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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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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신록이 깊어지는 유월. 조금 이르게 여름의 바다로 달려갈 궁리를 했다. 파란 바다가 일렁이는 동해, 솔숲이 무성한 해안가 드라이빙 코스로 달려갈 생각을 하니 두근두근 설레었다. 운동회 전날 밤처럼 비가 오면 어쩌나 하면서 날씨 앱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같이 가기로 약속한 녀석들도 가방을 꾸리며 즐거운 흥분 속으로 함께 빠져 들었다.

 

 

 

* 울진을 여행하는 스마트한 방법, 울진 스탬프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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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계획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참 수고롭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은데 시간과 비용은 한정되어 있다. 일정 짜느라 골머리 아플 때 특히나 우리나라일 때는 무엇보다 시/구청/군청 등 홈페이지를 찾아 ‘문화관광’ 페이지를 살펴본다. 여행책자와 여행 블로거들의 정보도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라 신뢰도도 높고 여행정보도 짜임새 있다.

1일, 2일 코스 등으로 해당 지역의 볼거리 등이 알차게 추천되어 있는지라, 우리나라 여행 기획할 때 꼭 찾아들어간다. 게다가 울진군청 같은 경우 홈페이지에 여행 정보 책자를 요청하는 글을 남겼더니 일주일도 안 되어 책자가 무료등기로 바로 집까지 배송 완료! 성류굴, 울진아쿠아리움 등 울진 여행 명소들의 팸플릿과 스탬프투어 책자, 명소 설명책자에 커다란 지도까지 꼼꼼하게 챙겨 보내주신 자료들 덕에 이미 울진여행 정보에 부자가 된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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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 같은 아날로그한 사람들은 손맛 좋은 종이로 된 책자가 딱이다. 여러 여행책자 중 가장 먼저 집어 올린 건 울진 스탬프투어 책자다. 울진 대표 여행코스로 생태체험코스, 역사여행코스, 체험힐링코스, 바다탐험코스 등 주제에 따라 명소들이 짜여져 있고, 각 지역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으며 여행루트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여행코스를 따라 순서대로 여행을 하면 동선에 무리가 없어 참 좋았다. 교통, 숙박, 음식점, 명소들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고 일정에 맞춰 넣는 수고를 대신해주는 누군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을 때, 이 똘똘한 일정추천표를 따라 가면 고민 끝이다.

소소하지만 울진군청에서 제공하는 스탬프투어 여행코스를 따라 여행하면서 명소들의 인증도장을 찍는 재미가 있다. 뭐랄까, 게임하면서 미션 클리어하는 느낌이다. 불영사 등을 들렀을 때 매표소 앞에 스탬프투어 책자가 있어 직접 책자에 도장을 찍기도 했다. 요즘엔 어디를 가나 ‘인증샷’ 찍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인증샷 찍기처럼 스탬프 찍기! 깜빡하지 말고 잘 찾아서 미션 클리어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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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투어는 책자를 받아 할 수도 있지만 울진여행 앱을 받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IT 강국, 대한민국을 여행하는 스마트한 방법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여행이다. 안드로이드 Play 스토어의 울진여행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울진여행 명소마다 QR코드가 있어, 여기가 어디지? 하는 질문에 QR코드만 찍으면 길지 않으면서도 꼭 알았으면 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행장소마다의 QR 코드 퀴즈를 풀면 앱으로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월송정에서는 명소 설명 QR 코드를 찍고는 스탬프 투어 퀴즈 QR코드가 왜 안 되지 하기도 했다. 주의 깊게 살펴볼 걸 하는 후회도 살짝. 각 코스 스탬프를 다 모으면 코스 마지막 장소에서 미역, 멸치 등 동해의 맛이 담긴 기념품(소진 시까지)을 받을 수 있다. 

 

 

 

* 울진의 자연을 만끽하는 코스, 역사여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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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옆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강하게 내뿜는 지인과 동해로 달리기 시작했다. 좀 더디게 가면 어떤가, 우리는 창문을 열고 여름 바람을 맞았다. 일상을 벗어나는 순간,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통통배들이 떠다니는 파란 바다. 그 옆으로 길게 뻗은 7번 국도는 정말 좋아하는 드라이빙 코스다. 게다가 이제 막 자리잡은 벼가 초록의 에너지를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 유월의 울진풍경은 복잡다난한 도시 일상을 잊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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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선택한 스탬프 투어코스는 역사여행 코스! 답답한 일상과 회사를 벗어나길 바라던 우리의 당연한 선택이다. 역사코스가 왜 자연을 만끽하는 코스일까? 우리는 조상님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었다. 멋들어진 풍광이 펼쳐진 곳이라면 늘 우아한 정자와 소박한 집을 지어 자연 속에 안거하시던 조상님들의 안목은 늘 탁월하지 않던가.

고려시대 처음 지어진 누각 월송정, 조선시대에 처음 지은 누각 망양정. 동해의 푸름이 눈 안 가득히 맺히는 곳을 찾아 수백 년 전부터 그 풍경과 풍류를 매일의 삶 속에서 즐긴 조상님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울진을 누볐다. 여기에 바람을 기다리던 대풍헌도 들렀다. 작은 건물 한 채들이지만 수백 년의 세월은 물론, 의미가 시간만큼 깊이 배어있는 명소들이다.

 

 

* 신선이 놀던 곳, 월송정 越松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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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서 첫 번째 도착한 명소, 월송정. 입구부터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소나무며 연꽃이 넓은 잎을 하늘거리는 연못과 운치 있는 정자들. 잘 왔다 싶었다. 그늘에 주차를 하고 한 15분 남짓 걷는 길. 담장 너머 보이는 풍채 좋은 옛 가옥도 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회색 빌딩숲은 하나 보이지 않는 이 곳, 한적함 속에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흔들리는 솔가지 밖에 없는 고요함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조용한 길을 걷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솔그늘을 따라 이정표를 보며 걸으면 금세 월송정이 보인다. 언덕 빼기, 좌우로 호위무사처럼 서 있는 나무들 사이 계단 끝에 월송정이 있다. 벌써 이곳을 찾았다 내려오는 연인이 보인다. 부러움의 눈빛을 잠시 보내곤 얼른 계단을 올라갔다. 어떤 풍경일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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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 기둥 너머 하늘과 바다가 로스코의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바람이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누각. 단청의 빛깔들과 숲의 색깔이 여름의 햇빛 아래 찬연하게 보인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오래된 누각 월송정은 생각보다 젊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지었기 때문이다.

월송정은 고려시대부터 자리했고 연산군 때 중건되기도 했지만 일제에 의해 철거되고 터만 남아있었던 안타까운 누각이었다. 한번 다시 지었으나 본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이를 1980년에 오늘의 모습으로 되살려 내었다고 한다. 건물의 운명이 사람들의 운명과 같이 하였구나 싶다. 왕조의 흥망성쇠를 따라 역사의 거친 파고에 따라 속절없이 무너지고 사라졌다가 비로소 다시 이렇게 모습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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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이라는 고운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라는 뜻의 월송 月松을 뜻한다는 설과 신선이 솔숲을 날아 넘는다는 뜻의 월송 越松 이라는 설이 있다. 월국에서 소나무 씨앗을 가져다 심었기 때문이라는 향전이란 이름도 있다. 특히나 네 명의 신선으로 불린 신라시대 영랑, 술랑, 남석, 안상 등의 화랑이 유람했다는 설화가 깃들어 있다. 만 그루 넘는 소나무가 우뚝 솟아있고 하얀 모래가 십리 넘게 펼쳐진 이곳. 여하간 소나무 숲에 자리한 누각의 자태는 신선마저 반할 만큼 멋들어졌음에 틀림없다.

툭 트인 대기 속에서 마음이 열리는 듯싶다. 이런 느낌을 수백 년 전의 사람들도 한껏 느끼고 시로 읊어 두었겠구나싶다. 관동팔경으로 꼽히는 월송정에서 수많은 시가 태어났다. 아름다움은 감흥을 낳고 감흥은 작품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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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며 그저 월송정 난간에 앉아 새소리를 들었다. 함께 여행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별로 말이 필요 없는 순간들도 있다. 떠나기 아쉬워 뒤를 돌아보니 액자 하나가 보인다. 월송정 아래 자연이 그려 걸어놓은 액자다.

청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그리고 부드러운 살빛을 드러낸 고운 모래사장이 수평의 선을 그리고 있다. 초록과 고동빛의 색을 더하는 솔숲. 하나의 그림이 정지한 듯 천천히 움직인다. 수분 더 발길을 멈추었다. 시원한 정자의 그늘아래에서 눈동자에 동해의 모습을 오롯하게 담고 싶었다.

 

  

          

* 바람을 기다리던 곳, 대풍헌 待風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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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에서 다시 차를 달려 10여분 남짓, 대풍헌에 도착했다. 작은 건물 한 채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잠시 들렀다. 바다의 짠 내가 물씬 풍기는 바닷가 항구. 독도와 울릉도가 머지않은 이곳인 만큼 독도의 조형물이 맞게 왔다고 인사해 주는 듯 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을 철썩 같이 믿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대풍헌. 우리는 맞게 찾아온 걸까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조용한 어촌 마을의 여름 햇살은 뜨거워져만 지는데 우리는 같은 길을 구간 반복하듯 헤맸다. 주차를 하고 주소를 읽으며 걷다가 멈칫하곤 대풍헌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보았다. 좁다란 골목길 안에 빠끔하게 보이는 대풍헌! 맞긴 맞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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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포구,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말없이 들어앉은 건물 한 채가 기다리고 있다. 단출한 모습의 건물이 어촌 마을 해안가에 뜬금없게 머물고 있다 싶다. 하지만 울진 대풍헌 설명을 읽다보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 대풍待風 - 바람을 기다리던 곳- 이라고 여기니 새삼 낭만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대풍헌. 바다를 바라다보며 남향으로 자리한 이 건물은 조선시대에 구산항에서 울릉도와 독도로 가는 수토사들이 배를 띄울 순풍을 기다리던 장소였다. 한마디로 19세기 즈음에도 울릉도와 독도를 우리 영토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순찰을 나갔음을 알리는 중요한 건물이다.

이 대풍헌에 보관되어 있던 울진대풍헌소장문서에서 산척진영 사또 등이 3년에 한 번씩 울릉도를 수토하기 위해 구산항에서 출발했다는 문헌기록을 확인하고, 이 대풍헌이 자리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볼 수 있다. 이 작은 건물이 울릉도와 독도는 엄연한 우리 영토임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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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4칸, 측면 3칸의 일자형 팔작집은 참 아담하다. 지난 남대문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작은 건물에 붉은 소화기들이 여러 개 근엄한 표정으로 도열해 있다. 건물을 쭉 돌아보니 부엌은 없다. 밥을 해먹지 않는 장소였다면 마을 주민들이 수토사 일행을 위한 일체 수고를 했겠구나 싶다.

작은 방 하나에 앉아 먼 바닷길로 나갈 바람을 기다리며 수토사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대풍헌의 마루에서 내다보이는 마을을 보며 ‘출장길’의 고단함을 토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토사들이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정감어린 어촌 마을 풍경. 더운 여름날의 붉은 기운을 떨치듯 포구 마을 지붕들은 참으로 파랬다.

 

 

 

* 일출을 바라보던 곳, 망양정 望洋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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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떠나 망양정으로 향했다. 망양정은 성류굴 앞을 유장하게 흐르는 왕피천 옆에 있다. 동해의 만경창파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있다. 망양정을 만나러 가는 길은 공원 나들이길이다. 10여 년 간 망양정 개축, 울진대종 건립, 조경시설 정비 등을 마친 망양정 공원을 지나기 때문이다.

돗자리와 간식거리만 챙긴다면 소풍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이지 싶다. 조금 경사는 있지만 유모차나 휠체어 지날 만큼 길이 닦여 있고 언덕의 그늘막 등이 있어 쉴 공간이 충분하다. 매점 등은 없으니 먹을 거리는 미리 챙겨서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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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에 가는 길은 그 산책만으로도 족하다. 대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시원한 기운이 깔려 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다보면 이런 길을 걸을 기회가 드물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거니는 즐거움. 일상지사를 담소하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내려놓는 것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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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길을 올라가니 하늘이 시원하게 보인다. 푸른 하늘 아래 자리한 망양정. 잘 정돈된 잔디밭과 수목들 가운데에 조용하게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동해안에서 손에 꼽히는 일출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언덕에 올라 앉아 있으니 내려다보이는 바다에서 둥실하게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기 부족함이 없으리라.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여 조선 숙종이 하사한 ‘관동제일루 關東第一樓 '라는 현판을 달고 있음이 하나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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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며 서서 왼편을 바라보면 바다가 밀어서 쓰다듬은 모래들이 보인다. 파도에 수직한 방향으로 쌓이는 모래들은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듯 서서 마을로 오는 파도를 순하게 부서뜨리고 있다. 안쪽으로는 흐르는 강이 있고 논이 있다. 민물과 짠물이 섞이는 그 경계가 망양정에서 잘 보인다.

오른편을 바라보면 순진한 푸름을 마주할 수 있다. 푸른 솔가지, 푸른 바다, 바다와 조금 떨어져 있어 짠내와 모래가 어지럽게 엉기지 않고, 바로 솔숲이 있어 새소리와 소나무 내음이 밀려든다. 그늘은 여름 더위를 떨쳐내 주고 누각의 정경은 평안함을 선사한다. 좋다. 조상님들의 이 자리 선정과 즐김의 미학은 역시 탁월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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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기둥을 보니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능시험공부로 외우다시피 했던 관동별곡, 여기서 보니 교과서 위에 쓰인 글자를 읽을 때와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온다. 바닷바람이 느긋하게 오가는 망양정에서 천천히 읽어 내리는 구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고-’ 조선시대 정철이 1580년 즈음 지은 가사는 오늘 내가 보는 풍경을 대신 적어 놓은 듯 생생하다.

하늘의 끝을 내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올라,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했을까 하면서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옛 사람. 수백 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여기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 ‘일이 됴흔 世세界계 남대되 다 뵈고져’.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다른 사람 모두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하던 마음, 다를 바 없다.       

 

 

 

* 진짜 '울진의 맛', 칼국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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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승전결의 결은 밥이다! 눈으로 풍경을 배부르게 맛보았으니 이제는 먹을 차례. 여행지에서는 오래된 집을 찾길 좋아한다.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 긴 시간 문을 열며 손맛을 가다듬은 곳을 들르고 싶다. 낡고 소박하긴 해도 그런 곳들은 맛있는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믿음직한 곳이다.

울진군청에 주차를 하고 3분 쯤 걸었을까, 시장 골목에 아주 평범하게 적힌 식당 이름이 보인다. 칼국수식당. 어쩜 이름을 저렇게도 꾸밈없이 지었을까 싶다만 40여 년간 꾸준하게 영업하고 있는 작은 식당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홀에 탁자 몇 있고 가정집이었듯 방으로 보이는 공간도 있다. 어느 하나 오래되지 않은 게 없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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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주인아저씨 혼자서 꾸리는 작은 식당, 메뉴도 식당 이름만큼이나 단출하다. 바닷마을인 만큼 회를 얹은 국수와 물회, 회밥이 있고 칼국수, 비빔국수 등 국수가 전부다. 그래도 재료며 원산지 설명에 주인의 다부진 마음이 담겨있다. 근남, 매화 등 울진산 100%의 고춧가루, 직접 만드는 초장, 죽변항과 후포항에서 잡는 100% 자연산 회, 게다가 조미료는 사용안함! 쌀이며 김, 깨소금, 채소 등 울진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진짜 ‘울진의 맛’ 집이다. 

여름이지만 우리는 칼국수를, 그리고 울진인 만큼 오늘 들어온 울진 항구들의 자연산 회를 올린 회국수와 물회를 주문했다. ‘스댕’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수에는 멸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별 것 없는 칼국수인데 참 맛나다. 김가루, 깨가루 뿌린 듯 한데 국물 맛이 기대 이상이다! 감칠맛 있게 우린 멸치 다시가 참 매력적이다. 게다가 면은 가는 편인데 무척 부들부들하다. 홀홀 불어가며 후루룩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맛나다. 시골동네 어수룩한 식당이라고 얕봤다가는 안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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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다음 음식을 기다렸다. 물회다. 사실 어느 해산물 식당에 가도 뻔한, 사이다에 초장 섞은 들큰한 새콤달콤한 맛의 물회는 즐기지 않는 음식이다. 하지만 뭔가 다르길 바라며 주문했다. 뻘건 모습은 다를 바 없지만 이 물회, 뭔가 다르다.

육수는 역시 직접 우렸고 그리 시거나 달지 않게 맛을 냈다. 야채와 회를 무쳐 가운데 두고 큼직한 얼음 몇 알을 곁들였다. 시골 고추장 맛이랄까, 빛깔이 어둡긴 하지만 꾸밈없는 매운맛과 적당한 단맛, 시원한 기운이 잘 어우러진다. 밥 한 공기 더해 나와 든든하게 한끼 먹을 수 있다. 아래엔 오늘 잡아 올린 오징어가 꽤나 실하게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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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국수를 가져다주시며 직접 만든 거무튀튀한 초장과 뜨끈한 국물을 함께 주셨다. 짜니까 양념은 적당히 넣으라는 설명도 잊지 않으신다.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아래에 담고, 위에 채썬 배와 오이를 얹었다. 깻잎 약간과 알싸한 맛의 마늘, 매콤한 고추를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깨와 김을 고명으로 올렸다. 얼음 한두 알이 찬 기운을 내뿜고 있다.

어서 비비라고! 하는 말에 초장을 넣고 슥슥 비빈다. 아래에 회와 소면이 넉넉하게 있다. 다들 젓가락 끝만 보고 있다. 붉은 기운이 국수 전체에 물들었다. 말이 없어지는 순간. 회와 국수를 입에 넣기 바빠진다. 달콤한 배와 신의 한수처럼 넣은 고소한 깨가루, 매콤하게 입맛 살리는 고추와 적당한 양의 야채. 어우러짐이 참 좋다. 다들 표정을 보니 만족스러워 보인다. 이 집 오길 잘했다는 이구동성에 나는 표정이 살아난다. 이 때 카메라 들고 외지 사람 티를 폴폴 내는 우리에게 주인장 아저씨가 슬쩍 다가오셔서 울진 여행 지도를 건네주신다. 무뚝뚝하신 듯 은근 친절하셨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고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드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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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먹고 나오니 여행길에 기꺼운 방점을 찍은 듯싶다. 동해의 작은 어촌 마을들에 얼마나 볼 게 있을까 하면서 출발했다가 눈도 배도 참 든든하고 즐겁게 채우고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우리 갈 곳들이 남았다! 하면서 다시 차의 시동을 걸었다. 조상님들이 즐긴 해안가 절경들을 보고 맛보았으니 이제 울진의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자며 울진 여행길에 다시 올랐다.

 

 

 

* 울진 여행정보

* 울진명소 월송정
- 주소 :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정로 517
- 전화 : 054) 789-6901  / 입장료 무료
- 특징 : 관동팔경 중의 한 곳, 동해바다가 한 눈에 보이며 소나무 산책로가 좋음.

* 울진명소 대풍헌
- 주소 : 경북 울진군 기성면 구산봉산로 105-2
- 전화 : 054) 789-9413 / 입장료 무료
- 특징 : 조선시대 구산포에서 울릉도로 가던 수토사들이 순풍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건물, 단출함.

* 울진명소 망양정 & 해맞이공원
- 주소 : 경북 울진군 근남면 망양정로 (산포리 710-1)
- 전화 : 054) 789-6901 / 입장료 무료
- 특징 : 관동팔경 중의 하나, 동해바다의 조망이 뛰어남, 해맞이 공원 옆.

* 울진맛집 칼국수식당
- 주소 :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읍내리 59-2번지
- 전화 : 054-782-2323 / 주차 : 울진군청 주차장(평일 30분 500원, 주말 무료)
- 대표메뉴 : 회국수 6,000원, 칼국수 4,500원 , 물회 8000원 자연산회 15,000원 등 / 신용카드 불가   
- 특징 : 40년역사 시장 맛집, 조미료 사용 안함, 식자재 울진산, 횟감은 후포항이나 죽변항으로 들어오는 100% 자연산.

 

* 하나투어와 울진군청으로부터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된 여행기입니다.
* 정보출처/여행자료신청 : 울진군청 홈페이지 http://www.uljin.go.kr/index.uljin
* 울진군청 여행책자신청 : 울진군청홈페이지>문화관광>울진관광가이드>관광안내책자신청(무료배송)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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