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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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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여행할 때는

아름다운 방어진 옆 슬도에서 

 

울산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이곳에 주목해주세요. 아마도 조금은 익숙한 풍경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과 '메이퀸'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아름다운 섬 슬도를 말이죠.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아주 작은 풍경일 뿐입니다. 근대 언저리의 기억을 품은 오래된 거리와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는 쓸쓸함이 방어진 곳곳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귀여운 다리를 건너면 작은 예술관이라 불리는 슬도가 있죠.

오늘은 방어진을 지나 슬도로 한번 살랑살랑 걸어볼까요.

 

 

하나. 방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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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의아니게 국내여행에 폭 빠졌습니다. 올해를 시작으로 유난히 국내의 바다를 많이 보았네요. 강릉의 잔잔하고도 깊은 바다, 제주의 푸르고 설레는 바다, 부산의 거칠고도 차가운 바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맑고 아름다운 울산 바다와 마주했네요. 이번 울산여행이 특별했던 것은 아마도 타이밍이 아닐까 싶어요. 흐리다는 이유로 슬도예술제가 하루 미뤄질 정도였는데 막상 가보니 날씨가 너무 매력적인거예요. 하루종일 울적하던 토요일 저녁에는 간절곶에서 황홀한 석양을 보여주더니 다음날은 화창하게 개어서 어디든 시원한 풍경이 펼쳐졌답니다. 울산의 방어진이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이었죠.

방어진의 지명유래는 방어가 많이 잡혀서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 과거에서 내려오는 방어진은 생선 방어와는 한자가 달랐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름이야 어찌되었든 아주 오랜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울산, 그 중에서도 방어진의 이야기는 조선 세종대왕 때 삼포가 개항되면서 시작됩니다. 일본사람들이 좋은 땅을 보고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좋은 목에서 생선을 잡아보자 한 것이겠지만 일제시대때는 군사기지로도 삼았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짠한 역사가 흐릅니다. 

방어진도 한 때는 생선이 아주 많이 잡혀서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돈보다는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둘. 방어진 근대 문화 투어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에게는 조금 아픈 역사가 가득한 방어진은 아직도 그 때의 풍경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폐공장이 된 세광 중공업을 시작해서 몇 채 남지 않은 일본식 가옥, 그 당시 조선 사람들이 축조했다는 방파제가 그 때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요. 그런 의미로 방어진 근대문화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방어진 근대 문화 투어를 가겠다 마음먹었을 때는 기대한 바가 컸는데요. 아무래도 울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저로써는 공부도 되고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했던 셈이죠. 그건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던지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님이 가득입니다. 울산에 사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제가 사는 고장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더라고요. 

근대 문화 투어의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슬도→드라마 메이퀸 촬영지→방어진 성끝 벽화마을→울산수협위판장→방어진항→

적산주택거리→방파제축조비→방어동 노거수→방어진철공조선(현 세광중공업)

 

근대문화투어라기보다는 방어진과 슬도의 과거와 아름다운 오늘을 찬찬히 볼 수 있는 투어가 됩니다. 이곳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 주민이 소개를 해주시는데요. 방어진의 숨겨진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해설사 분의 이야기도 즐거움이 됩니다. 다만 미리 신청해야 하고,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르신다는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시범적인 운영이라 이번 계기를 통해 단단하게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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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이는 풍경이 바로 세광중공업입니다. 지금은 과거의 흔적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앞에서 보이는 건물로는 꽤 멀쩡해보이는데 막상 방파제 뒷길로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 옆으로는 세광중공업 터를 잡으며 발견했다는 방파제 축조비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과거 일본인들이 이곳에서 어업활동을 하며 벌어들이는 돈으로 수십년을 방어진항을 지켜준 든든한 방파제지만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내어 단단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과거 방어진이 많은 어업활동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설들이 있지는 않았다고 해요. 아마도 그냥 작고  조용한 어촌마을이었겠다 싶더라고요. 방파제가 없었을 옛날에도 충분히 동그란 자연의 항이 아름다웠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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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뻗은 소나무는 아주 오래 방어진을 지켰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지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상상 속으로 남겨놓을까 합니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근대 건축물들이 남은 작은 골목입니다. 사실 지금은 그 모습을 많이 잃어 찾기가 어렵지만 조그마한 창틀이나 입구로 그 예전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의 건축물로는 군산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직까지 그곳에 살고 계신 분들이 잘 가꾸어놓아 특유의 운치가 있더라고요. 골목 하나 규모라 아주 작은 편이지만 꽤 오래 창틀에 매달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래 사진으로 보이는 목욕탕 굴뚝인데요. 과거 방어진에는 목욕탕 같은 것이 없었다고해요. 일본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그런 건축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굴뚝이 몹시도 웅장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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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의 키작은 건물들이 정겹게 느겨지다가도 저 위로 솟은 목욕탕 굴뚝이 재미있습니다. 설명하시는 분의 말씀으로는 일본인과 우리사람들의 문화 차이로 당시에는 문제가 많았었다고해요. 너무 가벼운 복장으로 목욕탕을 향하는 일본 남성들 덕에 조선 아녀자들이 흠칫 놀랐었다고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주 쏠쏠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라 많은 분들이 다소 힘들어 하셨는데요. 생각해보면 두시라는 시간이 그다지 녹록치 않았던 것 같아요. 시작할 때 하나씩 나누어주신 작은 생수병은 시작하자마자 비워버렸거든요. 어린 아이들도 많고 어른들도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아니라면 소개해드린 경로를 각자 슬슬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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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어진항으로 갑니다. 방파제 근처에서는 신선한 횟감을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에 곁들여 드실 수도 있고요. 근처 횟집을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방어진 항으로 내려오면 집에 선물하고 싶은 말린 생선들이 한 가득이죠. 깔끔하게 손질된 생선이 꼬득꼬득하게 말려서 이렇게 있습니다. 투어 중만 아니었다면 한 가게에 들러 흥정이라도 한번 해보았을텐데요.

방어진 항을 지나면 이제 슬도의 초입에 들어섭니다. 원래의 일정이라면 슬도 앞 벽화마을에 들렀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참가한 오늘은 슬도 예술제가 있어 조금 일찍 끝났습니다. 드라마 "욕망의 불꽃"으로 유명했던 횟집이 하나 눈에 띄고요. 그 뒤로는 아담한 어촌 마을에 귀여운 그림들이 가득하다고 하니 한번 둘러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방어진으로 발걸음한 이유 '슬도'와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은 하얀 다리를 건너 등대하나로 꽉 찬 아름다운 슬도에 걸어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사람보다도 제 몫을 하는 무인등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그곳에서 아름다운 현의 울림이 가득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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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슬도 예술제_ 현의 울림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다지 기대한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유명한 인사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슬도가 제게 익숙한 지명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여행은 예상 외의 기쁨을 알려주네요. 이 길을 따라 슬도를 들어가려고보니 벌써 사람이 한가득입니다. 사람이 엄청 많다며 투덜대니 지역주민분이 나중에는 꼭 한가한 어느 날 찾아오랍니다. 그러면 슬도의 매력을 더욱이 알 수 있을거라 말이죠.

자그마한 조개구멍으로 섬 전체가 뒤덮여 과거에는 곰보섬이라고도 불린 슬도는 파도와 바람이 바위에 부딪칠때 나는 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해서 슬도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그런 유래 외에도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아 시루섬이라고도 불렸다니 이름이 정말 많은 섬이네요. 하지만 누구라도 이 섬에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을겁니다. 그만큼 예쁘거든요. 이 다리를 건너면 예술제 손님들 말고도 낚시대를 드리운 낚시객도 많습니다.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손맛도 좋은 곳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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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도 예술제는 작년 이맘 때 시작하여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모양인데, 이 날은 날이 눈부실정도로 좋은 대신에 바람이 몹시도 불어 손님도 예술인분들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전의 레퍼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 주제는 '현의 울림'입니다. 슬도라는 이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주제라 매해 '현의 울림'을 주제로 예술제를 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시간 반 정도로 진행되는 예술제는 동구청장님의 말씀등을 제외하고 슬도를 위한 시낭송, 첼로와 하프의 연주, 거문고 연주, 가야금 연주, 판소리, 테너 공연, 플래시몹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아이돌이 없어도 우리는 신나게 추임새를 넣고, 그 흔한 댄스가수 없이도 우리는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마이크에는 바람이 몰아치고 손끝이 저릴만큼 바람이 불어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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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저는 예술을 너무 편식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반성하고 돌아왔습니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악기와 장르가 인상적이었는데 낯설은 가운데도 좋은 건 좋더라고요. 특히 판소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긴 시간 지루하지 않을까 도전하지 못했던 저를 후회했습니다. 나중에는 흥이 절로 나서 어색했던 추임새도 전혀 어렵지가 않더라고요.

바다 한가운데 서면 뒤로 배가 지나가고, 바람이 치면 마이크로 소리가 흘러 쾅쾅 울리는데 슬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공연이라 더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야금으로 듣는 캐논도 인상적이고, 하프의 깔끔하고 통통 울리는 소리도 좋았습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도 슬도와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울산의 젊은이들이 모여 아리랑에 맞춰 플래쉬 몹을 진행할 때는 조금은 수줍어하면서도 신나게 즐기는 학생들을 보니 절로 흥겹더군요. 다소 아쉬운 손님들의 관람 태도가 불만이었지만 한회가 진행될 수록 점점 더 완전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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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슬도의 예술제는 끝이 났습니다. 조금은 불편한 자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며 열심히 즐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KTX 차편으로 인해 좀 더 여유있게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나던 지역주민의 말씀처럼 한번쯤 한가한 어느 날에 사람이 별로 없는 슬도를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산이 아직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라 주말에도 아주 북적이지는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울산의 이야기를 두어번 남겨놓았는데, 아마 보시면 부산과 경주 사이에 있는 울산이라는 동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부산을 일년에 두어번 찾게 되는데 한번 쯤 시간을 하루 이틀 내서 찬찬히 다시 둘러보고 싶네요. 그만큼 아쉬운 여행이었네요. 그 기회가 슬도예술제가 열리는 돌아오는 가을 쯤이 어떨까요.

 

 

※ 취재지원 : Get About 트래블웹진 

 

 

 

정보제공 | Get About 트래블 웹진
리즈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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