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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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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백두대간의 겨울

울림이 있는 길, 능경봉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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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4년도 보름이 훌쩍 지났습니다. 겟어바웃 독자 여러분은 알찬 새해 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고, 새해가 되었으니 새로운 마음가짐도 필요할텐데요. 그럴 때 '여행'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반복되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침체된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우리 가족은 지난 해 열심히 살아온 것을 스스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새해의 희망을 채우기 위해 지난 2013년 12월부터 겨울 세 달을 강원도 횡계읍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문지 닷새 째. 딸아이 손양과 함께 백두대간을 올라 보기로 결심했어요. 이렇게 추운 날 꼭 산에 가야겠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열 살 아이를 앞세워 능경봉을 오르기로 했지요.

횡계에서 삼개월 머물기로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요기 앞산이나 올라볼까?' 하는 것이 백두대간이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머문 집에서 반경 2km 내에 대관령, 능경봉, 선자령까지 줄을 잇고 있었다는 점이 여행자로서 행복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곳은 겨우내 적설량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 겨울 눈꽃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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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이 동해를 끼고 설악산과 오대산, 황병산으로 솟았다가 대관령에서 잠시 몸을 낮춰 다시 솟아오른 산이 능경봉이죠.  '백두대간'이란 이름의 위엄에 살짝 겁을 먹고 주춤했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본 것은 얼마 전 앞서 능경봉을 먼저 오른 남편의 부추김 덕분이었습니다.

"쉬워~ 백두대간이라고 겁 먹을 것 없다니까! 왕복 4km, 그대와 손양 실력이면 두어 시간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고! " 

그래서 우리는 정말이지 '가벼운' 마음과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식사 역시 가볍게 나선,  2013년 12월 30일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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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산책처럼 곰 망또를 걸쳐입고 등반에 나선 손양

 

능경봉 등반의 시작점은 대관령 옛 휴게소입니다. 선자령을 오르려면 양떼목장 방향으로 가면 되고 능경봉은  고속도로 준공비 쪽으로 오르는데요. 계단 끝 우측에  '능경봉 등산로, 1.8km'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 그런데, 시작부터 불안해지는 겁니다. 결코 가볍지 않을 것 같은. 

사실 우리는 예전에 선자령을 오르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손양이 열 살 되도록 다양한 여행을 하면서 다른 이보다 느리긴 했어도 중도에 포기를 한 적은 없었는데도, 그 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람'이었어요. 풍력발전기를 힘차게 돌리고도 남을만큼 매서운 대관령의 바람때문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아뿔싸, 이번 능경봉을 오르는 시작점에서 또 다시 그 바람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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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준공비 전망 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대관령 전경

 

거센 바람이 불어오자 시작부터 이게 뭐냐고 공연히 능경봉 등산을 권유한 남편을 원망할 뻔 했습니다. 다행히 준공비에서 우측으로 난 등반로로 들어서자 바람은 이내 잦아 들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눈이 수북히 쌓인 고즈넉한 산길을 걸어 정상 1km 전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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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눈이 너무 많이 쌓였네. 아이젠이 필요할 것 같아.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돌산이고 무척 경사가 가파르거든. 돌아가자. 위험할 것 같아! "

헉, 뭐, 뭐라? 위...위...험? 고작 1 km만 더 가면 정상인데 여기서 돌아가자니! 돌산이고 눈이 좀 쌓였으면 어때? 나도 손양도 나름 내공있는 여행자인데, 괜찮아! 그냥 가자!  뭐 이렇게 아무리 얘기해도 눈썹 하나 꿈쩍 않고 돌아가자고만 하는 '야속한' 남편!

게다가 손양도 아빠 말을 거들기 시작합니다. 

"엄마, 아빠가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내려가요~ 날도 춥고. 오늘만 날인가?"

손양의 그, '오늘만 날인가?' 라는 말 덕분에 결국 못 이기는 척 내려올 수 밖에 없었지요. 내일 다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자는 다짐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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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2013년 12월 31일. 2013년의 마지막 날, 마음 먹었던대로 다시 능경봉에 오르기 위해 나섰습니다.
겨울 트레킹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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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경봉 등산로 첫 번째 쉼터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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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왜 남편이 능경봉 정상 1km를 앞두고 내려가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길지 않은 등반 거리지만, 능경봉은 우리 민족의 기상을 품고 있는 백두대간의 줄기. 결코 쉽게 길을 내어 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동안 내린 눈이 제법 쌓여 원래 길의 형체를 덮고 있으니 방향을 알기 어렵기도 했고요. 

정상까지  1km만 더 가면 된다는 표지판을 지나고는 기분상 10km는 걸어간 듯 한데도 다른 표지판 하나 만날 수가 없으니 점점 발목에 힘이 빠져갑니다. 게다가 기다리던  '정상 바로 코 앞' 이라는 표지판 대신 '등산로 아님'이라는 경고판이 나오니 더욱 기진맥진. 등 줄기에 한 여름처럼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합니다.

"엄마, 등산로가 아니라고요? 이 길 하나밖에 없었는데!"

남편에게 이 길이 맞냐고 확인하니  고개를 갸웃하던 남편. "길이 이 방향 하나였는데~ 이상하네!" (당신 온 적 있는 거 맞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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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제법 경사가 가파른 돌길, 점점 숨이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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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여기가 정상? 하고 기대하며 달려간 곳은 능경봉 등산로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쉼터 

 

분명 내가 무엇에 씌어서 10km를 1km라고 본 것 같다며 쌕쌕 거친 숨을 내쉬면서 무거운 걸음을 옮겨야 했죠. 그러나 그만 내려갈까... 하는데 정상인가 싶은 너른 평야가 나오더니, 거기서 조금 더 힘을 내 걸었더니 눈 앞에 '정상 표지석'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설악산, 오대산, 태박산, 지리산의 정상에 오를 때의 감격이 능경봉에 비할까요. 저도 손양도 감격에 차 탁 트인 능경봉의 전망을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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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격의 능경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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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바라 본 풍경 

 

능경봉은 해발 1123.2미터로 대관령 남쪽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그 정상에 오르니 내 발 아래로 힘차게 뻗은 산줄기들과 동해바다가 흐릅니다. 곧 눈이 내릴 것인지 잔뜩 흐린 날인데도 멀리 강릉시내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 정말 올라오길 잘 했어. 내 마음은 앞서 부린 투정에서 감사와 감격으로 뒤범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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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능경봉 정상에서 고루포기산으로 등반을 이어보기로 약속하며 오늘은 이만 하산하기로 합니다. 내려가는 길은  신기하게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1.8 km가 100m 도 안 되게 느껴져서 단숨에 휴게소까지 달음박질을 했지요. 대관령 옛 휴게소  낡은 의자에 앉아 아주머니가 타 주시는 믹스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누려보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수월했음은 아마 앞서 오른 나의 발자국이 길잡이를 해 준 덕분이었겠지요.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진 길의 여정에서도 누군가 먼저 간 걸음이 없다면 불안하고 막막할 것입니다. 앞서 오른 나의 걸음 덕분에 내려오는 길은 덜 외롭고 덜 힘들었습니다. 비록 그 걸음이 부족함 없고 반듯하지는 않았어도요.

그러니 올 한해, 일년 365일, 나의 하루하루의 걸음은 그 자체로 참 기특한 것들입니다. 서툰 그 걸음들이 있어 새로이 맞이할, 목적지가 있는 신년의 여정에 용기를 얻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백두대간 능경봉 1.8km의 짧은 눈길이 준 깊은 울림입니다.

 

 

INFORMATION

 

- 능경봉 등산로 가는 길 : 대관령 옛 휴게소에 있는 신재생에너지관에서 시작

-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읍(공용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이용(2시간 30분 소요)

- 횡계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신재생에너지전시관까지는 약 6km, 버스는 다니지 않아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 자가이용시 영동고속도로 횡계IC 를 빠져나와 대관령 옛 휴게소(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주차

- 근처에 지르메 양떼목장, 대관령양떼목장,용평스키장, 안반덕고냉지와 용평리조트가 있다.

- 식당과 숙소는  횡계읍내에 여럿 밀집되어 있다.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녹색희망 녹색희망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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