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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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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로 가는 길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처음 들었다. 자세한 설명 같은 건 없었거나, 또는 기억나지 않지만. 히틀러라는 희대의 독재자가 있었고, 그가 이끌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주범국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종말살정책 같은 것이 펼쳐지면서 유대인이 그 희생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그 정도 설명으로는 아우슈비츠가 어떤 곳인지 쉽게 상상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막연하게나마 감정이입을 했던 것 같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역사적 장소로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그곳에 한 번쯤 가봤으면 좋겠다- 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대한민국의 어느 남쪽 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나에게, 당시에는 어디 붙어있는지도 정확하게 몰랐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마치 외계의 어느 장소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고 있다. 이렇게 가끔은 현실이 꿈을 앞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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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기 위해 내가 도착한 도시는 폴란드의 크라쿠프(Krokow)이다. 17세기 초, 바르샤바(Warsaw)가 새로운 수도로 정해지기 전까지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이 도시로부터 50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크라쿠프 중앙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렸을까. 이곳이 아우슈비츠라며 버스 기사가 나를 내려준 곳은 이런 곳이다. 딱히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표지판은 없다. 대신 저 Museum이란 글자를 찾아가면 어렵지 않게 수용소 앞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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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오전 10시 이전, 또는 오후 3시 이후에 입장하면 개인 입장이 가능하지만 그 사이에는 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입장료는 무료, 하지만 투어를 이용할 경우 30 즈워티(PLN)의 투어비를 지불해야 한다. 30즈워티는 2015년 9월 현재 7유로 정도의 가격. 개인적으로 어디서든,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투어만은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설사 투어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보고 나오자 7유로 정도의 투어비는 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어 가이드는 없다. (따로 신청이 가능하다고도 들었다.) 영어 외에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 정도는 가이드가 있는 듯했다. 영어 가이드를 들어서 딱히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만난 가이드분은 정말로 발음도 너무 좋았고 알아듣기 편하게 설명해 주셔서 아우슈비츠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러니까 이곳에서는 투어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제1수용소와 제2수용소를 다 둘러보려면 3~4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3시 이후 입장은 비추천. 꼭 무료 입장을 원한다면 오전 10시 이전에 입장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12시에 도착했지만, 12시와 12시 15분 투어는 이미 사람이 꽉 차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입장을 하자 주어진 라디오. 이곳에서는 모두들 조용 조용 다니기 때문에, 소음으로 인해 가이드의 설명을 못 듣는 일은 없다.

참고로, 이곳에 한국어 가이드북이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져 있는데 내가 이곳을 찾은 날에는 한국어 가이드북을 살 수 없었다. 박물관 내 서점 두 곳을 다 찾아가 가이드 북을 살 수 있는지 문의해 보았지만, 지금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더 이상은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인지, 그 날만 구매할 수 없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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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수용소로 들어가는 입구. 아우슈비츠 수용소 때문에 유명해진 글귀,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Arbeit macht Frei)'라는 글씨가 보인다.

잘 보면 제일 앞 단어의 세번째 알파벳 'B'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꾸로 뒤집힌 B이다.

당시 이 글자를 새겼던 이들이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저항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 말이 거짓이며 기만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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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많은 나라와 도시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희생자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왔다.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 저 멀리로는 노르웨이의 오슬로(Oslo), 사진에서는 잘렸지만 한참 남쪽에 있는 그리스에서도 유대인들은 징집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아우슈비츠까지 오는 도중, 열차 안에서 사망한 이들도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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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이들이 모두 유대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범죄자, 정치범, 동성애자, 집시, 공산주의자 등의 이유로 희생된 이들도 많이 있다.

또 독일인들 역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오기도 했다. 그런 이들을 저마다 다른 표시를 수용소복에 달게 했다. 유대인을 상징하는 별 모양,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분홍색 역삼각형 등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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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1수용소와 제2수용소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 우리는 흔히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라고 부르지만, 유네스코에 정식 등재된 이름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나치 독일 강제 말살 수용소(Auschwitz Birkenau German Nazi Concentration and Extermination Camp)'이다.

즉, 아우슈비츠는 1940년에 세워진 제 1수용소이며 더 많은 인원을 수감하기 위해 1941년에 지어진 제 2수용소의 이름은 '비르케나우'이다. 보통은 이 둘을 합쳐 그냥 아우슈비츠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수용소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현재 이곳에서는 둘을 연결해주는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명칭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라는 것은 독일식 명칭이며 폴란드식으로는 '오시비엥침-브제진카'이다. 또한 우리가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영화에서 보던 아우슈비츠는 제1수용소가 아니라 제2수용소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제2수용소의 규모가 제1수용소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나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수의 이들을 희생시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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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 가슴 아픈 부분들은 사진으로 남기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사진으로 남긴 것들 중 유난히 마음에 남았던 것인데 희생자들이 이곳으로 끌려올 때 자신들의 물건들을 담아왔던 가방이다. 희생자들의 이름이나 주소 등이 그대로 남겨진 가방이 끝도 없이 쌓여져 있어, 그 순간의 모습들을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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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탈출이 불가능하게끔 몇 겹의 철조망이 세워져 있다. 당연히 이 철조망에는 전기가 흘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탈출에 성공한 이들이 있다고 하니,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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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수용소를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사십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15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제 2 수용소로 가는 셔틀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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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셔틀을 타고 비르나케우(브제진카)로 간다. 가는 데는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 2 수용소에서 돌아오는 셔틀은 다섯시가 마지막 차라고 하니, 혹시라도 개인적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은 이 마지막 셔틀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계절마다 셔틀 버스의 운행 시간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조금 늦은 시간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반드시 마지막 셔틀 버스 시간을 확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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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이곳은 제2수용소 비르나케우이다. 사진은 한 5분쯤 안으로 걸어 들어가 정문을 뒤돌아보고 찍은 것.

그러니까 안쪽으로도 더 넓은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 사진만 보아도 이곳이 제1수용소와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하다는 걸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희생자들이 처음 수용소에 도착하면 나치는 이들을 남자, 여자와 아이로 분류하고 다시 남자들도 건강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분류해서 수용했다.

그중 건강한 남자들은 주로 제1수용소에 수감되었고, 노인이나 아이 등 노동력이 없는 이들은 주로 제2수용소로 보내졌다.

즉, 이 거대한 제2수용소에서는 더 많은 희생자들이 가스실로 보내졌다는 뜻이다. 물론 제1수용소로 보내진 이들도 그곳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대부분 고된 노동과 굶주림으로 몇 개월 내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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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걸어가던 도중 마주친 것. 누군가 이렇게 곱게, 꽃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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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만 해도 날이 좀 흐렸다. 비가 오려나 했는데 막상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너무 맑았다. 햇빛도 쨍쨍하고, 하늘도 너무 푸르고. 그렇게 날이 좋았는데, 어쩐지 날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더 슬픈 날이었다.

물론 이곳은 슬프고,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고 그래서 기분 좋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단순히 흥미롭다거나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곳이다. 이곳을 거닐던 세 시간 반 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몇 번쯤은 울컥 눈물이 나는 걸 참아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다. 막연하게 아픈 역사라고 생각해왔던 것을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고, 유대인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인간인 우리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어렴풋하게나마 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 해도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라, 여행을 다니면서 특별히 좋았던 곳들도 쉬이 남에게는 추천을 못하는데. 아우슈비츠-비르나케우 수용소만은 한 번쯤 꼭 가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도 여행의 큰 묘미지만 배움과 반성 또한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니 말이다.

INFORMATION.

홈페이지: http://auschwitz.org/en
입장료: 무료, 가이드 투어 시 30즈워티. 한화로 약 9000원 정도.
개방 시간:
8:00 AM - 2:00 PM December
8:00 AM - 3:00 PM January, November
8:00 AM - 4:00 PM February
8:00 AM - 5:00 PM March, October
8:00 AM - 6:00 PM April, May, September
8:00 AM - 7:00 PM June, July, August

주의사항: 입장 시 들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 규격이 정해져 있다. 뒤로 매는 배낭식 가방은 크기와 무관하게 들고 들어갈 수 없고 짐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옆으로 매는 가방의 경우, A4 크기 이하의 것은 들고 들어갈 수 있다. 정확한 규격은 30x20x10 CM.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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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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