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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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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단풍길, 상암메타세콰이어

 

 

가을은 짧다. 찌는 듯한 여름과 얼어붙는 겨울 사이에서 순식간에 지난다.

동네 어귀라도 가야지, 인근의 산이라도 가야지 했는데 이미 가을비에 낙엽은 다 떨어지고.

엊그제 다녀온 정동길은 그 아름다운 노랑 은행이 모두 떨어져버린 모습이었다.

정동교회의 붉은 건물만이 단풍의 붉음을 아쉽게 대신하고 있었다.

 

 

11월과 12월은 맞붙어 있지만 11월은 가을, 12월부터는 겨울이란 느낌이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즐기지 못한 가을의 단풍이 아직 남은 곳이 없을까 하였다.

붉은 단풍도 노란 은행도 이미 바닥으로 뒹굴고 있는 지금 마지막 가을의 숨결이 남은곳.

 

 

있다. 새벽녘 붉은 나무들의 길. 상암동 메타세콰이어 길이다.

봄의 연두와 여름의 초록과 가을의 붉음, 겨울의 흰빛이 깃드는 길이다.

 

 

 

 

상암동 메타세콰이어 길.

4월에는 맑은 연두가 가지에 달린다. 한강 줄기를 따라 밀려드는 햇살이 나뭇가지에 움튼다.

저 먼 소실점에 눈길을 둔다. 빛에 반짝이는 색에 발길을 둔다. 걸음이 느려지다가 멈춰지는 길이다.

 

 

 

 

9월엔 길 사이 탁자에 앉아 망중한의 시간을 보낸다.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펼쳐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이나 가을 오후라면 주섬주섬 먹거리를 싸들고 조촐한 소풍을 가고 싶은 길이다.

 

 

 

 

10월의 끝자락에 이 길은 녹색이 진해진다. 여물어면 사람도 자연도 깊고 진해지나보다.

여름의 녹색은 검은 녹색으로 묵직하게 여물어든다. 한기에 휩싸인 나무 둥치는 한켜 더 두꺼워진다.

 

 

 

 

11월의 끝자락, 12월 초에 이 길은 비로소 가을이 된다.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것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고 있다. 늦은 가을의 숨결이 가느다랗게 남았다.

서울에 이렇게 침묵의 길이가 긴 길이 있을까 싶다. 고운 침묵이 소실점 끝까지 이어진다.

 

상암동의 메타세콰이어는 10월 끝자락까지 녹색을 잃지 않다가 이제서야 물든다.

까무룩, 붉은 갈색빛으로 물든다. 남들은 가을을 넘어 겨울을 맞을 때 비로소 가을을 맞이한다.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메타세쿼이아는 수삼나무로도 불리지만 dawn redwood라는 이름도 있다.

새벽녘 붉은 나무라고 읽고싶어진다. 여명이 밝아질 무렵 더 붉게 보일까, 이름이 곱다.

 

1년 내내 자신의 이름과 다른 빛으로 살다가 겨울 초입에 자신의 이름같은 모습을 잠깐, 갖는다.

치솟은 꼿꼿한 나무 기둥는 짙은 고동으로, 펼쳐진 잎은 점잖은 붉음으로 겨울을 맞이한다.

 

지금 상암동의 붉은 나무의 길은 떠나는 늙은 잎들의 환송회가 열린다.

붉은 나무의 발치에는 이미 숨을 다한 생의 흔적들이 켜켜히 쌓여가고 있다.

 

 

 

 

메타세콰이어는 활엽수처럼 낙엽이 진다. 계절을 분명하게 타며 활엽수처럼 산다.

침엽수처럼 잎이 뾰족하나 따갑고 거칠지 않다. 침엽수처럼 녹색이지만 가을엔 붉어진다.

줄기를 두고 깃털나듯 마주보며 자란 잎은 가을이면 잉여의 모든 것을 안고 가지째로 낙하한다.

 

마주난 잎새. 붉어진 깃털은 떨어지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한번, 비행을 한다.

날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진다. 흙의 양분과 물로 만들어진 잎은 태초의 것으로 분해된다.

떨어진 잎들은 흙으로 돌아가 내년의 잎으로 환생할 날을 기다린다. 유순한 자연의 순환이다.

 

 

 

 

한 해를 살았던 것들은 멸하여 흩어져가고 한 해를 살아갈 것들은 태어나 응축되어 간다.

죽어가는 것들은 깊은 색깔로 변하고 살아갈 것들은 선연한 색깔로 변해간다.

죽어가는 것들은 말라가고 살아갈 것들은 살이 붙어 간다.

아무도 예정을 거스르지 않고 침착하게 순리대로.

 

 

 

 

 

충분히 산 것들은 바스락하게 수분을 잃어간다. 떠나야 하기 때문에 몸을 가볍게 만든다.

겨울을 앞두고 충분히 살아낸 잎이 곧 죽을 채비를 한다. 그래도 잎은 아쉽지 않을 것이다.

살아낸 보람을 응축한 열매를 맺었으니 죽음은 축제다. 외롭고 슬프지 않을 것이다.

 

 

 

 

늙은 줄기가 검게 물기가 말라 완전한 죽음을 맞이할 때, 씨앗은 홀가분하게 바람 기차에 올라탈 것이다.

늙은 잎들은 이 자리에 떨어져 죽어도 새로운 희망은 저 멀리까지 퍼져 나가 당차게 살 것이다.

동토에서 한숨 길게 자고 일어나 죽은 늙은 잎을 자양분 삼아 돋아날 것이다.

머언 곳에서 새 잎이 죽음의 계절을 뚫고 뾰족하게 솟아날 것이다.

 

 

 

 

생과 사가 가장 뜨겁게 얽혀드는 차가운 계절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다.
붉은 단풍만큼 붉은 홍조 띠고 여물어든 열매만큼 情人에게 여물어든 마음 품고서 이 길을 걷는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사진 찍기 좋은 길이 바로 이곳이다. 고운 풍경을 찍고 고운 연인을 찍는다.

 

사람들은 자신과 함께 이 길을 걸은 사람과의 계절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계절 속의 情人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늙어갈 때 그 기록들은 위로가 될 것이다.

살아낸 시간이 홀로이지 않았다는 위로를 응축해 맺어 두었으니 외롭지 않을 것이다.

 

 

 

 

 

1년 중 가장 늦은 단풍을 보러 나온 사람들, 계절의 흐름을 잊지 않고 이 길에 나온 사람들.
붉은 나무들의 잎을 밟고 가는 어린 연인들. 유난히 연인들이 많다. 그만큼 낭만적인 길이다.

 

 

 

 

저 어린 연인들은 메타세콰이어를 다시 보러 와 기록에 기록을 더할 수 있을까.

붉은 나무의 잎을 밟으러 오는 은발의 연인들이 될 수 있을까. 여길 찾는 이들의 인연이 오래 가길.

 

 

 

 

올해는 수크령과 맥문동이 차지하던 길에 한줄의 메타세콰이어가 더 심어졌다.

이 길의 흙을 움켜쥐고 자리잡고 나면 더욱 무성하고 풍성한 메타세콰이어길이 될 테다.

어린 연인이 은발의 연인이 되어 찾아올 때면 이 길은 더욱 더 붉고 탐스러운 기록을 선사할 것이다.

세월을 살며 새벽녘 붉은 나무길은 더 많은 새 잎을 내고 이 길의 풍경을 더욱 기름지게 할 것이다.

 

 

 

 

 

새벽녘 붉은 나무들의 기록.

 

가장 마지막 순간에 가장 제 이름다운 모습을 창연하게 보여주는 새벽녘 붉은 나무들.

저 멀리 담양까지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메타세콰이어를 만났다.

가장 늦게까지 가을의 모습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길이었다.

 

 

 

 

 

 

 

 

 

* 상암 메타세콰이어길 정보

 

- 위치 :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 하차, 도보 30분정도 거리. 하늘공원을 오르는 계단을 오르지 말고, 바로 왼쪽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는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은 하늘공원 억새 보는 길, 왼쪽은 메타세콰이어 길.

 

- 주차 : 하늘공원 오르기 전 주차 공간이 넉넉하게 있으나 주말엔 만원.
마포 농수산물시장서 물건을 사면 1-2시간 무료주차권을 얻을 수 있다.

 

- 메타세콰이어 길은 사람들이 거의 없고 붐비지 않아서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다. 길 끝은 노을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길 끝까지 걸어갔다 오는데 30-40분 정도 잡으면 좋을 듯. 길이 평탄하여 걷기 좋다.

 

- 난방공사쪽부터 걸어서 거꾸로 돌면 한적하고 조용하다. 산책길이 너무 멀면  전기차를 타고 돌 수도 있다.   한강을 따라 자동차 도로가 뻗어 있지만 그다지 시끄럽거나 공기가 탁하지 않다.

 

- 늦가을~초겨울에는 4시 내외의 매직아워때 멋지다.    각종 초본류에 크령, 매발톱 등 이름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식물을 보기에도 좋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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