낭만이 넘치는 '그라나다'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작사가는 그라나다에서 알람브라 궁전만 다녀온게 아닐까라는... 알람브라 궁전은 분명 풍요로움과 오래된 영광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런데 그 옆에 위치한 알바이신 지역을 다니다보면 화려한 나무 아래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람브라가 이슬람 건축 양식의 백미라면, 알바이신은 평범한 이슬람교 서민들의 가옥들이 늘어선 지역이다. 눈부신 회칠의 가옥들과 그 사이의 선들이 만들어낸 미로, 멀리서 보면 하얗고 신비로워보이지만, 사이사이를 걷다보면 애수와 슬픔, 알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난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매혹으로 점철된 곳이 그라나다의 '알바이신(Albayzin)'이었다.

알바이신은 '알람브라 궁전'보다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라나다에 오면 역시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물론 그 이유 조차도 알람브라 궁전 전체를 살펴보기 좋은 '뷰 포인트'가 알바이신에 있기 때문이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발을 들여놨다 하더라도, 알바이신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알람브라와는 대조적인 어두운 매력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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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은 그라나다의 북쪽에 위치한 언덕지역으로, 알람브라와는 '다로Darro'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그라나다를 비롯한 스페인의 다수 지역이 북아프리카의 무어인(Moors, 7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아랍계 이슬람인)의 지배를 받던 시절, 알바이신은 무어인의 평민 거주지역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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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이 세워지기 전에는 왕궁도 이 지역에 있었지만, 알람브라 궁전이 건설된 이후는 서민들만 사는 지역이 되었다. 그러다가 1492년 유럽의 레콘키스타가 종점에 이르렀던 그 해, 그라나다마저 기독교 유럽 세력에게 재탈환되면서 유럽의 마지막 이슬람 세력들은 북아프리카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배층들에게는 몰라도 서민들에게는 '돌아간다'는 의미가 무의미하다. 조상의 땅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들의 기반은 이미 없다. 그곳에서도 그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지배 계층이 달라진다 한들, 그들의 삶이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소위, 유럽인의 품으로 다시 안기게 된 이베리아 반도 속에서, 그렇게 알바이신은 고립 아닌 고립을 느끼며 오랜 세월을 버텨냈다. 그래서 알바이신은 여전히 곳곳에 아랍의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다. 주민들의 모습도 무어인과 유럽인이 섞인 느낌이 강하고, 여전히 아랍식 가옥 구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재탈환한 카톨릭 지배 세력에 의해 잔류한 이슬람계 서민들은 적잖이 탄압을 받았겠지만, 그들은 결국 떠나지 않았다. 이미 여기가 그들에게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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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와 가까운 이베리아 반도는 사실 무어인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가 안받았던 시기보다 더 길다. 아랍의 색깔이 거의 DNA처럼 자리 잡았는데, 그게 쉽게 지워지겠는가? 켜켜이 쌓여온 아랍의 냄새는 여행자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거리 곳곳에는 아랍 찻집과 수공예품 가게가 즐비하다. 물담배를 피울 수 있는 아랍식 쉼터도 만날 수 있다. 알바이신 어느 곳에는 아랍 스타일의 목욕탕 '하맘'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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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현대에 들어서 늘어나는(?) 이슬람 교도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 지어진 '그라나다 모스크'도 만날 수 있고, 아랍식 정원도 만날 수 있다. 지브롤터 해협을 굳이 넘어 가지 않아도, 북아프리카의 마을 어디엔가 와있는 느낌을 잠시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이름'부터도 아랍식인 '알바이신'은, 유럽 속의 영원한 아랍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덕분에 지역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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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시내에서 알바이신 지구로 올라가는 길은 다로(Darro)강을 오른쪽에 끼고 제법 올라가야한다. '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감이 있다. 언덕 사이를 흐르는 골짜기의 느낌이 강했지만, 오래된 집들과 이끼가 둘러진 다리 사이로 흐르는 강의 모습은 어쩐지 알바이신 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사이 강쪽으로 툭툭 튀어나온 아랍식 테라스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그라나다 시내 전체에서 가장 먼저 '봄'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이 다로 강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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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시작과 생동감의 계절이지만, 알바이신에서 만나는 봄은 어쩐지 슬프다. 봄에서마저 쇠락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알바이신이라는 지역이 만들어내는 공기. 강력하다 못해 끈질기다. 뭔가 우수에 젖은 듯한 봄은 알바이신에서 부터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름이 되면 '그라나다'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화려함이 만개하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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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타악기를 어루만지며 그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예술가를 만났다. 담과 돌길을 음향판 삼아 거리 전체에 공명을 울렸던 그의 연주는 나의 심장에도 미묘한 공명을 울렸다. 누구의 눈길도 의식하지 않은채 자기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에게서 그라나다를, 그리고 알바이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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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하얀색이 더욱 '짙어진다'. 안달루시아 대다수의 지방이 그렇듯, 하얀 벽과 붉은 지붕이 대조를 이루는 가옥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하얀색이 주는 '쨍함'보다는 먹먹함이 더욱 느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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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아랍을 오가는 분위기를 만끽하며, 알바이신의 제법 높은 곳 까지 올라왔다. 알바이신 언덕 상층 부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산 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San Nicolas). 전망대라고 해서 특별히 망원경을 비치해놓거나 전망탑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조그만 예배당이 면해있는 아담한 광장인데, 이곳이 바로 그라나다의 상징과도 같은 '알람브라 궁전'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밤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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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장은 알람브라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 외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스페인의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기타의 거장, '안드레스 세고비아(Andrés Segovia)'는 근처 안달루시아의 한 지방인 '리나레스'에서 태어나, 십대 이후의 시절을 그라나다에서 보냈다. 이른바 기타(Guitar) 유학을 온 셈인데, 그라나다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연주로서 데뷔도 그라나다에서 한 후 세계를 누비며 연주실력을 뽐냈으니, 그의 음악적 고향은 단언컨대 '그라나다'라 할 수 있다.

한편 그가 하숙(?)했던 백부모님 집은 이곳 알바이신에 있었는데, 틈이 날 때마다 이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기타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세고비아도 저 알람브라 궁전을 조망하면서, 필 Feel 충만한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세계적 기타 거장이 된 자양분이 이곳에서 기인했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미소가 번진다. 기타의 거장이 성장한 광장에서, 그의 후예들이 연주하는 기타 연주를 들으니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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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람브라를 조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곳곳에 있다. 알람브라의 야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도 꽤 근사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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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햇빛에 반사되는 알람브라 궁전은 마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찬란함을 불태웠던 그 때의 모습과도 같았다. 그 마지막 모습을 이 자리에서 바라봤던 알바이신의 주민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라나다 전체 내주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알람브라를 내주는 것은 원통하다는 보압딜(그라나다 마지막 무어인 왕) 의 말에 함께 통감을 했을까? 지배자들의 세력 다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하루의 생활에 집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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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장에서는 알람브라 외에도 그라나다의 중심 시가지역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왠지, 이 알바이신에서 바라보는 저 시가지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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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에서 오른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거룩한 산이라는 뜻의  '사크라몬트'가 있는데, 카톨릭 세력이 그라나다를 탈환한 그 시점부터 이 지역의 동굴들로 집시들이 스며들며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톨릭 세력들에게 그들의 종교를 강요당하고 핍박 받는 것이 싫었던 그들은 점점 깊숙히 그들 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들만의 노래를 이어갔다. 

이 지역의 동굴에서는 플라멩코 공연이 밤 늦게 이뤄지는데, 꼭 미리 예약을 해서 왕복 교통편(택시)을 확실히 하고 가야 한다. 집시의 도시 답게(?) 자칫 경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기 때문에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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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이신의 밤이 깊었다. 그 오묘한 매력은 밤의 어두움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옅은 플라멩코 소리와 어스름한 불빛 만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어두운 알바이신을 내려가는 길, 낮에는 내내 만날 수 없었던 집시 일가족과 마주쳤다. 복잡한 눈빛의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 빈 박스와 몇 개의 생수를 들고, 알바이신의 어느 깊숙한 곳으로 올라가는 그들에게서, 알바이신이 주는 마지막 슬픈 자유를 느꼈다.    

 

 

PLUS TIP

 

알바이신으로 가는 길은 보통 그라나다 시내의 '누에바 광장(Nueva Plaza)'에서 시작한다.

31번, 32번 버스를 타고 올라가도 되지만 되도록이면 도보로 가는 것을 권한다.

누에바 광장에서 시내를 등지고 계속 위로 올라가면 다로강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알바이신 지역이 시작된다.

그 이후에는 그저 발걸음이 닿는대로 다녀보자. 하지만 어두워지면 카메라와 지갑을 조심하자!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지란지교 지란지교

지난 수년간 공연장에서 클래식 연주회를 기획하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삶을 앙상블하고 있는 아줌마. 특별히 문화와 예술적 시각의 여행을 지향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을 더욱 즐긴다. 그곳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아픔까지도 나누고 싶다. http://content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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